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밀려드는 '악재 홍수'..쓸만한 카드 없어 정부 발동동
◆ 재정·통화·금융 '정책절벽' ◆
정부는 이달 초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다시 인하하고, 재정을 앞당겨 집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니 부양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미니 부양책'에 그쳐 정책적인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당장 올 1~2분기 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출범 초기인 '유일호 경제팀'이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0일까지 통관 기준 수출은 전년 대비 27.2% 감소했다. 긴 설 연휴가 끼어 있었고 수출 물량이 월말로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기대 수준 이하다. 올 1월 수출은 전년 대비 18.5% 하락하면서 '수출 쇼크'를 경험한 바 있다.
그나마 소비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명절 변수'를 고려하면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월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9.6%, 대형마트 매출액은 13.4% 증가했다. 그러나 1·2월 실적을 묶어서 보면 수치는 내려갈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 1월에는 한파로 인해 작년보다 의류 매출이 크게 늘었고, 설 명절 수요 또한 작년보다 앞당겨진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며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하면 소비 흐름을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아직 1월 지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생산과 투자 또한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로는 1.3% 늘었지만, 전년 대비로는 1.9% 감소했다. 같은 달 설비투자 또한 전월 대비로는 6.1% 늘었지만, 전년 대비로는 -1%를 기록했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카드는 마땅치 않다.
우선 재정정책은 카드로 내밀기 어려운 형편이다. 올해 총예산은 386조4000억원으로, 이는 작년 추가경정예산(추경)상 지출인 384조7000억원에 비해 1조7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재정지출이 0.5%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정부가 올해 예산을 사실상의 '긴축'으로 편성한 것은 급격히 늘어나는 국가채무를 고려한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4년 35.9%, 2015년 38.5%(추경)에서 올해는 40.1%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양호한 수준이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문제다.
통화정책 또한 섣불리 추진할 입장이 아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금리가 이미 기준금리인 1.5%를 하회하고 있어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가계부채 증가, 자본 유출 확대 등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정책도 마찬가지다.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금융지원은 이미 발이 묶인 상태다. 저금리와 함께 무분별한 정책금융으로 진작에 퇴출됐어야 할 한계기업들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는 상태다. 여기에 가계부채 관련 대책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상승 흐름이 꺾였다.
결국 정부는 단기적인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현재 산적해 있는 경제 문제들이 한국의 개별적인 상황이라기보다는 대외 변수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을 쓰지 않는 것 또한 정책'이라는 말이 있다"며 "지금 섣불리 나섰다간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정책 여력만 소진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가 하강하는 원인이 단기적으로 끝날 이슈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반짝 대응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 대응이 중요한 게 아니라 2~3년 시계를 두고 한국 경제를 어떻게 성장하도록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전문가 제언
당장의 성장률 위해 정책 여력 쓰기보단 체질 개선에 나서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리한 정책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경제 앞에 놓인 악재들이 대부분 대외변수에 따른 것인 만큼, 얼마 남지 않은 정책 여력을 소진하는 것보다는 구조개혁, 기업 구조조정 등 경제의 질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추가적인 재정 확대는 추후에 하방 위험이 나올 때 해야 한다. 통화정책은 금리 인하 여지가 조금 있지만, 통화정책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2~3년을 내다보고 가계·기업의 부실 요인을 솎아내야만 예상치 못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거시경제 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책은 사전적이고 과감하게 하면 효과가 있고, 사후적으로 하면 성과가 약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진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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