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박해진 "'유정이와 똑같다'는 이삿짐 이모 칭찬, 아리송했어요"

장은경 기자 2016. 2. 1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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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작 전 명함을 내밀고 인사를 하곤 한다. 나는 상대를 아는데, 상대는 나를 알지 못한 채로 대화를 풀어내는 게 석연치 않아서 언젠가부터 습관적으로 명함을 내미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내 명함을 건네받은 박해진은 누군지 아는데 뭘 굳이 처음 본 사람처럼 명함을 내밀며 인사하냐며 웃었다. 요즘처럼 다매체 시대에 누군가를 기억하는 게 쉽지 않다며 기어코 명함을 줬지만, 시작부터 따뜻한 인사로 맞아준 박해진의 배려 덕분에 인터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박해진은 모든 일에 직접 나서지 않고 간단한 말과 행동으로 처리하지만 여자친구인 홍설(김고은 분)에게 만큼은 다정다감한 ‘유정’ 역을 맡았다. 홍설과 함께 있을 때와 아닐 때가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이 유정 캐릭터의 특이점.

“유정이가 치아를 드러내고 웃을 때는 설이를 만날 때밖에 없어요. 원작 웹툰을 보면 유정이는 생글생글하고 친절한 남자예요. 냉랭한 모습은 따로 부각 되죠. 그런데 드라마에서도 평소 모습이 친절하게 나오니까 느낌이 다 살지 않는 거에요. 평소엔 일정한 톤을 유지해야 설이를 만났을 때 기쁜 모습이 확 드러나고 냉랭한 모습도 드러나거든요. 감독님도 냉랭한 코드를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엔 가볍게 찍었는데 붙여놓으니 궁금하지 않은 그림이 나왔어요. 그래서 1,2부에는 재촬영한 분량이 많아요.”

‘치인트’ 제작진은 신을 살리기 위해 날이 서야 하는 장면을 더욱 날카롭게 세우는 작업을 했다. 찍어놓은 신은 재촬영 했고, 새로 찍어야 하는 신은 두 가지 버전(보통vs어두운)으로 찍어서 편집실에서 붙여보고 결정했다. 그 결과, 조금 더 세게 찍은 신들이 선택됐다.

“변태신도 더 세게 팼어야 했는데 조금 덜 패서 아쉬워요.(웃음) 그 신은 웹툰을 볼 때 생각했던 그림이 있었어요. 본방송보다 훨씬 어두운 곳에서 유정이가 그림자처럼 등장해서 오디오만 ‘여기 있었네?’ 하고 나와서 벽에 확 미는 게 아니라 천천히 머리를 끌고 와서 밀어버리고 난 후에 여유 있게 대사를 치는 느낌이요. 본방송에서는 제가 그 친구가 나올 때 급습하는 것처럼 딱 와서 ‘여기 있었네?’ 하고 나와서 확 밀쳐버렸죠.”

잔인한 코드를 더 잔인하게 그릴 수 있는 아이디어는 전작인 ‘나쁜 녀석들’을 통해 습득됐다고. 그는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를 표방하는 ‘치인트’의 장르적 특성상 본방송에 채택된 신이 적당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말한 대로 찍으면 스릴러 기반의 로맨스가 되니까요”라며 에둘러 마무리했다.

◆유정에게 먼저 뽀뽀한 설이, “충분히 설렐 수 있죠”

유정을 “이상한 사람”으로 단정 짓기엔 로맨틱한 모습도 상당하다. 술에 취한 유정이 여자친구인 홍설과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가 키스를 하는 장면은 ‘심쿵 장면’으로 회자됐다. 이 장면은 유정과 홍설의 로맨스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어준 장면이기도 했다.

“그 신을 찍을 때도 테이크는 두 번밖에 안 갔을 거에요. 타이트한 것이 아예 없어요. 감독님이 두 사람의 분위기를 담으려고 의도하신 것 같아요. ‘응답하라 1988’ 속 선우와 보라의 진한 키스가 아닌, 멀리서 분위기만 잡아주는 키스신이 ‘치인트’에서는 더 예뻤던 것 같아요. 농담으로 감독님께 ‘한 번 더 안가요?’라고 해도 ‘아웅 됐어. 이거면 돼’라고 하셨어요.(웃음) 저희가 찍은 키스신은 거의 다 두 번? 많아야 세 번? 이었어요.”

벤치키스신에 앞서 홍설은 자신에게 키스를 시도하려는 유정을 거부하다 ‘이대로 보내면 난 돌이다’라고 자책하며 먼저 다가가 그의 볼에 뽀뽀하는 귀여운 장면을 연출했다. 두 사람의 첫 뽀뽀신에 대해 박해진은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용기를 내서 뽀뽀해준 건데 너무 예쁘지 않아요? 촬영할 땐 설이 표정을 못 봤는데 방송으로 보니까 정말 귀엽더라고요”라고 소회를 전했다.

“방송을 보면서 김고은은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걸 느꼈어요. 독백도 혼자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그 시간이 되게 힘들거든요. 같이 연기하면 대사를 주고받으면 되고 분위기로 갈 수 있는데 혼자 있을 땐 아무것도 할 게 없어요. 김고은은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스릴러와 로맨스를 자유롭게 오가는 브라운관 속 박해진과 가까운 듯하지만 먼 듯한 느낌을 주는 브라운관 밖의 박해진. ‘팬바보’로 불릴 만큼 팬들에게 애틋하고 취재진에게도 항상 상냥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꾸준한 소통을 놓지 않는 배우인데, 요즘 관심 있게 본 작품 속 이미지 때문인지 “친한데 아는 것 하나 없는 친구”인 것 같은 두 가지 느낌을 동시에 받는다고 하자 그가 환하게 웃으며 일화 하나를 들려줬다.

“엊그제 이사를 했는데 한 군데에서만 이사를 열 번 넘게 했어요. 이삿짐 이모가 오셔서 ‘아이고 방송 잘 보고 있어’라고 하시길래 ‘이모 시간이 몇 신데 그걸 보고 주무세요?’라고 했더니 ‘일 끝나고 들어가서 보고 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어쩜 그렇게 똑같아?’라고 하시는데 이게 칭찬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이상하게 나오잖아요.(웃음)”

설이와의 달달한 모습을 보고 말씀하시는 게 아니겠냐고 했더니 그는 “아니야. 이상한 거 봤을 수도 있잖아요. 제가 그래서 ‘이모 저 거기서 약간 이상하게 나오는데’라고 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대화를 나누던 어느 순간, 박해진은 “저는 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할 뿐이에요. 저 자신과 캐릭터 사이의 괴리감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요. 지금은 유정으로만 보여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되돌이켜보니 알 수 없을 것 같던 그가 조금씩 보였다. 말투는 부드럽고 설명은 섬세한데 그 답의 방향성은 명쾌하다. 박해진은 작품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이런 방식으로 답했다. 아마도 시청자가 박해진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이중적인 매력에서 발견한 색다름 때문은 아닐까.

[[인터뷰②] 박해진 "20대에 못 썼던 패기를 좀 써보려고요"]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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