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중국이 영향력 행사를" vs 왕이 "사드는 中 겨냥한 칼춤"

이진명,박만원 2016. 2. 14. 1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뮌헨 안보회의..G2, 대북 제재 놓고 갈등"中 기존 대북접근법 작동안했다"美의회 고강도 제재北과 거래하는 中기업까지 제재..美 압박에 中 반발

◆ 한반도 긴장 고조 ◆

북한은 물론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도 제재할 수 있는 고강도 대북제재안이 상·하원을 잇달아 통과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서명만 남겨놓음에 따라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12일(현지시간) 북한에 초강력 제재를 가하는 대북제재 강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10일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하원에서 찬성 408표, 반대 2표로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은 곧바로 법안을 행정부로 이송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주 초 공식 서명하면 곧바로 발효된다.

이 법안은 역대 대북제재 법안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조치를 담고 있다.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의회 차원에서 초강경 대응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무엇보다 중국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대북제재에 대한 의지가 종전과 다른 점이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국이 대북제재에 미온적일 경우 미국 정부가 언제든 나설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미 정부는 현재 "중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은 작동하지 않았고, 따라서 우리는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응할 수는 없다"는 강경 방침 속에서 중국에 대북제재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미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무릅쓰고 3자 제재 카드를 꺼내 들거나 미 의회가 정부에 강제로 중국에 대해 제재에 나서 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적용하도록 추가로 입법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의회는 보통 이란처럼 제재 대상 국가를 특정해 제재 법안을 마련한 뒤 행정부에 포괄적 재량권을 주지만, 행정부가 제재 권한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않으면 추가 입법을 통해 재량권을 줄이고 제재를 강제로 부과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법안에는 북한을 주요 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할지를 180일 이내에 보고하도록 규정한 내용도 있는데, 미 정부가 북한을 주요 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하면 애국법 311조에 따라 미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 독자제재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오히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두고 미국과 한국을 성토하고 나섰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해달라"고 촉구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독자제재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로 국한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왕 부장은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면서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기 위해 안보리 차원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케리 장관에게 한·미 간 사드 배치 논의에 대한 중국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왕 부장은 "미국이 기회를 틈타 중국 안전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지역의 평화 안정에 새로운 요소를 가중시켜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선 고사성어를 인용해 한국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초패왕 항우의 사촌인 항장이 적장 유방을 초대해 향연을 열고 칼춤을 춘 것은 유방을 죽이려는 의도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북한 제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라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또 "사마소지심 로인개지(司馬昭之心, 路人皆知·위나라를 집어삼키려 한 사마소의 야심은 모두가 안다)"라며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를 비꼬았다.

푸잉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보다 미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 주임은 13일 뮌헨안보회의 패널토론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하겠지만 미국의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푸 주임은 이어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과 미국은 종전한 것이 아니라 휴전 상태이며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정상적 관계에 접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두둔한 발언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