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새 먹거리'..'그린라이트'를 켜라

이성희 기자 입력 2016. 2. 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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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주목 받는 신재생에너지

위층에는 북극처럼 추운 얼음방을, 아래층에는 몰디브처럼 더운 열대방을 꾸몄다. 그런 다음 열대방에는 에어컨을, 얼음방에는 그 에어컨의 실외기를 설치했다. 아래층에서 에어컨을 켜면 위층 얼음이 녹는 구조로 만든 것이다. 그렇게 얼음이 녹아 생긴 물은 배수관을 통해 아래층으로 쏟아진다. 몇 년 전 TV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나비효과’ 편에서 보여줬던 지구 온난화의 원리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북극과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한 몰디브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12일 전 세계 195개국이 체결한 ‘파리 협약’은 이처럼 지구 온난화는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공감대에서 만들어졌다. 핵심은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1850년대) 이전과 비교해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스스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위해 에너지 신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도 신기후체제 출범에 맞춰 지난해 11월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 전략’을 내놨다. 전력 생산·판매 시장 개방, 기존 전력 시스템 체질 개선, 203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보급, 친환경 공정 확산,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활성화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위해 올해 1조2890억원 규모로 예산을 편성했으며, 범정부 기구인 ‘에너지위원회’를 통해 과제별 추진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인 8억5060만t 중 37%를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주목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석유와 석탄 등 기존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태양광이나 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한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2.8%였다.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2004년 620억달러에 불과했던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지난해 3290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445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주목받는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57GW(기가와트)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태양광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후변화 문제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친환경 에너지 사용 확대 정책이 시행되면서 저유가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태양광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68GW로 전망된다.

한화큐셀이 2013년 건설한 하와이 오아후섬 최대 태양광발전소 칼렐루아 재생에너지 파크(KREP). 한화그룹 제공

태양광을 주력사업으로 키워온 한화그룹은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한다. 태양광 사업부문인 한화큐셀은 충북 진천에 1.5GW 규모 셀 공장과 음성에 250㎿(메가와트) 규모의 모듈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 이렇게 되면 올해 1분기에 총 5.2GW 셀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돼 세계 1위를 확고히 하게 된다. 또 국내 최대 규모의 셀과 모듈 공장을 충북 지역에 구축해 충남(사업화)-충북(생산기지)-대전(연구·개발)을 잇는 태양광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LG전자가 지난해 독일 태양에너지 전시회 ‘인터솔라 2015’에서 공개한 태양광 모듈 ‘네온2’. LG전자 제공

LG그룹도 에너지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다. LG전자는 향후 3년간 태양광 사업에 5272억원을 투자한다. 경북 구미 사업장에 6개 고효율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을 증설해 생산라인을 총 14개로 확대하고, 1GW 규모인 생산능력을 1.8GW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2010년 처음 출시한 LG전자 태양광 모듈은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고 수준인 19.5% 효율을 자랑하는 태양광 모듈 ‘네온2’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여기에 LG화학의 ESS 배터리와 LG CNS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일 예정이다.

SK그룹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신에너지를 선정했다. 지난달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전담조직인 ‘에너지 신산업 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그룹과 각 계열사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초대 단장은 SK에서 에너지 사업을 두루 경험한 유정준 글로벌성장위원장 겸 SK E&S 대표가 맡았다.

현재는 사업계획을 구상하는 초기 단계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스위스 다국적기업 ABB 등의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 그룹의 장점인 정보통신기술(ICT)과 에너지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융복합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삼성SDI는 ESS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2020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6월 친환경차 ‘아이오닉’의 전기차 신모델을 출시하고 친환경 차종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자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며 “에너지 신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이벤트성 전략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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