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성과 없어 켕기는 사람이 유승민으로 자기 방어"

최선욱 2016. 2. 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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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당내 계파 간 힘겨루기 끝에 ‘공천 칼자루’를 쥔 인물이다.

공천위원회가 꾸려지기 전 김무성 대표는 위원장 자리에 법조인이 앉기를 원했고, 친박계는 4선 경력으로 4ㆍ13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당시 이한구 의원을 밀었다. 4일 이 위원장 임명 이후 공천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계파간 충돌로 해석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13일 인터뷰에서도 유승민 의원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이 말하는 부적격자ㆍ저성과자에 대한 공천 배제 계획이 이른바 ‘유승민 찍어내기’로 평가받는 것에 대한 불만 표시다. 그는 “유 의원이 ‘비박계의 상징’이 돼서 그런 말을 하는 거냐”며 “19대 국회에서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스스로 켕기니까 유승민을 끌어내 자기방어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4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계파 갈등은 언론이 지어낸 얘기”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100% 국민경선이라는 건 없다” “전략공천은 안 하지만 개혁공천은 해야 한다”는 등 비박계를 자극할 만한 표현을 숨기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14일 4차 공천위원회 회의를 열어 공천 탈락자 기준을 추가로 논의했다.

-이번 공천 심사에서 현역의원의 몇 %가 부적격자로 분류된다고 보나.
“그건 논의해봐야 안다. 지금 공천위원장으로서 ‘몇 %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창선 공천위원장은 40~50%를 물갈이 한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그렇게 말한 건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더민주는 50% 이상 물갈이 해야 하지 않나. 그 사람들(더민주 의원) 19대 국회 마비시켜왔는데. 50%로 충분하겠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람은 부적격자로 분류하나.
“그것도 논의해봐야 한다. 어떤 사람을 부적격자로 볼 것인지 대해선 소위원회에서 토의하고, 그 다음 전체회의에서 결정하는 단계를 거친다.”

-위원장으로서 바라보는 부적격자 기준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그건 위원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할 문제다.”

-‘양반집 도련님’ 같은 사람은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말은 했잖나. 무슨 뜻인가.
“양반이라는 것은 신분사회에서 기득권을 챙겨 먹고 사는 사람이다. 자기는 일 안하면서, 실제로 일한 사람이 갖다 바친 것을 챙겨 먹는 사람이 양반이다. 물론 양반들 중에선 공부 열심히 하고 나라 걱정도 하면서 공익적인 일을 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거기에 ‘도련님’까지 붙으면 더 심하게 일을 안하는 사람을 뜻한다. 진지한 자세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솔선수범하지도 않는 사람은 빼야겠다. 기득권에 의존해서 사회 기여도 안하고 자기 편하게 잘 사는 생각만 가진 사람이 국회에 많으면 안되는 거 아닌가.”

-그런 양반집 도련님이 지금 새누리당 의원 중에 많다고 보는 건가.
“제법 있다.”

-그 양반집 도련님이라는 말이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 의원이 그렇게 대단한가. 비박의 상징이 돼서 그러는 건가. 비박으로 불리는 사람은 언론이 만든거다. 나는 비박계랑 유 의원을 연결시키지 못하겠다. 어쨋든 나는 저성과자를 친다(공천 탈락)고 했다. 그런데 그걸 두고 ‘유승민을 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건 웃기는 얘기다. 저성과자랑 유 의원이 무슨 상관이 있나. 유 의원이 비판 받을 게 많이 있지만, 성과가 없어서 비판 받는 건 아니다. 스스로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켕기니까 유 의원을 끌고 나와 자기 방어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몇 석 얻을 것으로 예상하나.
“지금은 알 수 없다. 김무성 대표는 180석이라고 목표를 얘기했는데. 나의 목표를 묻는다면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선거가 끝난 뒤 경제ㆍ안보 분야에서 국가적인 위기가 올 수 있다. 그때 정치적인 안정을 확보하지 못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래서 여당이 아주 많은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에게 크게 어필을 해야한다. 어필도 못하면서 많은 의석만 차지하겠다고 하면 안된다.”

-지금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어필을 못하고 있다고 보는 건가.
“어필한다고 보는 사람이 있나. 그래서 공천을 개혁해야 한다. 그 개혁공천을 한다는 것은 나와 함께 일했던 의원들의 목을 치는 일이다. 나도 어쩔 수 없어서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총선 출마(대구 수성갑)를 선언했으면 당이 한 석을 더 안정적으로 챙기고, 본인도 어려운 일 맡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면 개혁도 못한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맡지 않으면 누가 할 것 같은가. 나의 당선을 위한 선거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해서 불출마를 결정했다. 공천위원장 하려고 출마 안한 건 아니고.”

-그렇다면 총선 승리 전략을 개혁공천으로 내세우겠다는 뜻인가.
“당연하다. 국민들은 19대 국회를 분노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출마하면 어떤 정당이 승리하겠나.”

-공천위원장으로서 ‘목을 치겠다’고 말하면, ‘공천권을 국민에게 드리겠다’는 당의 메시지와 충돌한다.
“당헌ㆍ당규에 나와 있는 것을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한다고 이미지 충돌이 일어난다고 보면 안된다. 국민이 봤을 때 ‘새누리당에선 형편없는 사람들만 나온다’고 하면 그게 무슨 국민공천ㆍ국민경선인가.”

-완전국민경선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 말은 당헌에 없는 얘기여서 그렇다. 당헌에 '100% 국민경선하라'고 나와있지 않다. 우선추천ㆍ단수추천이라는 제도가 분명히 있고, 부적격심사도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어떻게 100% 국민경선이 되나. 김 대표도 당헌을 몰라서 ‘완전국민경선’이라 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표현을 그렇게 할 뿐이다.”

-전략공천이라는 용어 역시 당헌에 없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옛날식의 전략공천은 없는 게 확실하다. 그런 단어 조차 당헌ㆍ당규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개혁공천은 해야겠다. 물론 당헌ㆍ당규상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통해서다. 현역보다 불리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 최대한 공천 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다. 현역 프리미엄이 크면 공평한 경선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 신인들이 불리한 조건에서 싸우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얘기다. 또 정치적 소수자는 최대한 등용시키도록 노력하겠다.”

-정치적 소수자는 누구인가.
“가능한 한 새 시대에 맞는 인물을 말한다. 우리 당엔 변호사가 너무 많다. 지금 이 세상에서는 변호사가 할 일보다 문화 창달, 창조적 기술 개발, 세계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와줘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그런 능력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조건을 최대한 만들어보려 한다. 그러려면 시원찮은 사람은 잘라야 하지 않겠나.”

-‘시원찮은 사람’은 지역 경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으로 도태시키자는 게 상향식 공천의 취지 아닌가.
“뜻은 좋은데, 지금 국민들은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지 못하고 있다. 그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정당이 일단 판단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부적격자는 빼겠다는 얘기다.”

-‘과거 공천은 권력자가 좌지우지 했다’는 김 대표 발언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다.
“과거에 권력자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2012년 국회선진화법 통과를 예로 들어서 김 대표가 말한 박근혜 대통령 관련 권력자 발언은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이미 나왔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때 했던 공천도 일일이 본인 뜻대로 모든 것을 정했던 수준은 아니었다.”

-이번에 비례대표 공천엔 개입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지역구 공천 관리만 하기에도 벅차다.”

-그렇다면 비례대표는 권력자에 의해 순번이 정해질 위험이 커지는 것 아닌가.
“최대한 공정하게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권력자라는 말도 여러 측면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책임의식을 갖고 당이 잘 되도록 의사결정하는 권력자는 필요하지 않나. 사익을 추구하는 권력자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권력자는 무조건 사람도 아닌 존재인 것처럼 얘기하면 안된다.”

-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데 박 대통령의 뜻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건 최고위원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로선 알 수 없고, 아무 소리도 안하고 있었다.”

-위원장직과 관련해 직ㆍ간접적으로 청와대에서 연락받은 적 있나.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그건 나에게 질문할 사항이 아니다. 위원장 맡는 게 좋은 일인줄 아는가. 힘 있는 자리면 뭐하나. 악역을 해야 하는데.”

-그럼 몇 차례 고사하다가 위원장직 수락했나.
“당이 위기에 처해 있어서 고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 내에서 여러 요소들을 감안해서 알아서 했을 것으로 본다. 내 입장에선 힘든 자리라는 걸 알지만 4선까지 한 사람이 힘든 일이라고 발을 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맡았다.”

-친박에게 유리한 공천 결정이 내려질 거란 우려가 있다.
“언론이 마음대로 진영을 만들어서 갖다 붙이고 있다. 나는 개혁공천을 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기득권 수호층은 걸러낼 수밖에 없다. 그것 역시 내 맘대로 할 순 없고 사전 합의을 봐서 하겠다. 그런데 왜 이 과정에서 친박ㆍ비박 구분이 나오나. 20대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은 당이 정한 바에 따라서 가려내자는 게 나의 뜻이다. 나 혼자만의 역할도 아니다.”

-그렇다면 최근 최경환 의원의 대구 ‘진박 투어’ ‘진박 마케팅’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최 의원 나름대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거다. 공천위원장을 안 맡았다면 할 얘기는 있지만, 당직을 맡은 사람이 개별 의원 활동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

-김 대표와 부딪친다는 해석을 피해갈 뜻은 없나.
“나는 그냥 바른 길로 갈 뿐이다.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겠다. 이런 저런거 다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공천을 받는 데 돈이 많이 든다는 지적이 있다. 심사료 100만원에 당비 180만원을 내고, 나중에 여론조사 비용도 스스로 지불해야한다. 새 인물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지 않을까.
“돈이 많이 들어도 국민에게 가까이 가는 길은 그것뿐이다.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다. 공천 받은 다음 본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돈이 더 들텐데, 경선 비용 아깝다고 생각하면 선거 자체에 나오면 안된다.”

-위원장으로서 갖고 있는 20대 총선의 의미가 있다면.
“경제ㆍ안보ㆍ사회가 총체적으로 위험해져가고 있다. 이런 위험 대응하려면 이번에 국회의원 정말 잘 뽑아야 한다. 상향식 공천 과정에서도 당원과 일반국민들이 잘 해주셔야 한다. 매수 당하지 않고, 개인적 인연이나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경선에서 제대로 된 인물이 뽑히지 않으면 공천위에서는 더 이상 개입할 여지가 없다. 국민경선ㆍ국민공천이 자리 잡으려면 유권자의 역할이 매우 크다.”

최선욱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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