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4개국 산유량 동결 합의(종합)
카타르 비밀회동 결실...생산량 1월 수준 동결 합의
“반쪽짜리 성공” 17일 베네수엘라-이란-이라크 회동 결과 ‘주목’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1월 생산량 수준에서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세계 석유 수출 1, 2위 국가인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 동결 소식 직후 국제유가는 2% 이상 급등했다. 다만 이번 합의에 이란 이라크가 빠진 데다, 합의 수준이 시장 전망(감산)에 못 미친다는 지적에 따라 유가 상승폭은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 산유량 동결 합의…베네수엘라의 눈물겨운 노력
블룸버그에 따르면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 날 카타르 도하에서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과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월 11일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노박 장관은 “산유량 동결 효과는 다른 국가의 참여 여부에 달렸다”며 합의를 밝혔다. 이날 회동에는 카타르와 베네수엘라의 석유 장관도 참석했다. 합의 이행 감시 역할은 카타르가 맡기로 했다. 모하마드 빈 살레 알 사다 카타르 석유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개국의 생산동결 약속 이행 여부를 주도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 소식에 국제유가는 일단 상승세로 화답했다. 런던 상품거래소에서 오전 11시 20분(현지시각) 현재 브렌트유 3월 인도분 가격은 1.5% 오른 배럴당 33.89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국제유가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가 그동안 러시아와 이란 사우디를 포함한 산유국을 대상으로 시장 균형을 맞추기 위한 감산 협의를 위해 적극적인 로비를 해 왔다”며 베네수엘라의 노력이 통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에울로지오 델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오는 17일 이라크 이란 석유장관 등과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 “이란 때문에...” 산유국의 잦은 배신에도 동결에 합의한 사우디
하지만 이번 산유량 동결은 사우디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사우디는 오일쇼크 직후인 지난 1980년대 중반 원유가격이 급락하자, 자국의 손해를 감수하며 산유량을 줄였지만, 다른 회원국들이 생산쿼터를 위반하며 생산량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빼앗겼던 아픈 경험이 있다.
블룸버그는 “카타르 석유 장관이 주선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석유 장관의 비공개 회동이 1999년 이뤄진 석유 외교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로 폭락하자 OPEC은 멕시코의 도움으로 물밑 외교 통로를 통해 비회원국들과 비밀 회담을 가졌다. 그 결과 OPEC은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을 줄이기로 결정했고 비회원국인 러시아, 오만, 멕시코 세 국가도 총 30만배럴을 줄이겠다고 합의했다.
블룸버그는 “1998년 이후 18년동안 OPEC회원국이 한도를 지킨 경우는 두서너 차례밖에 되지 않는다”며 “80년대의 악몽과 그동안 OPEC회원국의 행태를 기억하는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으로서는 2014년 11월 감산거부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사우디는 그동안 감산을 요청하는 베네수엘라 등 주변국의 호소에 꿈쩍하지 않았다.
더욱이 러시아와 사우디가 산유량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함께 자리 한 것은 러시아가 우랄유 수출을 시작한 3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산유량 합의 결정이 최근의 급박한 국제 원유 시장 상황과 사우디 정부의 절박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가 사우디를 감산 테이블로 이끌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일 이란산 원유의 유럽 수출이 재개된 것이 감산 협의의 단초가 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란은 지난 1월 핵협상 이행 조건을 충족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경제·금융 제재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WSJ는 “글로벌 원유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지만 이란은 최근 일일 원유 수출량을 40만 배럴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해 시장의 충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계자는 “이란의 유럽으로의 원유 첫 수출은 모든 것을 뒤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유진 웨인버그 상품시장 연구소장은 “최근 생산량을 늘리지 않은 국가들의 합의에 불과하다”며 “이란과 이라크가 (산유량 동결 혹은 감산합의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이번 생산 동결 합의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합의에 이르렀다 할 지라도 합의 이행 준수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지난 1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은 1020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최대 생산량을 기록한 지난해 6월(1050만 배럴)과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지난 1월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일 1090만 배럴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과거 OPEC과 감산 합의를 한 뒤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전력이 있어, 다른 산유국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뉴욕상업거래소(NYMEX) 시간외 거래에서 3%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30달러를 회복했던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후 상승폭이 1.48%로 줄어들며 배럴당 29.81달러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가 주선한 17일의 이라크와 이란 석유장관 회동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페트로메트릭스 올리비에 야콥 이사는 투자노트를 통해 “이번 동결 합의가 국제유가의 즉각적 반등을 이끌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하지만 올해 하반기 가격 회복을 위한 기틀을 마련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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