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분기만에 또 마이너스 성장..꽁꽁 언 소비가 직격탄

황형규 2016. 2. 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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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임금 4년연속 줄어..대외악재도 산적엔화 약세·유가 반등에 닛케이는 7% 급등
일본 3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두 분기 만에 또다시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중국 등 신흥국 경기둔화와 원유가격 하락, 유럽 경기불안이 주식·외환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실물경제 쇼크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등 특단의 경기부양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데도 성장률과 주식·엔화값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치면서 시행 만 3년이 지난 아베노믹스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4%(연율 -1.4%)로 역성장했다. 작년 2분기 -0.3%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3분기에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두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되돌아갔다. 기업 설비투자는 3분기(0.7%)에 이어 4분기에도 1.4%로 견고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0.8%로 크게 줄어든 것이 직격탄이 됐다. 3분기 개인소비는 0.4%로 플러스를 보이며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였지만 두 분기 만에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투자도 1.2% 줄어 네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면서 의류 판매 등이 부진했고, TV 컴퓨터 등 가전 판매도 예상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기업 투자여력이 아직 살아 있음에도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기업 수익이 투자 단계에서 머물고 있을 뿐 임금 인상을 통해 개인소득·소비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아베 신조 정권 들어 대기업 임금은 인상되고 있는 추세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작년에 0.9% 줄어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또 현재 60세를 넘은 단카이 세대 은퇴가 대규모로 진행돼 젊은 층 일자리는 여유가 있지만 단카이 세대의 정규직 일자리가 젊은 층 비정규직 일자리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어 높은 취업률에도 소비 여력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수출이 예상 밖에 0.9%나 줄어든 것도 충격이 컸다. 당초 민간에서는 플러스로 예상했지만 제조업의 미국 수출이 크게 줄었고, 이 여파로 운송서비스 증가율까지 둔화됐다. 대외환경 악화가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올 들어 중국 경기둔화와 유럽 금융시장 불안, 원유가격 급락이 가중돼 엔화값이 한때 달러 대비110엔을 찍을 만큼 강세로 전환된 상태여서 아베노믹스가 더욱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내각부가 이달 초 조사한 1월 소비자태도지수는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작년에 120엔 안팎을 유지했던 엔화값이 강세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경우 기업 수익도 직격탄을 맞게 되고, 설비투자마저 움츠러들 가능성이 있다. 이미 유가 하락·엔화 약세 효과 감소 등의 여파로 작년 4분기 상장기업 경상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 정도 줄어든 상태다.

닛케이는 "많은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이 1~3월(일본 회계연도 4분기) 실질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 혼란이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또 "일본 정부가 예상하는 2015년도(회계연도 2015년 4월~올해 3월) 성장률 1.2%를 달성하려면 1~3월에 전기 대비 2.15% 성장해야 한다"며 "달성이 아주 어렵게 됐다"고 내다봤다. 이날 닛케이 주가지수는 성장률 마이너스에도 불구하고 7.16% 폭등해 1만6022.58까지 치솟았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도 1.6% 떨어져 113엔 후반에 거래됐다. 이날 증시 폭등은 지난주 과도한 하락에 대한 반발 매수와 일주일 만에 문을 연 중국시장의 선방, 엔화값 초강세 완화 등이 겹친 덕분일 뿐 작년 2만선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당 엔화값도 작년 120엔 안팎과 비교하면 크게 절상된 수준이다.

일본 경제의 연이은 하락 조짐에도 아베 총리는 '경기 낙관론'을 고수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디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경제 펀더멘털도 견조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아베 총리는 기업 수익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중국이나 세계 경제 변동에 영향을 받기 쉬운 산유국과 신흥국 동향이나 시장 상황을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증시 불안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중국 경기 감속에 대한 염려, 원유 가격 하락, 미국 매출 동향 등 대외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며 외부 탓으로 돌렸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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