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딜레마①]'돈 풀기' 정책 한계왔나?..'약발' 떨어진 중앙은행

조현아 2016. 2.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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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증시 연일 폭락…환율·채권시장도 요동
'마이너스 금리' 유럽·일본 중심 은행발 위기론 대두
중앙은행, 시장 통제력 약화…"완화정책 부작용 본격화 우려"
돈 풀기 정책 한계…현시점에 마땅한 대안도 없어 진퇴양난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지난 12일 산유국들의 감산 가능성으로 국제 유가가 하루 12.3% 반등한 영향으로 모처럼 오른 것을 빼고는 올들어 국제 유가와 증시는 연일 폭락하고 있고, 환율과 채권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에 대해 "중앙은행의 탓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중앙은행의 시장 통제력이 예전같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유로존과 일본이 비장의 카드로 꺼내든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은행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부실 심화 등 또다른 위기 가능성을 키우는 상황이다. 때문에 수년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온 것에 대한 부작용이 이제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각국의 '돈 풀기' 정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라앉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카드로 통했다. 미 Fed가 '제로 금리'까지 내리고 국채를 본격 매입하면서 시중에 돈을 직접 풀기 시작하자,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들도 가세했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도 뒤따르면서 전세계적으로 양적완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중앙은행의 이런 공격적인 시장 개입은 한 동안 잘 작동하는 듯 보였고, 마침내 지난해말 금리 정상화에 나선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성공적인 위기 탈출 해법으로 간주됐다. 물론 그 동안 시류에 밝은 경제학자들은 앞다투어 통화량을 조절하고 금리를 결정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단순히 물가인상을 억제하고 인플레이션을 잡는 '인플레 파이터'에 그치지 않고 경기를 살리는 성장정책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도 많은 돈이 풀렸는데도 세계경제는 여전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중앙은행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장이 움직이게 된 것이다.

시중의 자금은 저성장 추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해 제대로 돌지 않았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소비는 크게 위축됐다.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다보니 은행들도 쉽게 대출을 늘리지 못했고, 저금리 속에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양적완화 기조가 지속되며 과도한 유동성이 시장에 유입됐다"며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얻는 데 있어 마지막 순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양적완화 정책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한 국가에서 먼저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유럽이다. 독일 도이치뱅크 등 유럽 금융기관에 대한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은행발(發)' 위기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도이치뱅크가 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코코본드)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에도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지난 2014년 마이너스 금리를 첫 도입한 뒤 지난해 말 -0.3%까지 끌어내렸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경기 부양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강세를 보였다. 그러는 동안 마이너스 금리로 예대마진이 급격히 축소된 대형 은행들의 수익성은 더욱 나빠지게 된 것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도이치뱅크 등 유럽 주요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추가적인 '크레딧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도 상황이 비슷하다. 일본 중앙은행(BOJ)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0.1%로 내렸는데도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강세를 보이며 날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국채와 엔화에 수요가 몰리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수익성 악화 우려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주의 주가는 크게 폭락했다.

문제는 돈 풀기 정책이 한계를 드러나고 있는데도 각국의 중앙은행에서 마땅히 내세울만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필요하다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 중앙은행 총재도 추가 양적완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 그나마 지난해 말 한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모색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자 뜻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에 달러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추가 금리인하의 갈림길에 놓였다. 글로벌 저성장과 저물가에 더이상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한계에 직면했는데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손을 놓고 지켜볼 수만도 없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 부양을 위한 시장에서의 금리인하 압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야말로 '통화정책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금리인하가 상당기간 유지되는 동안 기대만큼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통화정책 실효성 논란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만 '나홀로 통화정책'을 고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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