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판본 시집' 바람 일으킨 김동근 소와다리 출판사 대표

김남중 기자 2016. 2. 1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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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시상품처럼 만든 시집 소장하거나 선물로 인기"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지난 4∼10일 1주일간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시집 두 권이 보인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4위,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15위에 올랐다. 백석 시집 ‘사슴’은 지난 2일 예약판매를 시작했는데,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만 첫날 2500부가 팔려나갔다.

세 시집은 모두 초판본이다. 수십 년 전 출간된 시집 초판을 찾아내 표지나 활자, 제본 등을 옛 모습 그대로 재현했다. 서점가에 ‘초판본 시집’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1인 출판사 ‘소와다리’의 김동근(39) 대표를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지난해 11월 말 ‘진달래꽃’을 시작으로 ‘사슴’까지 세 권의 초판본 시집을 제작했다. 각각 얼마나 팔렸나?

“‘진달래꽃’은 4만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5만부 정도 판매됐다. ‘사슴’은 이달 말 출간되는데, 현재까지 예약판매만으로 1만부가량 팔렸다.”

-시집으로는 근래 본 적이 없는 판매량이다. 더구나 세 권이 다 수만 부씩 팔린다는 게 놀랍다.

“서점에서도 놀라고 있다. 시리즈라는 게 뒤로 갈수록 판매량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복 구매가 많다. 초판본 시집 구매자 10명 중 3명은 반복구매, 재구매로 파악된다. 10권, 30권 산 사람도 있다.”

-왜 같은 책을 또 산다고 생각하나?

“책들이 팬시하다. 소품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서 읽고 싶어 사기도 하지만, 소장하고 싶어서 사고, 선물용으로도 산다. 구매자 대부분이 20대 여성이다. 책이 예뻐서, 주변에 선물하고 싶어서 사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초판본 시집을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경쟁 때문이었다. 문학 출판을 해보자고 했을 때, 내가 아무리 책을 잘 만든다고 해도 민음사를 어떻게 이길 것이며 펭귄클래식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그래서 처음 나온 그대로 디자인을 해보자, 그러면 소수의 특별한 취향을 가진 독자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큰 욕심 없이 시작했다는 건데 시장 반응에 많이 놀랐겠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솔직히 사람들이 왜 초판본 시집을 좋아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젊은이들에게 옛날 것, 처음 나온 것에 대한 애정이 있구나, 그리고 예쁜 책, 소장하고 싶은 책에 대한 수요가 있구나, 그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초판본 시집을 만들 때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팬시적인 면에 집중하고 있다. 디자인에서 팬시하고 앤티크하고 빈티지한 느낌이 나도록 하고 있다. 원본과 비슷하게 가되 너무 낡아 보이지 않게, 헌책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세월감을 느낄 수 있게 신경을 쓰고 있다.”

-한 권에 9800원이다. 책값이 싼 편인데.

“책이 많이 팔린 이유 중 하나가 저가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싸면 안 산다. 특히 젊은 학생들이 책을 주로 구입하는데, 만원이 적은 돈이 아니다. 계속 9800원을 고수하려고 한다.”

-초판본을 계속 내나?

“내고 싶었던 것은 거의 다 냈다. 앞으로는 영미나 일본문학도 내보려고 한다. 지금은 이상의 책을 작업하고 있다. 이상의 소설하고 시를 묶어서 내려고 하는데, ‘조광’ 등 잡지에 발표됐던 글을 당시 모습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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