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기업 인생 끝났다" 부도 직면 개성공단 입주업체
[이데일리 유근일 채상우 기자] “소식 들으셨겠지만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납품 기일을 맞출 수가 없게 됐습니다. 현재로서는 어떤 말씀도 드리기가 어렵지만 조만간 어떤 대책이든 정부가 제시할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피해를 끼치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비상총회를 마치고 나온 한 입주기업 대표가 다짐한 내용이다. 이날 비상총회 직전 정부의 지원 대책 소식을 들은 입주기업 관계자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갑작스레 쫓겨 나온 입주업체들은 당장 회사 문을 닫을 걱정보다도 거래처와 직원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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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대표는 “각 업체마다 우리 회사에 적게는 8만장, 많게는 10만장에 필요한 원단을 공급해주고 있는데 당장 그분들에게 사정을 설명해줘야 그분들도 먹고 살 것 아닌가”라며 “당장 우리도 문을 닫아야 할 판이지만 입주기업들 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원·부자재 공급 업체도 모두 같은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이날 오후 방문한 원단업체, 판매점, 원청업체만 해도 7곳에 달한다. 개성에서 내려와 본사에 대기 중인 직원 40명에게는 개성 법인장을 통해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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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하루 아침에 도산 위기에 처한 입주기업들은 한둘이 아니다.
조경주(사진) 석촌도자기 대표는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직원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손이 떨릴 지경”이라며 “미안하고 죄송스러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가 답답할 따름이다. 14명의 직원들만 바라본 가족들이 있는데 왜 그들까지 사지로 가야만 합니까”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탄탄대로였던 사업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석촌도자기는 1983년 강서구에 문을 연 후 1995년 남양주로 이전했다가 지난 2007년 개성에 진출했다. 연 매출은 120억원까지 늘었으며, 북측 직원 수만 340명에 달했다. 공장에서는 연 650만개의 도자기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개성에는 아직 가져오지 못한 원부자재와 도자기 70만개가 남아있다. 110억원을 투자한 공장설비는 보전할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조 대표는 “34년 기업 인생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다”며 “길에 가판이라도 펼쳐 남은 도자기라도 팔아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5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쇼핑백 전문업체 조민도 도산 위기에 처했다. 조광순 조민 대표는 “연 매출 70억원을 올리며 국내 쇼핑백 제조 회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던 회사가 하루 아침에 망하게 생겼다. 어떻게 복구해야 할 지 막막할 따름”이라며 “남과 북이 서로 대화로 풀면 좋겠는데 이미 그런 기대는 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상만이라도 잘 해주면 좋겠는데 2013년 일을 떠올리면 이마저도 정부에게 기대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유근일 (ryury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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