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타일대로..한 달만 해볼게요" 미네소타 박병호 '현지 적응기'
[경향신문] 미네소타 박병호(30)는 “아직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미네소타 훈련장에서 운동을 한 지 약 열흘이 됐지만, 아직은 특별한 감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서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첫해를 보내기 위한 방향점만큼은 구체화시키고 있다. 박병호는 16일 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그 내용을 시원하게 털어놨다.
박병호는 올시즌 국내리그보다는 훨씬 강한 공을 상대해야 한다. 강속구 대응법을 두고 자문을 구하기도 했는데, 일단은 큰 변화 없이 첫 시즌을 준비하기로 했다. 넥센에서 함께 뛰다가 1년 앞서 메이저리그로 날아온 강정호(피츠버그)의 조언도 이에 영향을 끼쳤다.
박병호는 “정호도 똑같은 얘기를 한다. 일단 한 달은 그냥 해보라는 것이다. 우선 아무것도 바꿀 생각 하지 말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홈런을 많이 때리면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강한 타구를 때려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쪽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빅리그 투수들의 속도에 기존의 스윙으로 맞붙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박병호는 “해마다 뭔가를 하나씩 느낀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도 삐른 공을 던지는 투수에 밀리지 않고 어떻게 강한 타구를 만들어낼까 고민했다”며 “기본적으로 투수들 공이 강하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려면 (스윙이) 좀 더 간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호 역시 지난해 초반에는 왼발을 들었다 내리며 타이밍을 맞추는 ‘레그킥’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시즌을 치르면서 볼카운트별로 왼발 움직임을 바꾸는 등 자연스럽게 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해갔다.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 사이로 스며들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이에 대해 박병호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넥센에서 뛸 때도 외국인 선수들과 무척 친한 편이었다. 대화하는 것에 겁을 내지 않았다”며 “여기는 전부 외국인이지만, 문화 적응은 잘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있을 때 외국인 선수들과 친했던 것은 영어 공부가 되는 측면도 있고, 용병 입장에서 외롭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반대로 내가 그런 입장이 됐는데, 그래서인지 날 챙겨주려는 선수가 잘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적응력으로는 LA 다저스 류현진이 으뜸으로 꼽힌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첫 시즌부터 동료 후안 유리베(뉴욕 메츠)와 ‘베스트 프렌드’가 되는 등 클럽하우스에서 인기가 높았다. 류현진은 영어 실력을 떠나 적극적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갔고,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박병호 역시 류현진처럼 움직이기로 했다.
박병호는 스트레스와도 싸워야 한다. 생각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기라도 하면, 스트레스에 눌려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박병호도 이를 잘 안다. “스트레스 받는 것을 두고 많은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스트레스와의 싸움에서는 완승을 자신했다. “어찌 됐든 스트레스를 잘 다스렸기 때문에 매년 좋은 성적을 낸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스트레스는 야구가 잘 안돼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잘 될 때, 더 잘하려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 중요한 건 이제 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오버페이스도 경계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앞두고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욕심이 자신도 모르게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KBO리그에서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때린 박병호가 타격 훈련을 할 때면 팀 관계자뿐 아니라 캠프를 찾은 팬들의 시선도 집중되고 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의 투자가 기회로 돌아올 것으로 여기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해 4년 1200만달러(5년 최대 1800만달러)에 미네소타와 계약했다. 원소속 구단인 넥센에 지급된 포스팅 비용 1285만달러까지 더하면 투자 규모는 3000만달러를 넘는다.
박병호는 “분명히 보여줘야 하겠지만, 반대로 그만큼 투자했으니 구단에서도 기다려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포트마이어스(미 플로리다주)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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