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까지 막힌 현대아산 생존몸부림

윤진호 2016. 2. 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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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아산만은 포기 못해"..국내사업 비중확대·인력감축 지속
"8년째 수십억 원 이상 영업손실. 대외적 상황으로 인한 핵심사업 중단. 유동성 위기에 빠진 모기업."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아산' 이야기다. 정상적인 대기업이라면 이런 계열사는 매각을 하거나 기업파산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14일 재계에 따르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룹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도 '현대아산만은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창립된 현대아산은 회사명에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호가 있는 만큼 범현대그룹 혼이 담긴 기업이다. 정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고, 금강산 관광선을 출항시킨 직후 만들어져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은 현대가 장사를 하는 단체가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 분투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집단이 돼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현대아산은 그 이념으로 남북 상생·공영을 선도하는 민족기업, 남북 경제 공동 번영·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국민기업이라는 비전을 갖고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때문에 현정은 회장이 현대아산을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고 덧붙였다.

정 명예회장 유지와 더불어 현정은 회장 남편인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도 대북사업 관련 수사를 받다 세상을 떠난 바 있다. 현대아산이 현대그룹 내에서 단순한 회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적자 늪에 빠진 이후에도 현대아산을 이어가기 위한 현 회장과 현대그룹의 노력은 끊이지 않았다. 중단 당시 1000여 명에 달하던 직원은 8년 만에 200여 명으로 줄었다.

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불확실한 대북사업보다는 안정적인 국내 사업 비중을 끌어올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1073억여 원 중 75%가량을 국내 건설 부문에서 냈다.

현대아산 국내 건설 사업수주 규모는 2008년 1159억원을 기록한 후 부침이 있었던 2011년(314억원), 2014년(620억원)을 제외하고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안정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공공 부문에서 수익성 공사 선별 수주와 일정 물량 지속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민간 부문도 단순 도급사업, 개발 신탁사업, 도급 재정비사업, 지역주택조합 등 리스크가 작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이던 2007년 현대아산의 영업이익은 197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사업이 중단된 해 54억원 적자로 돌아선 영업이익은 2009년 323억원 적자로 확대됐다. 이후 2010년 232억원, 2012년 94억원에 이어 2014년에는 28억원까지 낮췄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영업손실 39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남북경협사업을 포기할 수 없어 국내 사업에서 선전하면서 생존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며 "금강산 관광 중단 직후 수백억 원에 달하던 영업손실 역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십억 원대로 줄였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역시 현대아산 대주주였던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조치를 취했다. 현대그룹 내에서 재무구조가 가장 건전하고, 사업 전망도 좋은 현대엘리베이터로 현대상선 지분을 모두 옮겨놓은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1월 현대상선의 현대아산 지분 33.79%를 인수한 후 올해 1월 말에도 33.79%를 추가로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과 현대그룹이 현대아산만큼은 끝까지 끌고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사실 국내 대기업 중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곳은 현대그룹 말고는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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