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디폴트위기說 .. 찻잔속 태풍? '제 2리먼' 전조?
◆ 혼돈의 글로벌 시장 ◆
도이체방크발 유로존 은행 파산 불안감 속에 유로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까지 나서 "원리금 상황이 걱정거리가 못 된다"며 도이체방크 방어에 나섰지만 다음날에도 매도사태는 이어졌다. 주가가 나흘여 만에 40% 가까이 대폭락을 했다.
시장에서 아무도 도이체방크의 원리금 상환 약속을 믿지 않자 도이체방크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2일 도이체방크가 54억달러(6조5232억원) 규모의 자사 채권을 아예 시장에서 사들이기로 결정한 것. 이처럼 현금상환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주자 도이체방크 주가는 이날 12% 가까이 폭등했고 유로존 은행주들도 덩달아 급등하면서 유럽증시도 큰 폭 반등에 성공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를 비롯한 유로존 은행주 폭락사태와 관련해 "심리적 숙취(psychological hangover)에 시달리는 투자자들의 공포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경기 둔화, 유가 폭락 등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투자심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유로존 은행 파산설 속에 도이체방크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부도' 사태가 오버랩되며 은행주 대량 투매라는 집단적인 히스테리로 연결됐다는 얘기다.
최근 경기 둔화로 세계 금융업 전반이 실적 감소 추세지만 도이체방크가 유독 타깃이 된 건 최근 저조한 실적 때문이다.
지난해 도이체방크는 67억9000만유로(9조3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7년 만의 적자였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증가다. 지난해 도이체방크는 투자은행부문 자산가치 하락과 소매금융부문 자회사 포스트뱅크 매각 등으로 58억유로(8조원)를 상각했다. 해외에서도 리보 조작, 환율 조작, 러시아 돈세탁, 이란과 불법거래 등 각종 금융스캔들에 연루되면서 과징금과 소송비용으로 52억유로(7조원)를 손실로 미리 잡았다.
이 같은 실적 악화 속에 금융위기 이후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 강화에 맞춰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한 코코본드(CoCo bond·조건부자본증권) 이자를 지불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공포가 순식간에 확산됐다. 코코본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만들어진 하이브리드채권(자본·부채 속성을 모두 갖는 채권)이다. 평소에는 채권이지만 이번처럼 은행이 큰 손실을 내는 등 특정한 상황에서는 자본으로 전환되거나 이자지급이 중단된다.
다수 전문가들이 최근 도이체방크 사태가 사실(Fact)이 아닌 투자심리와 감정(Sentiment)에 휩쓸린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유다. 바클레이스은행의 제레미 시지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작년 실적 역시 대부분 예상 범위 안에서 손실이 났다"며 "이 같은 대량 매도를 불러일으킬 만한 뚜렷한 재료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확실한 악재도 없지만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호재도 없다는 점이다. 당장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마이너스 금리'만 해도 은행 수익에 직격탄이 될 게 뻔하다. 도이체방크의 지난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83억3000만유로에서 하반기 75억5000만유로로 9.4% 줄었고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파생상품에 대거 투자한 점도 도이체방크의 손실을 추가로 확대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독일에 비해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국가 은행들로의 위기 전염도 우려된다. 도이체방크뿐 아니라 스페인 산탄데르와 이탈리아 유니크레딧은행 코코본드 금리도 급등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도이체방크를 비롯한 은행 투매사태가 완전히 진정되려면 결국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 회복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용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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