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4배주면 자리줄게"..'빵집 알박기'도 기승

송지유|민동훈 기자|기자 2016. 2. 15.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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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500가구 이상 입주단지 16곳 중 대기업 빵집 입점 1곳 뿐..'중소 빵집' 현수막, 시세 4~5배 권리금 요구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민동훈 기자] [서울 500가구 이상 입주단지 16곳 중 대기업 빵집 입점 1곳 뿐…'중소 빵집' 현수막, 시세 4~5배 권리금 요구도]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이미 중소 빵집이 입점하기로 돼 있는데요.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권리금을 4배 주시면 계약자를 설득해 볼께요. 중소 빵집 있으면 500m 안에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는 입점 못하는거 알고 계시죠?"

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 점포개발팀 직원 A씨는 지난해 10월 경기 동탄2신도시 현장에서 분양업자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대규모 입주아파트 중심 상가에 신규 출점하려고 시장 조사를 나갔더니 분양 관계자가 수억원대 바닥 권리금을 요구했다. A씨는 "대기업 빵집 규제가 시작된 이후 대규모 입주 단지 입점이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며 "어렵게 신규 점포 개설지를 찾아내도 중소 빵집이 입점할 예정이라며 과도한 권리금을 요구해 출점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 신도시와 택지지구, 재개발 등 대규모 입주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른바 '빵집 알박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과점업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 계열 빵집이 중소 빵집 반경 500m 이내 신규 출점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빵집 입점이 예정돼 있거나 예상되는 상가를 미리 선점한 뒤 중소 빵집을 열겠다고 현수막을 걸어놓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나 가맹점주에게 시세보다 높은 권리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주단지에 대기업 빵집 '전무'…'빵집 오픈' 현수막 선전포고도=14일 머니투데이가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서울지역 500가구 이상 신규 입주아파트 단지내 상가 16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대기업 빵집이 입점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SPC그룹 '파리바게뜨'가 지난해 6월 입주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초포레스타2단지에 개점했고, CJ푸드빌 '뚜레쥬르'는 단 한 곳에도 문을 열지 못했다.

종전까지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 빵집은 중개업소, 세탁소, 슈퍼마켓 등과 함께 대단지 신규 입주아파트 단지내 상가 필수 입점업종으로 꼽혔다. 하지만 입주아파트 인근에 중소 빵집이 있거나 개점 예정일 경우 현재로선 대기업 빵집이 새롭게 들어설 방법이 없다.

지난해 입주한 서울의 한 뉴타운 단지내 상가. 1700가구가 넘는 대단지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유기농 빵집이 먼저 자리를 잡은 관계로 이 아파트의 단지내 상가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을 찾아볼 수 없다. / 사진=민동훈 기자

1700여가구가 입주한 서울 왕십리뉴타운 1구역에도 중심 상가에 중소 빵집 2곳이 입점하면서 대기업 빵집은 문을 열 수 없게 됐다. 왕십리뉴타운 1단지 인근 B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가 분양 초기 대기업 빵집 관계자들이 입점을 타진하다가 금액이 안 맞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소 빵집들이 스스로 문을 닫거나 거액을 주고 매입하지 않는 한 대기업 빵집 입점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가 준공되기도 전에 '빵집 입점예정'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한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경기 의정부 민락2지구 C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 상가에 맨 처음 중개업소가 들어서는데 빵집 현수막이 내걸려 의아했다"며 "이 중소 빵집이 먼저 자리를 잡으면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핵심상권이 아닌 외곽에 문을 여는 수밖에 없었다"고 귀띔했다.

◇갖은 협박에도 속수무책…소비자 불편도 심각=대기업 본사에 "자신의 빵집을 고액에 인수하라"며 협상을 제안해 오는 개인 사업자들도 많다. 보상금을 주지 않으면 출점 예정지 인근에 자신이 먼저 중소 빵집을 열어 사업을 방해하겠다는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2013년 제과점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던 당시 우려했던 부작용들이 실제로 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돈을 주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어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주요 신규 입주 단지에 대기업 빵집 입점이 막혀 가맹점 운영을 희망하는 자영업자의 영업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더 대표는 "동일한 면적의 상권이라고 해도 배후수요나 소비성향, 소득수준 등에 따라 출점 가능한 매장수가 다르다"며 "상권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500m 거리 제한을 두는 것은 정상적인 상권 형성을 막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송지유 기자 clio@,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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