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업가로 변신하다 도망간 나치 수용소 간수, 고향서 92세로 사망

김재영 입력 2016. 2. 14. 21:45 수정 2016. 2. 1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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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예크=AP/뉴시스】2014년 7월 사진으로, 야콥 데징거가 크로아티아 동부의 고향 아파트에서 내다보고 있다. 나치 강제수용소 간수를 지낸 데징거는 며칠 전 92세로 사망했다. 2016. 2. 14.

【자그레브(크로아티아)=AP/뉴시스】김재영 기자 = 나치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경비병 전력을 숨기고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됐던 야콥 데징거가 92세로 고향 크로아티아에서 사망했다.

데징거의 가족은 14일 그가 하루 전 동부의 한 공원묘지에 안장됐다는 행정 신고을 냈다. 현지 언론은 데징거가 병원에서 사흘 전 사망했다고 전했다.

데징거는 유고에 속해 있던 현재의 크로아티아 땅에서 태어나 18세 때인 1942년부터 나치 친위대에 복무했다. 당시 크로아티아는 친 나치 괴뢰 정부 아래 있었다.

데징거는 나치가 점령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등 여러 죽음의 캠프에서 간수로 근무했다.

전쟁이 끝나자 데징거는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주에 정착한 뒤 플라스틱 업계의 잘 나가는 경영진으로 변신했다.

수십년이 흘러 연방 법무부가 그의 과거를 알게 됐다. 1989년 검찰 당국이 시민권 박탈을 준비하는 사이 데징거는 낌새를 채고 먼저 해외로 도주했다. 독일로 간 뒤 곧 크로아티아로 옮겼다.

미국에서 도망온 뒤에도 데징거는 65세 이후 미국인들이 받게 되는 노령연금을 꼬박꼬박 수령했다. 데징거처럼 미국에서 탈주한 후에도 수십만 달러의 사회보장 연금을 챙긴 나치 전범 및 친위대 전력 혐의자들이 수십 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AP 통신이 이 문제를 파헤친 덕분에 2014년 나치 전범 혐의자들은 미 시민권자로서 은퇴 후에도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1991년 유고 해체 직후 독립한 크로아티아는 2014년 데징거의 2차대전 경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나 그가 기소 당한 적은 없다. 데징거는 자신의 의혹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해왔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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