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무엇이 세계 경제 발목을 잡고있나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2016. 2. 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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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초과 지준에 이자 지급 결정.. 저금리 효과 없앤 왜곡된 인센티브금융기관 대출·기업 투자 의지 꺾어

지난해 세계 경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해를 맞았다. 선진국에서 실업자가 2007년보다 1,200만명이나 늘어 4,400만명가량에 이르렀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물가상승률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선진국 성장률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매우 놀라운 일이다. 자본 시장의 개방으로 자본이 자유롭게 유출입되면서 국제적으로 리스크를 공유할 수 있고 거시경제적으로 변동성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정책 대부분이었던 중앙은행들의 긴축재정과 양적완화(QE)는 개인 소비나 투자,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을 뿐이었다.

미국의 QE는 소비와 투자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대부분의 추가유동자금은 초과지급준비금이라는 명목하에 중앙은행의 금고에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금융규제완화법'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중은행들의 초과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서 연준의 QE가 무력화됐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 금융권이 붕괴 직전에 몰리자 같은 해 긴급대책으로 '긴급경제안정화법'이 제정됐다. 여기에는 연준이 시중은행들의 지준에 대한 이자 지급 유효기간을 3년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그 결과 연준 금고에 들어오는 초과 지준이 폭증해 2000~2008년 평균 2,000억달러였던 연준의 초과 지준은 2009~2015년 1조6,0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금융기관들은 실물 경제에 돈을 빌려주기보다는 연준의 금고에 두는 것을 선택해 지난 5년간 30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이 리스크 없이 발생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던 저금리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잘못된 인센티브 때문이다. 7년간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실시된 QE는 선진국의 교육·사회적 분야와 인프라의 투자와 대출을 촉진했어야 했다. 또한 유엔의 '2016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의 민간 투자가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채권발행은 크게 늘었다. 보통 기업들은 이를 통해 고정투자에 나선다. 하지만 초저금리로 막대한 자금을 손쉽게 빌린 기업들은 자사의 주식을 매입해 주가를 올리거나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결국 QE는 기업 레버리지와 시가총액, 금융상품 수익성만 촉진한 것이다. 이는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연준은 은행의 대출 의지를 무력화하는 왜곡된 인센티브 대신 초과 지준에 벌금을 물리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초저금리가 선진국에 주는 이득이 매우 적었던 반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경제에는 더 큰 피해를 가져왔다.

중앙은행이나 금융권 누구도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유동성 홍수는 실물경제를 탄탄하게 하기보다는 금융자산 가격을 올리고 자산 거품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증시가 급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속가능하고 폭넓은 성장을 약속하는 정책들이 있다. 이는 시장경제의 규칙을 새로 쓰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다. 더 큰 평등을 보장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며 효과적인 규제와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금융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 방법이다. 또한 인프라와 교육·기술 부문에 대한 대규모 공공투자도 필요하다. 공공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은 탄소세 등 환경세나 독점세 등을 부과해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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