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부'로 올라가기 위해 '해발 1890m' 평지처럼 뛴다
[경향신문] “산자락에서 평지처럼 뛰어다니니, 올해는 다를 겁니다.”
프로축구 대구FC 이영진 감독은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처음에는 가벼운 조깅에도 가쁜 숨을 내쉬던 선수들이 어느덧 평소처럼 뛰는 것에 무언가 확신을 얻은 듯했다.
대구는 지난달 24일 중국 윈난성 쿤밍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다. 국내 다른 구단들이 태국과 일본, 유럽 등으로 떠난 것과 달리 대구가 쿤밍을 선택한 것은 독특한 기후와 환경 때문이다.
중국 서남방 국경지대에 있는 쿤밍은 해발 1890m 고지대에 위치해 심폐 기능과 지구력을 끌어올리는 데 안성맞춤이다. 고지대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평지보다 산소가 부족해 회복 능력과 최대 산소섭취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축구대표팀 전 주치의 송준섭 박사(서울 JS병원)의 설명이다. 송 박사는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 적응할 경우, 적혈구 숫자가 늘어나 평지에서 경기를 뛸 때 쉽게 지치지 않아 체력 향상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는 쿤밍에서 1부리그 승격의 동력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해 대구는 시즌 막바지 체력 고갈로 아깝게 승격의 기회를 놓쳤다. 올해는 개막을 3월 말로 미루고, 폐막 시기를 10월 말로 당긴 탓에 일정이 더 빡빡해졌다. 이 때문에 체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대구 피지컬 코치를 겸임하고 있는 안드레 코치는 “축구도 육상처럼 뛰는 종목이다. 쿤밍 전지훈련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른 팀들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베테랑 골잡이 노병준은 “처음에는 조금만 뛰어도 힘들었지만, 이젠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수비수 오광진은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춘성(春城·봄의 도시)으로 불리는 쿤밍은 날씨도 좋다. 사계절 온난한 날씨로 2월 중순에도 한낮에는 섭씨 20도를 웃돌 뿐만 아니라 비나 거센 바람도 좀처럼 불지 않아 훈련을 방해받는 일이 없다. 대구가 캠프를 차린 해경기지는 숙소와 훈련장이 바로 붙어 있어 훈련의 효율성도 높다. 중국 갑급리그(2부) 팀들도 전지훈련지로 선호해 연습경기를 잡는 것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쿤밍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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