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와이드] '명가재건' 노리는 맨유, 무리뉴가 정답은 아니다

엄준호 2016. 2. 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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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엄준호 기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올드 트래포드를 떠난 지는 한참 되었지만, 아직 그리움이 채 씻기지 않고 있다.

지난 27년 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이끌며 구단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은 퍼거슨 감독. 2013년 7월 이후 그의 그림자는 도통 지워지지 않는다. 에버턴에서 성공적인 감독생활을 이어온 데이비드 모예스, '명장' 평가를 받았던 루이스 판 할을 차례대로 선임했지만 정답을 얻지는 못했다.

올 시즌도 초라함을 만끽하는 중이다. 뚜렷하지 않은 전술, 모호한 용병술, 맨유 고유의 색을 잃어버린 채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판 할 감독이 2017년까지 계약 돼 있지만, 조기 사임 가능성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맨유가 그토록 원했던 감독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주제 무리뉴다. 지난해 첼시와 이별한 후 거취를 정하지 못한 그를 선임하려는 행보가 심상치 않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시즌부터 맨유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분석도 들려온다.

그렇다면 많은 팬들이 기대하는 바와 같이, 무리뉴는 길 잃은 맨유를 다시 일으켜 세울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잠시 기대치를 내려놓고 무리뉴 만이 능사가 아님을 생각해보자.

# 1. 무리뉴에게 4번째 시즌은 없었다.

맨유는 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닌 구단이다. 2014년 7월 미국 '월스트리트'는 맨유의 가치를 36억 달러(약 4조 3,488억 원)로 책정했다.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등 쟁쟁한 클럽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맨유는 이런 구단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린 클럽이기도 한 맨유는 장기적으로 팀을 꾸릴 후임을 물색해야 한다. 모예스를 선임할 당시에는 퍼거슨처럼 오래 팀을 맡아줄 것으로 굳게 믿었다. 하지만 현실이 이상과 다르다보니 그를 경질하고 판 할을 모셔왔다. 이마저도 탐탁지 않다.

퍼거슨처럼 장기적으로 팀을 이끌 후발주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무리뉴 선임이 최고는 아닐 수 있다. 그는 3시즌 넘게 한 팀에 머무른 적이 없다. 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딛은 벤피카 시절에는 3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UD레이리아, 포르투, 첼시, 인터 밀란 등을 거쳐 다시 첼시로 돌아오기까지 긴 세월이 소요되지 않았다.

# 2. 무리뉴와 긱스는 공존할 수 없다.

영국 현지 언론은 무리뉴 맨유 부임시, 라이언 긱스와 호흡을 맞추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리뉴는 자신의 오른팔 루이 파리아와 늘 동반했다. 파리아 코치는 무리뉴가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2001년부터 줄곧 그를 보좌했다. 2013년 다시 첼시로 부임할 때도 무리뉴의 곁에는 파리아 코치가 함께 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수석코치' 긱스의 자리는 없어지게 되는 셈. 차기 맨유의 감독으로 기대를 받는 긱스가 무리뉴로 인해 맨유를 떠나게 되면 마음에 상처가 날 수 있다. 그나마 맨유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긱스는 맨유에 잔류해 팀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

# 3. 그는 맨유 험담을 일삼은 장본인이다.

최근 K리그 클래식 FC서울이 장신 수비수 심우연을 영입해 큰 논란이 됐다. 7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한 그는 전북 시절 서울을 상대로 득점 후, '서울에서의 심우연은 죽었다'는 의미의 세리머니를 펼친 바 있다. 인터뷰에서도 서울에서의 시간은 헛됐다는 태도를 보여 서울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무리뉴의 사례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그는 맨유 험담을 일삼았다. "나는 맨유의 10% 예산인 FC포르투로 맨유를 박살냈다", "맨유보다 차라리 조류독감이 더 무서울 것 같다"는 등의 말로 비꼰 바 있다. 맨유로서는 무리뉴를 데려오려면 자존심을 버리고 그를 선임하는 격이다.

그럼에도 무리뉴는 현재 맨유가 선택할 수 있는 보기 중 가장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첼시 등에서 쌓은 업적은 분명 위대하다. 축구계에 몇 없는 가장 훌륭한 감독 중 한 명이다.

성벽이 무너져가는 것을 잠시라도 막으려면, 무리뉴 카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무리뉴 하나로 모든 게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건 아님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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