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포커스] 과욕의 맨시티, 모두에게 '악수'된 '깜짝 펩 선임'
[스포탈코리아] 신명기 기자= 시즌 도중 감독이 바뀌거나 선수 영입을 미리 발표할 경우 팀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에 더해 시즌 도중 감독을 교체하는 일은 절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축구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많은 감독들이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감독들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모든 팀들이 알렉스 퍼거슨 경과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과 같이 오래도록 안정적인 성적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첼시는 극심한 부진에도 불구, 주제 무리뉴 감독에 대해 끝까지 믿는 모습을 보여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루이스 판 할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극에 달했음에도 경질 결정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즌 도중 펩 과르디올라 감독 선임 발표를 한 맨체스터 시티의 경우는 어떨까. 장기적으로 보면 과르디올라 감독을 데려온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계약을 성사시킨 맨시티 수뇌부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로 기존 감독이었던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결여됐으며 올 시즌 중요한 시기에 이러한 발표로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 예의와 존중의 문제
지난 2013년부터 맨시티를 이끌었던 페예그리니 감독은 첫 시즌부터 인상적인 지도력을 발휘하며 ‘더블(리그+리그컵)’을 달성했다. 루이스 수아레스를 앞세운 리버풀의 기세가 무서웠지만 저력을 발휘해 2년 만에 EPL 우승컵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리그컵에서도 선덜랜드를 꺾고 우승팀이 됐다.
문제는 지난 시즌이었다. 첼시에 EPL 우승컵을 내줬을 뿐만 아니라 무관에 그쳤기 때문. 첫 시즌 더블 달성으로 인해 ‘진짜 목표’였던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부진을 눈감아줬던 것까지 더해 페예그리니 감독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맨시티는 과르디올라 감독을 데려올 때까지 마땅한 대체자를 구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페예그리니 감독을 경질하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쓰지 않을 작정으로 남긴 감독에 대한 존중이 충분할리 만무했다. 결국 맨시티는 지난 1일 과르디올라 감독 선임을 깜짝 발표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행은 이전부터 수많은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랍지 않았지만 발표 시점은 의외였다. 남미 출신으로 나름대로 유럽 무대에서 성공한 감독으로 이름을 날린 페예그리니 감독에 대한 존중은 어디에도 없었다.
발표 전 맨시티는 EPL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 FA컵, 리그컵에서 모두 생존하며 괜찮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EPL은 선두 경쟁을 하고 있었고 챔피언스리그 16강서 비교적 약한 상대인 디나모 키예프를 만나 8강행이 유력했다. FA컵서도 16강에 진출했으며 캐피털 원 컵에서는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성적으로만 봐도 페예그리니 감독에 대한 존중은 필수였다.
하지만 맨시티는 경질 발표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우승 경쟁에 있어 중요했던 레스터 시티, 토트넘전서 연이어 졌다. 전체적으로 집중력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 성적과 최선을 다했던 페예그리니 감독을 고려해보면 맨시티의 급작스러운 발표는 최악의 시점에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 맨시티의 과욕, 모두에게 피해가 간 발표
맨시티는 오래도록 바랐던 과르디올라 감독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이미 선임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올 때부터 맨시티는 다음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당장 올 시즌을 고려해보면 이러한 조기 발표는 맨시티의 우승 가능성을 크게 낮춰버리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미 올 시즌 시작부터 과르디올라 감독 선임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페예그리니 체제를 이어온 것 자체부터가 문제였다. 다음 시즌에는 팀에 없을 감독의 말과 계획에는 힘이 없기 마련이다.
맨시티 뿐만 아니라 바이에른 뮌헨에도 역풍이 불었다.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재계약을 우선으로 생각했던 뮌헨은 시즌 도중 발표로 선수들의 집중력을 유지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물론 리그에서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인해 우승이 유력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려왔던 뮌헨 입장에서는 답답해진 상황이다.
뮌헨의 칼 하인츠 루메니게 회장과 마티아스 잠머 단장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행동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례적으로 시즌 도중 발표를 감행한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괘씸죄를 적용하려는 것도 그 이유다. 뮌헨은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과르디올라 감독을 경질할 전망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결정하며 급한 불은 확실히 끄긴 했다. 하지만 어느 시즌 하나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다는 점에서 뮌헨 수뇌부의 불만은 이해할 수 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계약에 있어서 성적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페예그리니 감독은 꽤나 프로다웠고 괜찮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시즌 종료 후에도 발표할 수 있었던 과르디올라 감독의 조기 발표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이 모든 일은 맨시티 수뇌부의 과욕이 부른 참사였다. 조기 발표 이후 맨시티와 뮌헨이 올 시즌 어떤 성적을 거둔 채 끝낼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은 웃어넘기기엔 다소 씁쓸했던 프로세계의 냉정함을 보여준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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