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맞춤형 선거광고' 미국 대선 판세 새 변수로

2016. 2. 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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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페이스북·트위터 ‘알고리즘 광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정치광고가 허용된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후보는 상대를 향한 막말과 비방을 쏟아내고 있는데, 소셜미디어에서 유권자별 ‘맞춤형 광고’로 진행되며 이번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의 페이스북.

“무슬림의 입국 봉쇄”, “멕시코 이민자는 성폭행범” 등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은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끌 정도다. 경선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트럼프와 경쟁하는 공화당 다른 경선후보들의 공격도 날로 독해진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테드 크루즈는 지난달 트럼프를 겨냥한 동영상 광고를 내놓았다. 미국 아이오와주 당원대회 경선을 위해 만들어진 ‘뉴욕 가치’라는 이름의 이 영상은 트럼프가 낙태에 찬성하는 ‘뉴욕식’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공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에는 특히 트럼프가 아이오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느냐며, 그가 “아이오와 사람들은 얼마나 멍청한가”라고 말했던 부분을 원래 맥락과 상관없이 편집해 넣는 저열함도 보였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선거운동 마케팅이다.

빅데이터 활용한 개인별 선거운동
상대후보 겨냥한 노골적 비방도
SNS 지인들 소식 사이 ‘쏙’



“관심사 기반 새로운 홍보방법”
“디지털 게리맨더링 수법” 논란

그런데 이 광고의 더 큰 특징은 내용보다 전달방식이다. 전례 없는 페이스북을 통한 대대적인 맞춤형 광고로 쓰였다는 점이다. 이 영상은 아이오와에 사는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에게 선별적으로 전달되었다. 옆집 아기의 사진과 친구의 생일 소식 등이 이어지는 페이스북 메인페이지 사이에서 트럼프를 사정없이 몰아붙이는 이 광고가 은근하게 삽입돼 전달됐다. 지난 1일 아이오와 당원대회에서 크루즈가 트럼프 돌풍을 꺾은 데에는 이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맞춤형 광고가 큰 힘이 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총 100억달러(약 12조원)의 판돈이 걸린 미국 대선 캠페인 시장에서 데이터 분석과 소셜네트워크가 최고의 승부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난달 28일 전했다.

페이스북과 함께 양대 소셜네트워크로 군림해온 트위터는 지난 11일 ‘이용자 맞춤형 타임라인’이라는 새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트위터에 접속할 때 당사자에게 중요도가 높은 트위트를 회사가 선정해 타임라인(메인페이지)의 가장 위에 노출하는 서비스다. 트위터는 “이제 언제 트위터에 접속하든 ‘나에게 중요한’ 트위트를 타임라인 최상단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설명대로라면 이용자에게 유용한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곧바로 논란이 제기됐다. 기존 트위터의 타임라인 게재 방식은 ‘시간 순서’라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가장 최근의 트위트가 가장 위에 노출됐다. 새 서비스는 중요도를 기준으로 순서를 바꾸는 변화인데, 구조상 중대한 전환이 된다.

과연 이 중요도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시간 순서는 이용자를 비롯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매우 투명한 기준이다. 하지만 중요도는 회사만이 알 수 있는 매우 불투명한 방식이다. 복잡한 알고리즘이란 수학 공식에 내 관심사를 내맡기는 방식이기도 하다. 회사엔 큰돈을 벌게 해줄 수단이 된다. 사용자가 눈여겨볼 소셜네트워크 최상단에 광고를 하고 싶은 업체들은 줄을 선 상황이다. 여기에 광고를 끼워넣을 적절한 명분과 알고리즘을 개발하기만 하면 된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매체 <매셔블>아시아판은 트위터의 노출정책 변경과 관련해 “회사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결정적 시기에 나왔다. 트위터가 타임라인 상단을 광고 자리로 팔게 할 것이라는 오랜 소문이 곧 현실화하리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맞춤형 광고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핵심은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에 있다. 지난달 페이스북은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자신의 광고 시스템이 선거운동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공개했다. 선거운동 캠프는 확보하고 있는 유권자의 전자우편 주소와 개인 프로파일(정치성향, 이름, 집주소, 전화번호 등)을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다. 그러면 페이스북은 이를 사용자 계정들과 비교·대조해서 누구인지 알아낸다. 운동캠프는 페이스북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목표로 하는 주에 거주하는 특정 성향·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확히 골라서 정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단 이런 개인정보가 운동캠프 관계자의 손에 건네지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 알고리즘(프로그램)만 들여다볼 수 있다.

인터넷에 적절하게 광고를 한다고 해서 그 영향력이 얼마나 될까? 이런 요소들이 모이면 알고리즘에 의해 대통령 당선자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는 선거 직전에 ‘투표하러 가야 한다’는 내용을 메인페이지 상위에 주로 보여주는 반면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는 맛집 정보 같은 것을 주로 보여준다면 어떨까?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선거에선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버드 로스쿨의 조너선 지트레인 교수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디지털 게리맨더링(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여론 형성에 큰 역할을 하는 네이버·카카오 등의 회사에서 알고리즘의 역할이 외국만큼 주도적이지는 않다. 정치인들의 인터넷 선거운동도 트위터를 통해 홍보하는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디지털 서비스 활용이 점차 확대되고 빅데이터 기술도 빠르게 발전·적용되면서 앞으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디지털 맞춤광고의 또다른 위험은 개인 취향에 따라 타기팅되기 때문에 소통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만 듣고 더 극단적인 성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낙원 서울여대 교수(언론학)는 <디지털 사회와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런 극단화로 인해 “우리 사회는 갈등이 심화되어 집단끼리 서로를 적으로 여기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인의 의견을 숙고하는 문화를 만들지 못하면 디지털 사회에서 트럼프와 같은 이가 돌풍을 일으키는 게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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