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 신고했는데"..원주 C형간염 피해자들 '분통'

-원주 사고 병원 들러보니…환자들 늑장대응 분통
-“효도 주사가 C형감염 될 줄이야”…분노 환자 많어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100명이 넘는 집단 C형간염 발병이 발생한 원주 지역에서 보건소가 비상대책본부를 마련하고 의심환자 채혈 검사 등 역학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미 지난해 4월 원주 한양정형외과를 다녀온 환자가 C형간염에 감염됐다는 첫 신고를 받았다며 보건 당국의 늑장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5일 오전 원주보건소 ‘C형간염 비상대책본부’에서 한양정형외과 주사기 관련 시술을 받았던 의심환자들이 채혈 검사를 받고 있다.

15일 오전 강원도 원주보건소에 마련된 ‘C형간염 비상대책본부’에는 채혈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검사 시작 한 시간 만에 대기번호가 100번을 훌쩍 넘었다. 이미 C형간염 판정을 받은 환자들 뿐 아니라 에서 해당 병원에서 주사기 관련 시술을 받았던 사람들 전부가 검사 대상이다.

보건소를 찾은 시민들은 해당 병원이 ‘뼈 아프면 가는 병원’으로 원주에서 유명했다고 입을 모았다. 채혈 검사를 받으러 온 한 시민은 “원장이 원주에서 초중고를 나온 토박이다. 피해자들 중에 지인도 많은데 친구 속여서 장사한거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주부 김모(50ㆍ여)씨는 “시어머니께 효도하려고 주사를 맞혀드렸다가 C형간염에 걸리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2014년 11월 ‘허리 아픈 것이 싹 가신다’는 해당 병원의 입소문을 듣고 한 대 10만원이 넘는 주사 시술을 시어머니께 해드렸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결국 C형간염 판정을 받고 말았다. 역시 해당 병원에서 주사기 시술을 받았던 김씨 본인과 남편 역시 의심환자다.

해당 병원에서 주사기 관련 시술을 받아 채혈 검사 대상이 된 이원화(50ㆍ여)씨는 “작년 초에 이미 신고가 들어간건데 보건 당국이 늑장대응한 것 아니냐. 서울 다나의원은 신속하게 조사하더니 여긴 지방이라고 뒷북치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원주보건소 관계자는 “1차 신고가 들어온 시점이 메르스 방역에 보건 역량을 집중할 시기라 어쩔 수 없이 기다려달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한양정형외과는 지난해 4월부터 “PRP 시술 후 잠이 계속 오고 몸무게가 급감하는 증세 끝에 C형 간염에 걸렸다”는 등 민원이 쇄도했다. 이에 병원 측은 원심분리기 등 의료장비를 처분하고 같은 해 5월 27일 자진 폐업했지만 원장은 인근 다른 병원에서 근무를 하다가 최근 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보건소는 2011~2014년 이 병원에서 PRP 시술을 받은 926명과 주사기 관련 시술을 받은 내원자 1만3973명 전부를 검사해 C형간염 감염 여부와 역학 조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을 방문한 환자 115명이 C형간염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01명은 치료가 필요한 ‘RNA(리보핵산) 양성’으로 확인됐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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