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혼돈의 공간으로 전락한 '트위터의 위기'

2016. 2. 17. 1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칼럼을 쓰는 2월 3일 현재 트위터 주가는 16.08달러로 역대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두 가지 기능을 새로 선보였다. 오랫동안 소문으로 들리던 로그아웃 상태의 사용자에게 현재 트위터 공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알리는 새로운 홈페이지를 선보였고, 로그아웃한 사용자가 접속해도 일부 프로모티드 트윗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광고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매달 5억명이 접속한다고 하지만 성장곡선이 크게 둔화되었고, 이미 인스타그램에도 사용자 수가 밀렸다는 얘기는 몇 달 전에 나왔다. 지난 1월에는 임원 4명이 회사를 떠났으며, 유명 테크 저널리스트 조슈아 토폴스키는 <뉴요커>에 ‘트위터의 종말’이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140자의 짧은 글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얘기를 실시간으로 전달해 21세기의 새로운 미디어로 총애를 받고, 수많은 이슈와 논쟁을 낳고, 수많은 사람들이 행동하게 만들던 트위터에 왜 어두움이 드리워졌을까?

1990년대 온라인 커뮤니티를 연구한 여러 학자들은 커뮤니티의 와해와 몰락의 원인을 커뮤니티 구성원이 지켜야 하는 규범 상실, 거짓 정보를 남용하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사용자 방치, 이에 따른 사용자 간 또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들었다. 현재 트위터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이미 90년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리가 확인한 연구와 비슷하다.

그런 원인 중 하나는 지나치게 방치한 익명성이다. 물론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너무나 쉽게 들어오고 나가면서 자기의 정체성을 숨기면서 불필요한 이슈를 일으키거나 영업 목적만으로 사용하고, 상대방을 속이고 믿을 수 없는 글을 양산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데도 무원칙의 익명성은 큰 역할을 한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비판을 받으면서도 ‘하나의 정체성’을 주장하며 실명 원칙을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이버 공간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서다. 물론 이를 통해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소셜미디어 분석 전문회사가 더 이상 트위터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포기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국내의 트위터 공간이 믿을 수 없거나 극렬히 나누어진 집단 간의 욕설이나 상호 비방의 장소가 된 것은 단지 사람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서비스 자체가 아무 기준 없이 이를 방치한 것이다. 익명 또는 필명을 사용해도 오랜 기간 동안 수준 높은 대화와 토의를 생성하면서 발전한 온라인 서비스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 서비스는 늘 중심 세력이 자발적으로 사용자들에게 공간의 규범을 알려주고, 문제가 되는 사용자를 파악해 경고하거나 때로는 축출함으로써 공간의 가치를 유지해 왔다.

트위터는 적절한 수준의 커뮤니티 가이드를 유지하면서 이를 명확하게 집행하고 사용자들이 이를 지키도록 요구하는 시점을 놓쳤다고 생각한다. 트위터는 하나로 정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고 사용자들이 만들어 가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하는 규범을 갖지 못하면 앞으로도 트위터 공간은 지나친 그룹 편향성과 신뢰할 수 없는 정보만 보이는 혼돈의 공간이 될 것이다. 다만, 트위터에는 현재의 손실 기준으로 420년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다는 것이 아직 기회다.

국내 포털에서 한때 참여의 상징이고 디지털 민주주의의 대표적 공간이었던 국내 서비스 공간도 요즘 이런 모습을 보여 앞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우려스럽다. 더 늦기 전에 트위터의 위기를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

주간경향 공식 SNS 계정 [페이스북] [트위터]

모바일 주간경향[모바일웹][경향 뉴스진]

- ⓒ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