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출연한 홍용표 장관, 북한 재정구조도 모르나?

이경태 2016. 2. 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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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자금을 핵개발에 전용?.. 전문가들 "근거 밝혀야"

[오마이뉴스 글:이경태, 편집:장지혜]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자금을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했다는 정부의 주장이 갈수록 옹색해지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4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 "개성공단 임금은 달러 현금으로 지급되고 근로자에게 바로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서기실이나 당 39호실로 들어간 돈은 핵·미사일,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일 공개 발표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에서 발표한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자금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 근거는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당 서기실로 들어간 달러와 무기 개발에 쓰였다는 돈이 어떻게 연관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파악되고 있다"라고만 답했다. "구체적인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보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하기는 굉장히 어렵고 제가 알고 있던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즉, 홍 장관은 개성당국 임금이 북한 노동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 당국에 전달된다는 사실만 '추가'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인 북한의 현실상 당연한 일을 마치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호도한 셈이기도 하다.

개성공단 임금만 당 서기실 상납되는 것 아닌데, 왜?

당장, 통일부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만 봐도 홍 장관의 주장은 그 근거가 빈약하다.

통일부는 "북한은 당·정·군이 나서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외화는 당 39호실과 서기실에 보관되어 핵·미사일개발 및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면서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과 기타 비용은 미 달러 현금으로 지급되고 있으며 이는 북한 근로자가 아닌 북한 당국에 전달되고 궁극적으로 여타 외화와 같은 흐름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밝혔다.

즉,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벌어들인 외화도 당 39호실이나 서기실로 이관, 보관시킨다는 얘기다.

통일부는 당 39호실이나 서기실로 이관, 보관한 외화를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다른 형태로 지급한다는 설명도 '친절히'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근로자의 경우에는 우리 기업들이 전달한 미 달러 현금이 아닌 '북한 원화'와 생필품 구입을 위한 '물표' 형태로 일부만 주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 노동당으로 이관되는 것이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곧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는 뜻이 아니란 얘기다.

홍 장관이 언급한 '정보자료'에 대한 신빙성 문제도 다시 제기된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개성공단 임금) 이 중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있다고 확인된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개성공단 임금을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했다는 근거가 문서 등으로 공개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라 단순한 '정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통일부는 지난 10일 개성공단 임금 전용 문제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 당시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자금으로) 얼마가 들어갔다고 확인된 부분은 없으나 우려는 있었고, 그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즉, 확인하지 못한 우려를 근거로 개성공단의 문을 닫았다는 설명이었다.

이로 인해 '확인되지 않은 억측을 갖고 개성공단을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이틀 뒤 인 12일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라고 말을 바꿨다. 다만, "공개할 수 있는 자료였다면 벌써 공개를 했을 것"이라면서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 (관련 기사 : 개성공단 돈 용도, 계속 말 바꾸는 통일부)

"월급 대신 쌀 사달라고 할 정도였는데 그 돈으로 핵개발 했다니"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조치가 정확한 근거 없이 이뤄진 것임을 방증한 것이라 비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시절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보아하니 통일부가 말하는 정보 출처가 일부 탈북자들의 '카더라' 통신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확하게 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렇다는 것인지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성공단 임금의 70%가 당 서기실로 상납한다는 정보가 있고 그것이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증거의 일부라는 통일부의 말은 재정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이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구체적으로 "북한을 여행할 수 있는 미국 시민권자가 달러를 내면 (북한의) 여행사, 음식점, 호텔 등에서는 (노동자에게) 현물로 임금을 지급하거나 아니면 북한 원화로 환전해서 보수를 지급한다"라며 "이 때 미국 시민이 낸 달러는 어떻게 됐을까, 얼마든지 통일부처럼 얘기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즉, 미국 시민권자들이 북한을 여행하며 지출한 달러 역시 당 서기실로 이관, 보관됐고 통일부의 논리대로 그 달러가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논리대로라면 정부가 개성공단을 중단시켰듯 미국 정부 역시 북한 여행을 완전히 금지시켰어야 했다는 비판이기도 하다.

개성공단 운영에 밝은 한 전문가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통일부는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과 기타 비용은 미 달러로 지급되고 있으며 이중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전체 임금 중 처음부터 북한 당국에게 가는 사회시책비 30%를 제외한 나머지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전용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70%중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북한 원화'와 생필품 구입을 위한 '물표'의 가치가 미국 달러로 지급된 현금의 몇%인지를 밝히는 자료가 있어야 정확하게 '전용의 근거자료'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말하는 70%중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돌아온 몫이 얼마인지를 증거로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4년 동안 개성공단에서 기업지원부장으로 실무를 한 김진향 카이스트대학원 교수는 아예 "북한이 개성공단 임금 중 사회시책비 30%를 어떻게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머지 70%를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사회시책비 30%를 떼고 난 나머지 70% 금액으로는 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생계를 꾸리는 것만으로도 빠듯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그는 지난 2009년 당시 북한 당국에서 개성공단 임금을 쌀로 대체해줄 수 없느냐고 공식 제안한 바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임금을 핵·미사일 개발보다 공단 내 노동자들의 가계 유지에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당시 국제곡물시장 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하면서 북한 당국이 '지금 임금으로는 북측 노동자 5만4천여 명을 먹여 살리지 못하니 월급 대신 쌀을 사줄 수 있겠느냐'라고 공식 제기했었다"라며 "기업들은 당시 상황이 너무 심각해서 쌀이라도 줄까 싶었는데 정부는 '말도 안 된다'고 이를 거절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2014년 12월 기준으로 한 달 월급으로 15만 원 지급되고 그 중 30%를 떼고 나면 10만5천 원 정도 된다"라며 "4인 가족이 한 달 동안 그 돈으로 먹고 사는데 어떻게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하나, (정부가) 그렇게 주장하고 싶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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