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ISA 대전] ISA 판매 '칸막이' 없앴다..은행 vs 증권 150조 쟁탈전

박동휘/이유정 입력 2016. 2. 14. 19:09 수정 2016. 2. 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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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4일부터 판매 은행 "투자일임업 진출로 숙원 풀었다" 증권 "자산운용 전문성으로 승부걸 것" 일임형 ISA 이르면 4월 온라인 가입 가능

[ 박동휘/이유정 기자 ]


금융위원회가 증권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은행과 증권사가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소비자 혜택뿐 아니라 시장도 커질 수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투자수단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재산형성 기회를 제공하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대비 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 ISA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ISA 시장을 수백조원 규모로 키워 은행 통장에 잠들어 있는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내 실물경제에 윤활유로 활용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는 엄격한 은행과 증권사 간 칸막이가 어렵게 도입한 ISA를 활성화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봤다. 은행은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다는 법 때문에 은행에선 일임형 ISA를 판매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신탁형 ISA를 팔 수 있긴 했지만, 신탁형은 운용 지시를 가입자가 해야 하고, 금융회사는 모델 포트폴리오조차 제시할 수 없어 전문가에게 자산을 맡겨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한다는 ISA 취지에 맞지 않았다.

소비자 편익 차원에서도 은행과 증권사 간 칸막이를 허무는 게 나았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이번 절충안이다.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되 일임형 ISA 상품으로 제한하도록 한 것이다. 금융위는 증권사의 반발을 감안해 은행이 고객 돈을 받아 주식,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형태의 일임업은 여전히 제한하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은행과 증권) 모두를 만족시키는 개혁은 없다”며 “유일한 판단 잣대는 금융소비자들이 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간 가입금액이 2000만원이고, 5년 가입기간 약정을 지켜야 하긴 하지만 ISA는 200만원 한도에서 투자 순소득에 대해 세금 면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혜택이 큰 상품이다. 은행과 증권 양쪽 모두 상대방의 고객을 뺏어올 수 있는 기회인 데다 잘만 하면 수익성이 거의 없는 예·적금 등에 묶여 있는 신규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SA를 통해 시중자금을 주식 및 회사채 시장으로 끌어들여 기업 자금줄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계획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는 ISA 제도를 먼저 도입한 영국의 사례를 감안해 국내 ISA 시장 규모가 시행 첫해엔 약 24조원, 5년 후엔 150조원가량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정에 따르면 5년 후인 2021년 총 계좌 수는 1000만계좌다.

다음달 14일 ISA 상품이 정식 판매되기까지 한 달이나 남았지만 은행과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반엔 은행 우세를 점친다. 지난 1월 말 기준 은행과 증권사의 전국 지점은 각각 7318개와 1217개로 은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일임형 상품에 한해 온라인 가입을 허용, 증권사의 지점 부족 핸디캡을 메워준다고는 하지만 초기엔 방문 가입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취급상품도 증권사와 같은 데다 고객 접점에서도 우위인 은행이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주된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론 자산운용 전문성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승패는 결국 운용실력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는 2001년부터 랩어카운트를 통해 일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자산운용)시스템 개발 등 전문성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 증권 간 경합으로 ISA 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것이 정부 의도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조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게 변수다. 세금 혜택을 보자고 5년간 목돈을 묶어두려는 서민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 투자일임업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에 대해 투자자로부터 위임을 받아 자산을 대신 관리해주는 금융업으로 지금까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에만 허용됐다. 프라이빗뱅킹(PB) 등 투자자문업은 가입자에게 조언만 하고 투자실행은 가입자가 직접 한다는 점에서 일임업과 다르다. 일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한해 은행에도 판매가 허용됐다.

■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ndividual savings account. 한 통장으로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과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 ELS 등 파생결합상품에 분산 투자할 수 있어 ‘만능 통장’으로 불린다. 투자자 성향별로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몇 가지 정형화된 모델 포트폴리오를 골라 가입하면 된다. 유형은 운용 지시를 가입자가 직접하는 신탁형과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길 수 있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가입한도는 연 2000만원이다.

■ 랩어카운트

wrap account.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종합자산관리서비스로 대표적인 일임형 상품이다. 자문형랩은 주로 주식에, 펀드랩은 여러 펀드에 나눠 투자한다. 다양한 상품군에 분산 투자하는 것으로는 종합자산관리형랩이 있다. 가입 한도는 없으나 주로 가입금액 1억원 내외의 거액 자산가가 이용한다.

박동휘/이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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