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피스 시장의 굴욕

김태성 2016. 2. 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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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최장 15년 임대·2년 무료' 요구.."돈주고 임차인 모셔오는 꼴"
오피스 빌딩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매경 DB]
치솟는 공실률에 신음하는 국내 오피스시장이 '글로벌 호구'로 전락했다.

"어떻게든 공실만은 면해 보자"며 임차인 잡기에 혈안이 된 건물주가 많다 보니 입주 후 최고 2년까지 임대료 한 푼 내지 않는 동시에 인테리어비까지 요구하고 나선 글로벌 기업이 등장한 것이다. 올해 역시 작년 대비 1.6배에 달하는 새 오피스가 임대시장에 쏟아질 전망인 만큼 이같이 콧대 높은 업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5일 오피스빌딩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서비스드 오피스 기업인 위워크(WeWork)는 현재 임차기간 10~15년, 연간 3~5개월 렌트프리와 인테리어비 지원을 조건으로 내걸고 최근 서울 일대에 임차할 빌딩을 물색하고 있다. 특히 렌트프리는 가능하면 임대기간 초반에 몰아주기를 원하는데, 이렇게 되면 적어도 입주 후 2년간은 임대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명동과 삼성동 소재 빌딩 등 현재 임차계약을 협의 중인 서울 시내 빌딩 소유주들에게 이와 비슷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오피스시장을 아는 전문가들은 모두 이 같은 위워크 측 요구가 '경악할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평소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만큼 임차인에게 '퍼주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우선 일반적으로 5년인 임대기간을 10년, 3배인 15년까지 늘리는 것은 시간 경과에 따른 임대료 상승 여지를 상당 부분 포기한 셈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극히 일부만 빼면 어디든 혜택으로 내걸고 있는 게 렌트프리 서비스지만 불과 6년 전에는 일정 기간이라도 임대료를 안 받는 오피스빌딩은 서울에서 드물었다"며 "그만큼 부침이 심한 시장인데 10년 넘게 한 임차인과 임차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시장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주 직후 렌트프리 2년도 파격적이다. 최근 강남과 도심권역에서 많은 오피스 빌딩이 빈 방을 채우려는 고육책으로 1년 중 최장 6개월 렌트프리를 내놓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기에 인테리어비 지원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돈을 주고 임차인을 모셔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남효준 교보리얼코 LM팀 파트장은 "현재 국내 오피스시장은 완벽한 임차인 우위 시장"이라며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해 제2롯데월드타워와 파르나스타워 등 프라임급 빌딩 공급이 잇따르는 탓에 서울에 공급될 오피스 면적이 작년보다 62% 많은 56만9000㎡에 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어려운 국내 오피스시장 상황 때문에 임차기업 위치가 '절대 갑'으로 바뀌는 사례가 적지 않다. 3.3㎡당 100만원대, 최고 10억원 넘는 인테리어비를 전부 대는 것은 물론이고 매매가 절반 수준에 보증금만 받는 전세 계약을 하면서 임차인을 잡는 곳까지 나왔다.

입주사 최고경영자(CEO)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공짜 피트니스센터부터 내로라하는 맛집 유치에도 여념이 없다. 임차기업으로서는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몸값 올리기에 주력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임차기간이 끝나가는 기업은 'A빌딩에서는 이런 조건을 제시했다'며 현재 입주한 건물주를 상대로 '딜(deal)'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임차계약 갱신을 기존보다 임대료를 낮추거나 렌트프리 기간을 더 늘리는 등 더 유리한 임차조건을 위한 협상카드로 이용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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