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냉전] (3) 강대국 각축장으로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016. 2. 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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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순식간에 중·러와 ‘갈등’…“한국외교, 나라 지킬 능력 있는가”

미국과 중국이 대북정책을 놓고 이견을 보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줄곧 미·중은 이 문제를 놓고 티격태격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미·중의 갈등은 북한 문제를 넘어 양국의 전략적 안보균형 차원 대립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여기에 동북아 안보 문제에서 미국과 철저히 보조를 맞추는 일본, 중국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러시아가 가세해 동북아 정세는 강대국 간의 체스판으로 변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4번째이며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로켓 실험은 6번째다. 이번 핵·로켓 실험에 대한 주변 강국의 대응이 과거와 달리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중·러 대 한·미·일’ 대립구도로 빠르게 옮겨간 이유는 각국의 세계전략이 동북아를 중심으로 충돌하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중국은 중화민족 부흥을 기치로 내건 ‘중국의 꿈(中國夢)’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거부하고 아시아를 중국 독자세력권으로 재편하려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이 같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펴고 있으며, 전후체제 탈각과 보통국가화를 노리는 일본이 미국과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으로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회복하려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펼쳐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는 각국이 북한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위해 협력하는 계기가 될 수 없다. 대신 강대국들이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북한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한반도는 이들이 각축을 벌이는 운동장이 되어버렸다. 특히 북한 위협을 빌미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려는 시도는 미·중·러 등 강대국들 사이에 억지력으로 걸려 있는 핵전략 균형을 무너뜨리고 군사적 긴장 고조와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강대국 간 대립구도 속에서 당사자인 한국의 외교적 행보가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한국은 순식간에 미·일과 밀착해 중·러를 적으로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3년간 대외적으로 내세웠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은 모두 사라졌다. 일본과의 관계가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렵게 축적해놓은 대중국 외교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는 데 필수요소인 남북관계를 회복 불가능 상태로 손상시켰다.

관료 출신의 한 외교소식통은 “모든 나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냉철한 계산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한국만 감정적이고 즉흥적 조치를 남발하고 있다”며 “북한 핵실험 이후 정부 대응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이 정부가 대외정책 비전이나 철학은 고사하고 나라를 온전히 지킬 능력이나 갖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한반도 정세 불안과 위기를 통해서만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독특한 나라”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북한만이 승자이고 나머지는 모두 패자”라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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