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어난 이상화..꽃은 시들지 않았다
[경향신문] ㆍ작년 세계선수권 노메달 부진 털고 500m 금메달…‘개인통산 3번째’ 대기록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올림픽 2연패를 이뤄낸 ‘빙속 여제’ 이상화(27·스포츠토토)는 올림픽이 끝난 뒤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꾹 참아왔던 무릎 부상이 이상화를 괴롭히고, 이와 맞물려 이상화의 자리를 노리는 신진 세력들이 틈을 엿보기 시작했다. 올림픽 하나만을 보고 뛰어온 ‘여제’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2014년 11월21일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1차 레이스에서 이상화는 38초18의 기록으로 고다이라 나오(일본)에게 0.13초가 뒤진 2위에 그쳤다. 월드컵 10연속 금메달 행진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늘 1위가 익숙하던 그였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당시 이상화는 “솔직히 어떻게 매번 잘 탈 수 있나. 나는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기록이 안 좋아서 등수 안에 못 들 것이라 생각했다. 설령 1등을 못하더라도 남은 경기에서 홀가분하게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확실히 이상화의 말대로였다. 2013~2014 시즌 출전한 월드컵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휩쓴 이상화는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맞은 2014~2015 시즌에는 은메달, 동메달 등 ‘여제’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성적을 종종 냈다. 심지어 메달을 따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2014년 12월 서울시청과의 계약이 만료돼 무적 신세가 됐다. 그래도 시즌 후 월드컵 랭킹 1위는 이상화의 차지였다. 이상화가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절치부심하고 맞은 올 시즌 이상화는 경기 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10월 월드컵 시리즈에 나설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레이스 도중 흘러내린 암밴드를 떼어냈다가 실격 판정을 받아 자칫 월드컵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빙상연맹의 추천선수 자격으로 간신히 월드컵 500m에 나선 이상화는 지난해 12월 독일 인젤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를 마친 뒤 무릎 통증과 피로 누적으로 국내로 돌아왔다. 그리고 제42회 전국남녀 스피드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불참하며 월드컵 5차 대회 참가 자격도 놓쳤다.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 대표 자격을 주지 않는다는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탓이었다.
경기 외적으로 고생을 많이 한 이상화는 월드컵 무대에서도 엄청난 성장을 한 경쟁자들에게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장훙(중국)이 가장 위협적이었다. 장훙은 올 시즌 월드컵대회에서 이상화와 함께 가장 많은 4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상화가 출전하지 못한 월드컵 5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한 개 추가해 이상화를 랭킹 2위로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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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상화는 아직까지 세계 최고의 500m 선수다.
이상화는 14일 열린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859로 금메달을 따내며 다시 한번 500m 세계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노메달 충격을 깨끗하게 씻는 값진 금메달이었다. 3위를 차지한 장훙(75초682)과의 차이가 0.823초나 날 만큼 압도적인 레이스였다.
이번 금메달로 이상화는 세계선수권에서만 개인 통산 3번째 금메달을 따내는 한편 왕베이싱(중국)과 함께 세계선수권 역대 최다 메달 공동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상화의 메달 6개 중 금메달이 3개인 반면, 왕베이싱은 금메달 없이 은메달만 5개(동메달 1개)다. 순도는 이상화가 훨씬 앞선다.
이상화는 경기가 끝난 뒤에 “지난해 대회에서는 운동을 많이 못해 메달을 못 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늘 우승해 다시 정상에 올라 기분이 좋다. 빼앗긴 메달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상화는 지난달 스포츠토토 빙상단에 입단하며 그동안 무던히도 속을 태웠던 소속팀 문제마저 해결했다. 이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앞으로 달리는 일만 남았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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