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인사이드] 잇따르는 직장 내 자살..대법원 "자살도 업무재해" 인정 추세

이유정 2016. 2. 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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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살이 주요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직장 내에서 목숨을 끊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법원은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라며 업무상 재해를 쉽게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관련 소송이 잇따르자 최근 대법원은 자살에 대한 업무상 재해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 중학교 교사 A씨는 2012년 9월 학교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A교사는 그해 3월 교내 학교폭력 문제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주관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피해자 부모들이 '교육청에 진정을 하겠다'고 항의하고, 가해학생 6명에게는 강제 전학 조치가 내려지게 됐습니다. A교사는 동료 교사에게 “제자들을 지켜주지 못 했다”며 자책하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족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 보상금을 신청했지만 공단이 거부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1ㆍ2심은 “ A씨의 상황은 사회 평균인을 기준으로 도저히 감내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아니었다”며 자살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 달 “업무 스트레스 외에 A씨에게 자살 동기가 없다”며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A교사가 평소 활달하고 책임감이 강한 편이었으며, 사망하기 전까지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사망 당일 주변에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한 뒤 곧바로 자살한 점도 업무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 경북 지역 리조트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B씨는 2010년 8월 객실에서 사망했습니다. B씨는 사망 직전 객실과 주방을 관리하는 부서에 신규 배치됐습니다.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팀장에게 일을 독촉 받거나 사무실에 책상도 없이 리조트 내 전기실·기계실·프론트·주방을 옮겨 다니며 잡무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객실 손님에게서 심한 욕설을 듣고 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1ㆍ2심은 “자살할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는 아니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지만,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이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B씨가 평소에 건강했고 우울증을 앓은 전력이 전혀 없는 반면 해당 팀에 발령 받고 갑작스럽게 하는 일이 달라져 자존심에 손상을 입었고, 상사와 마찰을 겪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에도 대형 건설사 부장 C씨가 영어 스트레스로 회사 옥상에서 뛰어내린 사건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을 인정했습니다. C씨는 사망 직전 해외 공사현장 팀장으로 파견 돼 영어 공부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었습니다. 1ㆍ2심은 “영어 스트레스는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가 아니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해외 파견 직후부터 C씨가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렸고, 이로 인한 불안과 우울증이 생긴 것이 인정되므로 업무상 재해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불과 몇 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추세입니다. 2012년 대법원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회사의 권고로 퇴직한 후 자살한 택시기사 D씨 사건에서 “자살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것”이라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D씨의 사망에 영향을 미친 우울증은 D씨의 내성적이며 꼼꼼한 성격, 지나친 책임의식, 예민함 등 개인적 소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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