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대체 부품' 왜 못쓰나?

이슬기 2016. 2. 1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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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이상돈(보험개발원 사고분석팀장) : "대체품 공급이 이뤄진다면 일반적으로 현재 공급되는 OEM(순정)부품 가격에 많게는 50%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하고..."

<인터뷰> 오인교(운전자) : "부품이 너무 비싸요. 정품이라고 하는데 뭐 별 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암튼 너무 비싸요."

<인터뷰>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 : "감히 부품사가 자사의 브랜드를 가지고 (부품을) 따로 생산을해? 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직도 있다는 부분들..."

<오프닝>

이 창고에 쌓여있는 물건들은 품질 시험을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 '대체 부품'입니다.

대체 부품은 순정부품보다 가격은 절반 정도로 저렴하지만 품질에는 차이가 없다고 정부 지정기관이 공식 인증한 제품입니다.

대체 부품을 사용하면 소비자들은 훨씬 싼 값에 차량을 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이곳에서 시험 대기 중인 제품들은 대부분 타이완과 중국산이고 국내산은 단 2건만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대체 부품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제대로 활성화가 안되는지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취재를 해 봤습니다.

경기도의 한 자동차 정비업체.

사고로 파손된 차량 수십대가 폐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수리가 가능하지만 부품값이 너무 비싸 차주들이 수리를 포기한 차량들입니다.

<녹취> 자동차 정비사 : "폐차되는 부분이 많죠. 어차피 차량가격이 부품의 6,70%를 차지하니까. 부품값이 세다보니까 수리를 못하고 폐차하는 부분이 많죠."

실제로 차량 운전자들은 차량을 수리할 때 부품값이 큰 부담이 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오인교(운전자) : "부품이 너무 비싸요. 정품이라고 하는데 뭐 별 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암튼 너무 비싸요."

<인터뷰> 강성호(운전자) : "부속하나 갈려고 (정비소에) 들어가면 보통 3,40만원은 예사니까 아예 엄두가 안 나요."

보험업계에서도 우리나라 차량수리비가 유난히 비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험업계 추산 차량 수리비용은 한 해 2조 4천억 원.

보험으로 처리하지 않는 비용을 더하면 훨씬 더 늘어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자동차 수리비가 비싼 이유를 대체부품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상돈(보험개발원 사고분석팀장) : "대체품 공급이 이뤄진다면 일반적으로 현재 공급되는 OEM(순정)부품 가격에 많게는 50%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하고..."

대체부품은 순정부품과 성능.

품질이 비슷하지만 부품업체나 납품업체가 독자상표로 생산한 부품입니다.

대체부품과 순정품의 가격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접촉사고로 파손된 한 수입차량의 견적을 뽑아봤습니다.

공임을 제외한 범퍼커버와 그릴, 후드패널, 펜더의 순정부품 4개의 원가는 182만 원.

하지만, 대체부품을 사용하면 범퍼커버는 67만 원에서 33만 원으로, 그릴은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후드 패널은 63만 원에서 31만 원으로 펜더는 4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가격이 내려갑니다.

대체부품을 사용하면 순정부품의 절반도 안되는 비용으로 수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공인된 대체부품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까.

전문기관에 의뢰해 범퍼커버 순정품과 대체부품의 같은 부위를 잘라 안전성을 시험해 보도록 했습니다.

잘라낸 범퍼커버를 측정 장비로 잡아당겨 인장강도를 측정했습니다.

시험 결과 두 부품 모두 인장강도가 합격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나머지 부품의 안전성도 순정품과 대체부품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범퍼 커버와 후드패널, 펜더 등은 오히려 대체부품의 인장강도가 조금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전용범(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연구위원) : "애프터 마켓(정비 시장)에서는 저가의 싼 부품도 유통될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우수한 품질을 가지고 있는 대체부품들이 인증을 받고, 인증부품으로 유통이 될 수 있게끔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이런 실험이 의미를 갖는 겁니다."

이처럼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싼 대체부품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월 '대체부품 인증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정부가 공인한 기관에서 범퍼 등 외장 부품 40개 품목에 대해 시험을 거쳐 대체부품을 인증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신현성(국토부 자동차운영과 사무관) : "수리비를 인하하고 또 보험비까지 경감한다는게 취지이고요. 이와 더불어서 국내 부품 산업을 활성화시킬수 있다는 그 부분에 취지를 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체부품 사용이 미국 수준으로 활성화되면 연간 5천억 원 이상의 차량 수리비 절감 효과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손해보험 업계 2위 업체인 올스테이트의 자료입니다.

차량 수리에 사용된 부품 가운데 29%가 대체부품입니다.

대체부품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인증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인증을 받고 시판된 대체부품은 BMW 부품 2종에 불과합니다.

3백여 종의 부품이 인증 절차를 밟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수입차용 부품입니다.

국산차 대체부품은 인증을 신청한 건수가 단 2건에 불과하고 시험을 받고 있는 부품은 아직 없습니다.

<인터뷰> 이상호(경제학 박사/차량 부품산업 연구) :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하면 소비자들의 어떤 선택권도 제한할 뿐만 아니라 결국은 소비자들의 이반에 의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본적인 구매력 자체가 약화될수 밖에 없는..."

부품업체들은 왜 국산차 대체부품을 생산, 유통하지 않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완성차 업체들이 '디자인 보호권'을 통해 대체부품 생산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디자인 보호권은 부품에 대한 디자인에 대해 20년간 독점적인 권리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부품에 대한 디자인 보호권 통계를 보면 수입차가 252건에 불과한 반면 국산차는 4,868건에 달합니다.

19배나 많습니다.

보호권의 상당수는 현대·기아차나 자회사인 현대모비스 등 현대 계열사에서 등록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필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해외에서는) 의장등록을 안 한다는 거죠. 안 해서 일반 부품사들이 편하게 에프터마켓용으로 쓸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도 하나의 약속이고... 의장등록을 하더라고 이 기간을 굉장히 짧게 잡아주는 겁니다."

지난해 말 디자인보호권의 효력을 3년으로 제한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특허청과 완성차 업계의 반대로 폐기됐습니다.

현행 법령에서는 결국 부품업체들이 로열티를 주고 '디자인 실시권'을 완성차 업체에게서 받아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부품업체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녹취> 부품업체 前 사장 : "(활성화되면) 부품업체들도 좋을 수 있죠. 근데 (완성차업체가) 그거 활성화 잘 안 시키려고 하겠죠. 물론 개발을 같이하지만, 제품의 개발에 따라서 개발과 도면에 대한 승인을 모기업이 갖고 있다고 봐야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거죠."

취재진이 접촉한 한 부품업체의 중간관리자 역시 대체부품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를 이른바 '갑을관계'에서 찾았습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4천여 개 정도인데, 완성차 업체를 정점으로 1차, 2차, 3차 부품업체로 내려가는 계층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품업체들이 대체부품을 생산해 거래선을 다변화하거나 자체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녹취> 부품업체 중간관리자 : "얘네들이 귀신같이 알고 실사단 오는 날 1차에서 상무나 이런 애들 막 공장장이랑 회사에 찾아와요. 무언의 압력이죠. 어디다 늘리게? 그럼 우리 것 더 불량 나는 거 아니야? 우리 것 적재적시에 대응 못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서 막 물건 다음 달에 더 나올 거 같은데 이러면서 막 압박을 해요."

<인터뷰> 김필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우리나라 수직구조 하청구조가 습관화돼있다는겁니다. 다 내 것인데 라는 이 슈퍼갑의 노릇을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죠."

이에 대해 국내의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인 현대 기아차는 대체부품 활성화로 인해 자사가 입게 될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하청 업체들의 대체부품 생산을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하청업체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디자인 보호권에 대해서는 현대기아차가 아닌 부품업체들이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면서 디자인 보호권이 약화되면 해외 저가 업체들의 국내 진출로 부품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타이완 등 해외에는 현대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대체부품을 생산하는 부품업체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해외에서는 디자인 보호권을 광범위하게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체부품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된다면 가격이 어느 정도일까.

취재파일K 취재진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타이완 부품 업체와 접촉해 국산 차종의 대체부품 가격을 알아봤습니다.

2006년식 현대 소나타의 범퍼커퍼는 16달러에서 25달러 선.

부가세와 환율을 고려해도 2만5천원에서 4만천원 정도로, 현대 모비스 순정품 가격의 절반 수준입니다.

2012년식 기아 K5역시 타이완 업체의 대체부품이 50% 가까이 더 쌌습니다.

<녹취> 타이완 부품업체 관계자 : "우리나라에서 정품에 비해서는 50%보다 훨씬 낮아요. 그렇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고. 그 시장이 열린다면 한국에다가 수출하고 싶어하죠."

대체부품 사용이 활성화되면 애프터 서비스 시장, 즉 차량 정비 시장도 활성화됩니다.

실제로 대체부품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국내 애프터 서비스 시장 규모는 완성차 시장의 5.6%에 불과합니다.

미국 34%, 독일 19.8%, 일본 13.5%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과 비교하면 애프터 서비스 시장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셈입니다.

대체부품 사용없이 순정품에만 의존하다 보니 부품산업의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은 겁니다.

이대로라면 성장 가능성이 큰 '대체부품'시장을 해외업체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인터뷰> 오병성(자동차부품협회 전무) : "모비스를 통해서만 유통을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 브랜드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지를 못해요. 그러니까 다른 나라들이 국산차의 대체부품을 만들어서 팔고 있어요. 시장을 빼앗기고 있죠."

대체부품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곳이 또 있습니다.

수입차 딜러들입니다.

실제로 BMW와 아우디폭스바겐, 포드 등 주요 수입차 딜러사 4곳의 정비수익은 지난 2014년 1,452억으로 지난 2012년에 비해 42%나 증가했습니다.

수입차 판매가 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 판매 이윤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량을 수리할 때 자기 회사의 순정품을 이용하게 하고 정비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 정비업체 관계자 : "(공식서비스)센터에서는 부품값으로 돈 남겨먹지 않습니까? 딜러사 안에도 각 딜러가 따로 있잖아요.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까 (판매에서는) 이득이 별로 없다고 자기들은 그러죠."

대체부품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부품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시장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차량의 외장도어와 금형을 만드는 부품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매출 6백억여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해외 수출로 올립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국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거래선 다변화에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신용문(신라엔지니어링 대표) : "국내 마켓은 5개 자동차 메이커가 있지만 그 한계라는 게 있습니다. 더 이상은 저희들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셰어가 없습니다. 그래서 좀 더 저희들이 볼륨(규모)도 높이고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노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부품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이런 기회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오병성(자동차부품협회 전무) : "완성차 업체만 바라보지 않고, 우리나라 부품제조사도 브랜드를 갖게 되는 거죠. 나의 브랜드를 갖고 내수시장에 진출하고, 내수시장을 근거로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는 그런 근거가 됩니다."

소비자에게는 수리비와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고 산업적으로는 자동차 부품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체부품 제도.

정부의 대체부품 인증제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슬기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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