세월호집회서 태극기 태운男 집행유예.."국기모독 혐의 무죄"

한정수 기자 2016. 2. 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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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집회 참가자가 4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도중 태극기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 없이 단순히 태극기를 불태운 것은 형법상 국기모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에 참가해 태극기를 불태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 대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는 17일 국기모독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24)의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18일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일부 과잉 진압과 해산 요구 등에 반발해 태극기를 라이터로 태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앞선 재판 과정에서 형법상 국기모독죄 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해당 조항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모욕할 목적'이라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현행 형법은 '대한민국을 모욕하기 위해 국기나 국장을 손상, 제거하거나 오욕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김 판사는 김씨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가 무엇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 판사는 해당 조항이 또 표현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김씨가 태극기를 태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태극기를 태운 행위가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대한민국을 모욕하려는 목적은 없었다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김 판사는 "당시 경찰이 물대포 등을 쏘자 김씨가 경찰의 진압방법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 자해를 시도했던 점, 경찰버스 유리창 사이에 있던 종이 태극기를 빼내 불을 붙인 점 등을 고려하면 김씨가 태극기를 태울 당시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뉴스에 자신의 모습이 나오자 발각되지 않기 위해 친구에게 자신이 당시 입었던 옷 등을 버려달라고 말한 점 등도 이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다만 김씨가 집회에 참가해서 도로를 점거하고 차량 교통을 방해한 혐의와 경찰 버스를 손상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김 판사는 "해산명령이 있었는데도 해산하지 않고 차량의 교통을 방해한 것은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차벽으로 설치된 경찰버스를 밧줄로 끌어내리려 한 것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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