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8% 고정.. 국민연금, 성과보수 기준 인하 추진

서민우기자 2016. 2. 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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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2%P 떨어졌지만 '허들레이트'는 요지부동저금리 기조와 안맞아 검토다른 연기금도 동참 유력.. 운용사 투자 숨통 트일듯

국민연금이 사모펀드(PEF)·벤처투자(VC) 운용사의 성과보수 지급 기준(허들레이트·Hurdle rate)을 현재 8%에서 상당 부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과보수는 이들 위탁 운용사가 일정 수익률을 달성할 때 받는 인센티브다. 국내 최대 앵커 투자자(LP)인 국민연금이 1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허들레이트를 낮추면 다른 연기금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운용사들의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현재 8% 수준인 위탁운용사(GP)의 허들레이트를 낮추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퇴임을 앞두고 PEF 등 위탁운용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행 성과보수지급 기준이 저금리 기조와 맞지 않게 너무 높다는 지적을 듣고 완화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는 내부 검토 과정을 거쳐 이날 임명된 강면욱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추진 사항으로 보고할 예정이다.

국내 주요 연기금(LP)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운용사들은 전체 투자액의 1~1.5%를 기본보수(관리보수)로 가져가고 허들레이트를 넘는 수익에 대해서는 초과 성과분의 20%를 인센티브로 받는다. 하지만 현행 허들레이트(8%)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장 관행으로 굳어져 10년 넘게 요지부동이다. 그 사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25~3.75%에서 1.50%로 2%포인트 넘게 떨어졌고 시장지표 금리인 국고채 3년물(12일 기준)은 1.475%로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PEF·VC 운용사들이 성과 보수를 챙기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투자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겉으로는 허들레이트를 운용사들이 자율적으로 제시하도록 돼 있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LP들이 운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평가하기 때문에 시장 내 분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를 모집할 때 아예 성과보수 기준으로 '내부수익률(IRR) 8% 이상일 경우 초과수익률의 20%, IRR 10% 이상일 경우 초과수익률의 30%를 가져간다'는 조항을 달기도 한다.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GP 입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내려갔다고 허들레이트를 내려서 LP에 제안하면 곧바로 경쟁에서 밀려 자금을 공급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허들레이트 완화에 나설 경우 PEF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내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허들레이트를 낮추면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우정사업본부·교직원공제회 등 PEF에 출자하는 주요 기관들은 운용사 보수 체계를 정할 때 국민연금의 사례를 참고하거나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PEF 운용사를 모집할 때 운용사들이 국민연금에는 허들레이트로 8%를 제시하고 다른 연기금에는 7%를 써낼 경우 당장 '왜 우리는 국민연금보다 안 좋은 조건으로 돈을 줘야 하느냐'고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기준이 사실상 국내 LP들의 기준인 셈이다.

허들레이트가 내려가면 운용사 입장에서도 지금보다 신중한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들레이트 지표로 활용되는 IRR는 매년 펀드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의 합을 현재 가치와 일치시키는 할인율로 투자 기간이 짧아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PEF 업계 관계자는 "IRR는 투자 기간이 짧을수록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성과보수에 집착할 경우 무리한 투자 회수에 나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IRR를 1%포인트만 낮춰도 운용사는 6~12개월 정도 투자 회수를 늦출 수 있어 신중한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 PE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 내 PEF 유동성이 지나치게 풀리고 이게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허들레이트 8%를 맞추기 더욱 어려워졌다"며 "자산가격이 커지면 당연히 기대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일정 부분 현실화가 이뤄지면 자금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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