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籍'은 여전히 일제시대..족보없는 땅 여의도 16배

이한나 2016. 2. 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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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 진행 국토 0.6%뿐..일본은 53%소유권 다툼 年660건·재산세 누락 528억원드론·자율차 시대, 공간 기초정보도 없는셈
우리나라 토지의 지번과 좌표 등을 등록한 지적(地籍)이 아직도 일제시대 상태로 남겨진 채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누락된 토지 면적이 국토 전체의 0.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표본조사를 통해 파악된 이 같은 누락 비율을 남한 국토 전체(9만9720㎢)에 단순 적용하면 무려 48.6㎢에 달해 여의도 면적(2.9㎢)의 16배가 넘는다. 지적이 누락된 토지는 각종 관련 세금 부과 대상에서도 빠지게 되며, 미래 기술 변화에 대비한 공간 정보 인프라스트럭처 개선 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심각한 저해 요인으로 지목된다.

14일 국토교통부 지적재조사기획단이 2012년부터 작년까지 조사한 사업지구 707개 가운데 534개 17만191필지, 241.682㎢를 표본으로 확인한 결과 '지적재조사사업용'으로 확정한 필지 수는 17만4799필지로 기존보다 4608필지(2.7%)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확정 면적은 241.800㎢로 종전에 비해 0.118㎢(0.49%) 증가했다. 표본조사 사업지가 전체 국토 면적의 0.24%에 불과한 만큼 누락 토지 면적을 단순 추산하면 여의도 면적(2.9㎢)의 16배가 넘는 48.6㎢가 지적 재조사로 추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적과 지형 간 차이가 있는 지적 불부합지가 국토 면적의 15%임을 고려해도 최소한 여의도 면적의 2.5배(7.29㎢) 규모 토지가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종이 기반의 도해지적은 정확도가 낮아 측량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 소유관계를 보여주는 지적도와 실제 지형을 표현하는 지형도 간 차이로 소유권 다툼이 벌어지거나 건물 신축 계획이 취소되는 사례도 벌어진다. 1대1200 축척인 도해지적의 경계 구분선 하나가 실제로는 12㎝ 안팎이어서 소유주가 불분명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으로 2006년 준공된 경기도 용인택지개발지구에서는 성남시와 용인시 경계 토지가 지적공부에 중복 등록돼 택지 개발에 따른 보상비가 11억원 추가 집행된 바 있다. 또 충남 서산과 인천 부평 등에서 지형과 지적이 맞지 않는 '지적 불부합'으로 인해 재산권 행사 관련 집단민원과 소송 등이 잇따랐다.

앞서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지적 재조사의 파급효과에 대해 용역 연구한 바에 따르면 지적재조사사업을 통해 공시지가가 4.78% 추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필지에서 지적과 지형이 차이가 나는 지적 불부합지 구성 비율(15%)을 적용할 경우 27조4000억원에 달하는 지가 상승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 재산세도 528억원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추정이다.

디지털화하지 않은 지적이 실제와 달라 발생하는 지적 불부합 문제는 재산권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문제다. 한국토지공법학회에 따르면 이해당사자 간 토지 경계 다툼 등으로 인해 연간 소송 비용이 4000억원에 달하고 1200억원의 경계 측량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5년간 한국국토정보공사의 관련 민원도 연평균 660건에 달한다. 2010년 361건, 2011년 680건, 2012년 901건, 2013년 600건, 2014년 711건, 2015년 704건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지적 디지털화 수준은 지적 불부합지 554만필지의 4%에 불과해 전체 국토 면적의 0.6%도 안된다. 일본(53%) 대만(60%) 캐나다(70%) 등 선진국보다 크게 뒤처진 셈이어서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올해부터 지적 재조사 2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관련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드론과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공간 정보의 기초인 지적 정보가 정확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진척이 없다. 국토부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별도 사업기금을 조성하는 안과 토지 소유자들에게 별도 수수료를 책정하는 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2012년부터 2030년까지 지적 재조사를 완성하기 위한 사업비는 총 1조3000억원 규모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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