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딸 안고 길거리 전전 30대女 아동방임죄 법정에
법원, 母에 접근금지 명령…딸은 아동복지시설로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지난해 설을 앞둔 2월12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아동보호기관 직원이 서울역 앞에 있던 A(36)씨를 발견했다. A씨의 품에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앙상한 여자 아기가 안겨 있었다. 아기 얼굴은 피부병에 걸린 듯 울긋불긋했다. 몸을 감싼 포대기는 남루했다.
아기는 2014년 12월 태어났지만 A씨는 편히 쉴 보금자리가 없었다. 그는 갓난아기를 안고 한겨울 칼바람이 부는 거리를 배회했다. 밤이 되면 길에 누워 쪽잠을 청했다. 제때 젖을 주기는커녕 기저귀를 갈거나 옷을 갈아입히지도 못했다. 그럴 여력이 안 됐다.
이런 A씨의 모습을 본 한 성당이 "아동 방임이 의심된다"고 신고한 건 아기가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나서였다. 아동보호기관이 A씨를 찾았을 때 아기는 이미 영양실조와 빈혈에 시달렸다. 심지어 아빠가 누구인지도 불명확했다. A씨는 오랜 기간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A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가정법원 재판에 넘겨졌다. 자신의 아기를 방치하고 제대로 돌보지 않은 죄였다. 법원이 아기에게 붙여준 국선변호인은 엄마인 A씨가 아기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청구했다. A씨를 병원에 입원시켜달라는 요구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아기를 직접 키우겠다며 국선변호인의 말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는 자신이 노숙인이 아니라고 했다. 서울 명문 사립대를 중퇴했으며 양육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재적기록 서류를 떼어와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정신과 치료 역시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법원 심리 결과, A씨가 거리에서 얻은 아기는 한 명이 아니었다. 그는 2008년에도 노숙을 하다 이름 모르는 남성과 사이에서 첫 딸을 낳았다. 그때도 첫 딸은 A씨가 기르지 못해 아동보호기관에 보내졌다. A씨의 정신과 진료 기록은 그 해가 마지막이었다.
1심은 둘째 딸을 아동복지시설에 맡기고 둘째 딸이 머무는 곳의 100m 이내에 A씨가 접근해선 안 된다고 명령했다. 또 정신과 치료를 위해 A씨를 병원에 1년간 위탁했다. A씨는 "나는 딸을 학대한 적이 없다"며 항고했다. 두 달간 잘 받던 병원 치료도 중단했다.
2심 법정에 온 A씨는 깨끗한 옷에 목걸이 차림이었다. 약 1년 전 지저분한 차림으로 아기를 안고 있던 사람과 동일인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민유숙 수석부장판사)는 A씨의 항고를 모두 기각했다. 둘째 딸의 신체 안전과 정서 안정을 위해서다.
재판부는 "A씨가 양육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딸이 엄마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엄마의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딸과 가족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1심 조치는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입원치료가 필요했던 둘째 딸은 현재 혈색을 회복하고 살이 오른 상태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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