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의 부산갈매기] 해운대 모래는 해운대산이 아니다?

2016. 2. 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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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 따른 모래유실로 백사장 감소
남해안 모래는 회색, 해수욕장에 부적합
최상급 호주모래는 너무 비싸 배제
서해안서 70㎞ 떨어진 EEZ 수중서 채취모래 공수

[헤럴드경제] 드넓은 백사장과 그 위에 켜켜이 뿌려진 고운 모래의 촉감, 부서지는 파도와 뜨거운 햇살을 피해 파라솔 밑에서 즐기는 여유. 해운대해수욕장은 우리들의 여름휴가 로망이자 바캉스의 성지다.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 면적은 6만100㎡, 길이는 1.6㎞, 백사장의 경사는 10도 정도로 완만하며 평균 수심은 1m로 안전하다.

부산의 자랑이자 국민 피서지인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 이곳에 슬며시 위기가 찾아왔다.

2004년 해운대 백사장은 1947년에 비해 면적 54%, 폭 34%가 감소했다. 70m에 달하던 백사장 폭은 35~50m로 줄어들었다. 해마다 수백t의 모래가 파도에 쓸려 빠져나갔기 때문. 해운대 백사장 모래유실은 인근 마린시티 매립과 지나친 개발에 따른 후유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의 입에서 실망감이 드러났다. 좁아진 백사장 탓에 시원하고 쾌적한 휴가는 커녕 사람에 치이다보니 스트레스만 늘어나는 꼴이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단 인근 낙동강 하구와 남해안에서 채취한 모래를 가져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매년 2800㎥의 모래를 투입, 인위적으로 모래사장을 만들었다. 쏟아부은 모래는 또다시 유실됐고 어쩔 수 없이 또 모래를 사다가 붓고, 이 일은 숱하게 반복됐다. 더이상 해운대 백사장은 해운대산 모래가 아니었다.

“해운대 모래가 어디 해운대꺼가? 낙동강 모래 아이가” 부산사람들의 술자리 농으로까지 전락한 해운대 모래사장.

근본적인 모래 유실 방지책으로 미포와 동백섬에 수중 방파제를 설치해 더이상 모래가 유실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그 위에 모래를 투입하는 해운대 해수욕장 복원사업이 추진됐다.

2012년부터 2016년말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으로 해운대 해수욕장은 외형상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다. 평균 45m에 불과하던 백사장 폭은 85m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총 59만㎥의 모래가 투입됐다. 또 방파제와 수중 방지시설을 확충해 모래 유실을 막았다. 일정 시기 동안 안정화 과정을 거치면 평균 70m의 폭을 가진 백사장이 된다는 것.


해안가 마천루와 바다 위에 지어진 인공섬, 모래 위의 기적과 같은 도시 두바이. 하지만 같은 시기 비슷한 위기를 맞은 곳이기도 하다. 인공섬에 조성된 드넓은 인공 백사장에서 해마다 엄청난 양의 모래가 유실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두바이는 중동 모래를 무시하고 호주 모래를 수입했다.

두바이가 큰 돈을 들여가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호주산 바다 모래를 굳이 끌어다 쓰는 까닭은 모래라 해도 다 같은 모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막 모래는 입자가 곱고 가벼워 바닷물에 쉽게 떠내려가고 사람 몸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 해수욕장 모래로는 낙제점에 가깝다. 호주산 모래는 전세계에서 가장 품질 좋은 모래로 꼽히며 유리나 반도체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상품 호주 모래도 국내에 수입될까?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무역통계에 의하면 2014년도 천연모래에 대한 우리나라의 총 수입금액은 5761만달러, 중량으로는 100만톤을 넘어서고 있다. 수입금액별 순위는 호주가 단연 앞서고 다음으로 베트남, 일본, 말레이시아, 중국 순이었다.

그렇다면 최상급 호주 모래가 과연 해운대해수욕장에는 사용됐을까?

국내산 최상급 모래라고 하면 동해안의 울진사(沙)를 꼽는다. 하지만 울진군의 반대로 해운대로는 가져올 수 없었다. 남해안에서 채취되는 모래는 회색에 가깝기 때문에 백사장 모래로는 부적합하다. 남은 곳은 서해안 뿐이다.

복원 사업을 담당한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해운대 모래를 긴급 수배했다. 국제 입찰을 통해 서해안 EEZ(배타적경제수역) 모래가 결정됐다. 모래알 크기도 0.3~0.6㎜로 적당하고 색깔도 하얗다. 기대를 모았던 호주산 모래는 이동거리에 따른 높은 수입금액으로 입찰 자체가 없었다.

결국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래는 서해안에서 70㎞ 떨어진 EEZ 수중 80~150m 바닥에서 채취됐다. 원래 동해안 모래로 분류되는 해운대 모래보다는 점도가 높고 크기는 미세하게 작지만 그나마 가장 적합한 모래이기도 하다.

두바이 세계 최고의 인공섬리조트에 사용되는 럭셔리한 호주 모래는 아니지만 서해의 심해에서 나온 깨끗한 모래도 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좋은 점도 있다. 올해 해운대모래축제에서는 3D 모래조각 작품도 볼 수 있게 됐다. 서해안 모래의 특성상 점성이 있어 3D작품이 가능하다는 것. 어쨌든 올 여름엔 해운대해수욕장 모래 위에서 느긋하게 휴가를 즐겨보고 싶다.

부산=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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