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대상 性범죄 급증.. 기소율 37% '여전히 솜방망이'

강승현 기자 2016. 2.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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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법 '무용지물'

정신지체인 진술 일관성 부족

가해자도 대부분 친족·주변인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경우 많아

지난 2015년 7월 지적장애 3급인 A(여·19) 씨를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68) 씨는 우연히 마주친 A 씨를 인근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데려가 성추행했다. 이 씨는 강하게 거부하는 A 씨를 성폭행하려 했지만, A 씨가 도망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재판에 넘겨진 이 씨에게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위력으로 간음하려 한 것은 죄질이 몹시 불량하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면서도 “위력의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 2011년 일명 ‘도가니법(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장애인 성범죄의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집행유예 처분을 받고 풀려나는 사례가 많아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장애인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여전히 낮은 것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유대관계가 한정된 장애인은 가해자들이 ‘친족이나 주변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처벌을 원치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인 B(여·35) 씨는 2014년 C 씨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혼인을 4개월가량 앞둔 어느 날 B 씨는 C 씨의 외삼촌 장모(46) 씨의 도움을 받아 신혼집을 구하러 다녔다. 그러나 장 씨는 갑자기 돌변해 B 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고 B 씨가 거부하자 “남편 C 씨와 같이 살지 못하게 하겠다”며 협박한 뒤 성폭행했다. 장 씨는 경찰에 붙잡힌 후에도 다른 가족들을 동원해 C 씨를 압박하는 등 죄질도 불량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재판을 담당한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는 장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예비 조카며느리를 위력으로 간음했고 수사기관에 그릇된 자료를 제출하는 한편, 친족을 동원해 조카를 압박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정한 처벌이 요구된다”면서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지체장애인은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거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범 현황’에 따르면 2010년 350명이었던 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범이 2014년 1236명으로 2.5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범에 대한 검찰의 기소율은 2010년 41.5%에서 2014년 37.1%로 오히려 줄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15일 “도가니법 시행 이후 관련 신고가 빗발쳐 수사를 확대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사건이 많아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등 기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장애인 대상 성범죄에 대해선 엄정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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