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저임 노동자들 '생활임금' 꽃피다

2016. 2. 1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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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년만에 지자체 4곳중 1곳 확산
미화·경비직 등 ‘사람다운 삶’ 지원

서울시 성북구의 청사 청소 일을 하는 박용범(62)씨의 월급은 2009년부터 3년 동안 92만원으로 고정돼 있었다. 2009년에는 최저임금을 조금 웃돌았지만 2012년엔 최저임금에 못 미쳤다. 박씨를 고용한 용역업체는 월급을 올려주는 대신 “근무시간을 7시간으로 줄이고 1시간은 쉬라”고 했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었다.

박씨가 ‘주는 만큼’이 아니라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는 만큼’ 임금을 받게 된 것은 2013년부터였다. 성북구는 2012년 박씨를 포함한 미화·경비 용역업체 노동자 43명을 구 도시관리공단 소속 직원으로 직접 고용했고, 이어서 2013년 생활임금제 도입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 최저임금(시급) 4860원보다 1710원 많은 6570원이 생활임금 시급으로 결정됐다. 월급은 127만4000원으로 올랐다.

“전에는 한달에도 서너명씩 그만두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많고요. 식구가 많은 집은 여전히 부족하겠지만, 저처럼 부부만 사는 집은 살 만합니다.” 올해 성북구 생활임금은 월 158만5000원(시급 7585원·최저임금은 6030원)이다.

2013년 서울 성북구와 노원구에서 처음 시작된 생활임금제가 3년 만에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4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더불어민주당 산하 민주정책연구원의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한 ‘생활임금 실태조사’ 보고서와 행정자치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1월까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59개 광역·기초자치단체가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했고 이 중 51개 지자체가 실제 시행하고 있다. 59곳 외에 3곳도 도입 방침을 밝힌 상태다. 지자체 4곳 중 1곳 가까이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더민주 소속 지자체장들이 먼저 시행했지만, 현재는 경기, 인천 등 새누리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이끄는 지역에서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생활임금(living wage) 운동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사람다운 삶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아 미국, 영국 등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 생활임금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현재 준최저임금 수준인 생활임금 수준을 좀 더 높여 실질적인 생활임금이 되도록 해야 하고, 지자체뿐 아니라 지자체의 용역업체, 민간기업으로도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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