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거미줄 판매망'vs증권 '자산관리 노하우'.. 150조 ISA시장 격돌

양철민·지민구기자 2016. 2. 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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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일임' 만능통장, 은행에도 허용모델포트폴리오에 상품별 편입비중 30% 이하로은행 "자산운용 부문서 다양한 실험 가능해져"증권 "시행까지 오랜시간 소요.. 경쟁력 앞서"

오는 2020년까지 150조원(금융투자협회 추정)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을 놓고 은행과 증권 업계가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게 됐다. 금융 당국이 ISA 관련 일임형 상품을 시중은행도 판매할 수 있게 길을 터줬기 때문이다.

일임형 ISA란 고객이 직접 투자 내용을 결정하는 신탁형과 달리 금융사가 투자 판단을 고객으로부터 위탁 받아 자금을 재량껏 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임형 ISA 가입을 원하는 고객은 금융사가 마련해놓은 모델 포트폴리오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금융위원회의 방안에 따르면 각 금융사는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를 5개 유형으로 구분한 뒤 유형별로 2개 이상의 모델 포트폴리오(초저위험은 1개)를 구비해야 한다. 각 포트폴리오에서는 한 가지 금융상품 편입 비중이 30% 이하여야 하며 예금이나 펀드·파생상품과 같은 특정 상품군의 편입 비중 또한 50%가 넘지 못하도록 해 다양한 상품이 담길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은 또 분기에 1회 이상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신탁형 ISA에는 예·적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원금 보장형 상품이, 일임형 ISA에는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수익 추구형 상품이 주로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측은 이번 일임형 ISA 판매 허용을 반기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비록 ISA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가 허용되면서 은행들로서는 자산운용 부문에서 이전까지 해보지 못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졌다"며 "이번 일임형 ISA를 시험대로 삼아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자산운용 경쟁력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폭넓은 영업망을 바탕으로 ISA 시장 장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은행이 ISA를 판매할 수 있는 창구는 7,300여개로 1,200여개에 불과한 증권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고 판매 인력 규모에서도 은행(9만3,000여명)은 증권사(2만3,000여명)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노하우를 내세워 ISA 관련 시장에서의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이 판매 통로는 넓지만 투자자의 자산을 직접 관리해본 경험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랩어카운트 상품 등을 통해 오랫동안 투자자에게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한 금융투자 업계가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에 투자 일임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규정 개정이 ISA 제도 시행 뒤 이뤄지고 이후 모델 포트폴리오 등록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도 증권사에 유리한 요인이라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분석이다.

은행의 일임형 ISA 허용 문제를 둘러싸고 은행과 금투 업계는 수장들 간 설전이 오가는 등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지난달 "은행에 투자 일임업이 허용되면 투자자에게 여러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밝히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이에 맞서 "은행에 투자 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 금융업 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무엇보다 핵심 먹거리인 투자 일임업 시장을 은행권과 나눠 가질 경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 증권사 측의 반발이 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의 일임형 ISA 판매가 가능해진 것은 국민 재산 불리기라는 ISA 도입 명분에 증권 업계가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위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 재산을 늘리자는 ISA 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해 은행권의 요구를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은행이 ISA 외에 포괄적 투자 일임업 자격을 얻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가 금융사의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을 통해 일임형 ISA 상품에 가입하거나 해지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도 이번 합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양철민·지민구기자 chop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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