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샌더스를 원한다" 변화·혁신 갈망 '광주 민심'
(광주=뉴스1) 윤용민 기자,신채린 기자 = 한파가 다시 찾아온 14일 오후 '빛고을' 광주에서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광주의 명동이라 불리는 충장로에서 만난 시민들의 정치 민심은 날씨만큼이나 냉랭했다.
광주 서구에 사는 윤순영(29·여)씨에게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당' 중 어디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대뜸 "우리도 좀 미국 대선처럼 다양하고 또 새로운 후보가 나와서 돌풍을 일으켜주면 안됩니까, 우리 나라에는 샌더스같은 사람이 없는겁니까?"라고 반문했다.
답변을 머뭇거리는 사이 윤씨는 두꺼운 외투에 달려있는 모자를 쓰며 "무슨 응팔(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도 아니고 맨날 옛날 노래 부르던 사람들만 데리고 와서…암튼 더민주든 국민의당이든 다 관심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이제껏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사들로 광주 민심을 끌어 올리는 것은 힘들다는 얘기였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거셌다.
충장로 인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만난 서모(31)씨는 "(문 대표는) 부산사람이라 호남 쪽에는 아예 관심이 없지 않았느냐"며 "버티다 버티다 도저히 안될 것 같으니까 그제서야 사퇴하고…지금 야권 분열의 책임은 전부 문재인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성민(45)씨도 "문재인 머리 속에는 온통 대권 밖에 없는 것 같다. 민생이나 일자리 문제 등 그 어떤 이슈 파이팅도 하지 못하고 마치 지사적인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하는 것에 진짜 실망했다"고 비난했다.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망도 상당했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서 만난 김승호(26·경영학4년) 학생은 "지금 미국에서 20~30대 유권자들의 90%가 샌더스를 지지한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우리한테도 그런 매력적인 후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광주에서도 예전에 노무현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를 밀어주며 바람을 일으키지 않았냐"고 말했다.
질문을 이어가려하는 순간 옆에 있던 신예린(22·경제학3년) 학생이 "우리가 원하는 건 샌더스인데 문재인 대표는 예전에 국보위에서 일했던 김종인 같은 사람이나 영입해 많이 실망했다"며 "그러나 안철수 의원 역시 별다른 명분없이 문재인과 싸워서 탈당했고, 탈당 이후에 영입한 인사들도 전혀 새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한 번쯤은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 서구 양동시장 어귀에서 야채를 파는 양모(57·여)씨는 "순천에 이정현처럼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 살림살이가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한 당이 너무 오래해먹으니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진짜 중요한 '먹고 사는 문제'에 딱히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야권을 싸잡아 쏘아붙였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야권의 심장부 '광주'를 놓고 벌이는 주도권 경쟁에서는 국민의당이 근소한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일보가 설 연휴를 앞두고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3일 광주·전남 지역 유권자 1014명(광주 446명, 전남 5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8.2%)에 따르면 응답자의 42.9%가 4·13 총선에서 지지할 정당으로 국민의당을 꼽았다. 더민주의 지지율은 28%에 그쳐 국민의당에 14.9%P나 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새누리당은 9%, 정의당은 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껏 총선과 대선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왔던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결과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전남대학교 오승용 연구교수는 "아직까지 광주 시민들은 어느 쪽에도 마음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천과정에서 후보들이 정해지면, 광주 시민들은 분명히 전략적인 투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 교수는 "광주에서는 8:0 또는 7:1의 구도로 표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혁신과 변화를 갈망하는 광주시민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가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sal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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