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사드 레이더 중국 위협..미국 의도 누구나 다 안다"

2016. 2. 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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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드 배치 논란/ G2 갈등으로 번진 북핵 갈등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와 북한 핵·미사일 발사 대응을 둘러싼 미-중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급기야 국제무대에서도 원색적인 비판을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2일(현지시각)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작심한 듯 비판을 퍼부었다. 왕 부장은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케리 장관의 요구에 “제재는 끝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뒤 곧바로 “사드 배치 논의를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드 배치가 중국 안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회담 보도자료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 케리국무와 뮌헨서 재회
‘대북 역할론’ 미 요구 일축하며
“사드 한국배치 분명히 반대”

언론 인터뷰선 더 격앙
사드를 “항장무검” 고사 빗대
‘중국 노린 미국의 칼춤’ 비판

왕 부장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사드의 엑스(X)밴드 레이더는 탐지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대륙 한복판까지 이르러 중국의 전략적 안보에 직접 해를 끼친다”며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국면을 틈타 중국의 안보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이 직접 사드의 엑스밴드 레이더 성능을 언급하거나 미국의 사드 배치 의도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 외교부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언급해왔다. 왕 부장의 언급은 미국에 쌓인 짙은 불신이 담긴 것이다.

왕 부장은 이 인터뷰에서 두 개의 고사성어까지 동원해가며 미국에 날을 세웠다.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劒 意在沛公·항우의 조카 항장이 칼춤을 추는 속내는 유방을 죽이는 데 있다), ‘사마소지심 노인개지’(司馬昭之心 路人皆知·사마소의 야심은 누구나 다 안다). 칼춤을 추며 유방의 목숨을 노린 항장이나, 위나라 황제를 살해하고 권좌에 오른 사마소를 언급하며 미국에 ‘눈 가리고 아웅 하지 말라’고 한 셈이다. 또 “사드가 한반도 방어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통사람도 다 안다”고도 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기존 북핵 해법에 더해, “중국의 정당한 국가이익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부분을 새로 언급했다. 앞으로 북핵 대응 과정에서 사드 등 중국의 안보 이해를 침해하는 부분은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신화통신>은 14일 평론에서 “미국과 한국은 사드 배치가 최근 북한의 도발 때문이라고 내세우지만 여러 해 전부터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전략에 따른 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하려 한국에 사드를 강권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미 미국은 중국을 향한 전방위 압박에 들어가 있다. 미국 의회는 12일 행정부 재량에 따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단체로 제재를 확대할 수 있는 북한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북한과 무역·금융 거래가 많은 중국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15~16일엔 캘리포니아주의 서니랜즈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정상을 초청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위협론을 부각할 전망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북핵 갈등이 미-중 대국 갈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핵 문제뿐 아니라 동북아 질서 전체에 관한 두 나라의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중 외교차관 16일 서울회동

한편 제7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16일 서울에서 열린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수석대표로 한 이번 전략대화에서는 “북한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관련 대응 방안을 중점 협의할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전했다. 현실적으로는 사드 배치 문제가 가장 뜨거운 현안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이제훈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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