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글러브 태그 김광현, "아직도 후회됩니다"

이웅희 2016. 2. 1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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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14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가와 시영구장에서 열린 훈련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오키나와 |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오키나와=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SK 김광현(28)이 지난 시즌 빈 글러브 태그 논란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비난의 중심에 서며 심한 마음고생을 했던 김광현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후회’다.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한 행동이 시즌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김광현을 자책하게 만들고 있다. 주위에선 ‘이제 그만 털어내라’고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김광현의 심정이다.

김광현은 지난해 7월 9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8회 2사까지 1실점(비자책점)으로 역투했지만, 야구인생에 생채기를 내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0-0으로 맞서던 4회 2사 2루에서 삼성 박석민이 김광현을 상대로 내야 뜬 공을 쳤고, 마운드와 3루 선상 사이 절묘한 위치에 떨어진 공을 향해 김광현과 SK 3루수 김연훈, 1루수 앤드류 브라운이 모두 달려들었다. 바운드가 된 공을 향해 김광현과 브라운이 동시에 글러브를 내밀었고, 김광현이 2루에서 홈으로 달려들어오던 최형우를 글러브로 태그했다. 심판은 아웃 판정을 내렸고, 바로 공수교대됐다. 하지만 이후 당시 TV 중계 화면을 통해 김광현이 아닌 브라운의 글러브 안에 공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빈 글러브 태그 논란이 일어났다.

김광현은 당시 경기 종료 후 “태그를 위해 연속적인 동작을 한 것이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절대 일부러 속이려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적장이었던 삼성 류중일 감독도 “공이 글러브에 들어온 줄 알고 순간적으로 그랬을 것이다. 경기의 일부분이고,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이후 경기장에서 따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왜 입을 꾹 다물었을까. 14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가와 시영구장에서 만난 김광현은 “내가 그 때 무슨 말을 해도 다들 삐뚤게 들으셨을 것이다. 나도 변명만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계속 일이 커지며 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걱정돼 따로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면서 “강한 승부욕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렀던 것 같다. ‘내가 왜 그랬을까’, ‘공수교대 상황이 아니었다면, 상황이 그렇게 되진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한지 모른다. 후회해도 엎지러진 물을 되담을 수 없기에 너무 답답했다”고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애써 눌렀다.
야구 대표팀의 김광현이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한국과 미국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미국 타자들을 상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지고 있다. 2015. 11. 21. 도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한국의 우승으로 끝난 ‘프리미어12’에서 김광현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섰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 팬분들이 조금이나마 용서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잘하려고 의욕이 앞서서인지, 대회 초반에는 오히려 좋지 않았다. 그래도 중요했던 미국과의 결승전(선발등판 5이닝 무실점 승리투수)에서는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거 같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김광현은 늦었지만 본인의 입으로 그 때의 일을 다시 꺼냈다. 그는 “실망한 팬들에게 꼭 잘못 생각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있다. 이렇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려는 게 아니다.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야구장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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