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출동 땐 늦어..매년 10명 넘게 숨진 뒤 뒷북

권형진 기자 2016. 2.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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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3명은 신고접수 당시 이미 사망..작년 상반기에만 12건 발생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2003~2014년 121건 발생..2010년 이후 증가세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된 아동학대 중 사망한 사례 (출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 News1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아동학대 신고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최근 장기결석 중이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모는 죽은 아들, 딸의 시신을 유기·방치하기까지 했다.

아주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더니 이미 사망한 경우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12건이나 있었다. 2014년에는 14명이 아동학대로 사망했다. 엽기적 행각까지는 아니어도 해마다 10명이 넘는 아동이 학대로 목숨을 잃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9471건 중 5432건이 아동학대로 드러났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최종 조치 결과를 보면 이 가운데 아동학대로 사망한 사례가 12건(0.2%)이었다.

최종조치 결과에는 학대로 이미 아동이 사망한 후 신고가 접수된 사례, 신고 접수 후 현장조사와 조치가 진행되는 중 사망한 사례 등이 모두 포함됐다. 2명에게 학대를 당하면 2건으로 집계돼 실제 사망한 아동 수는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를 포함해 2015년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는 오는 6~7월 나올 예정이다.

2014년에 비해서는 학대로 사망한 아동 수가 크게 증가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7월 발간한 '2014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에 아동학대로 사망한 사례는 총 17건이다. 중복신고를 제외하면 실제 2014년에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4명이다.

게다가 2014년에 학대로 사망한 14명 중 13명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 사망한 상태였다. 1명은 신고접수 당시 위독한 상태였다가 현장조사 중 사망했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된 아동학대 피해아동 최종 조치 결과. 학대가 2명에게 학대를 당한 경우 2건으로 집계돼 실제 아동 수는 다를 수 있다. (출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 News1

◇아동학대 사망 가해자 80%가 부모…대부분 집에서 발생

사망한 17건을 보면 부모가 학대한 사례가 14건으로 전체의 80%를 넘었다. 가해자는 친아버지(6건) 친어머니(4건)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양아버지(2건) 양어머니(2건)의 학대로 사망한 경우도 4건이었다. 초·중·고 직원 2명, 기타시설 종사자 1건으로 조사됐다.

사망 장소는 71%(12건)가 학대를 받은 아동의 집으로 나타났다. 학대를 한 사람의 집에서 사망한 경우가 2건이었고, 학교에서 발생한 사례도 2건이었다. 나머지 1건은 이웃집에서 발생했다.

학대로 사망하는 아동 수는 2010년 이후 증가 추세이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아동학대로 사망한 사례는 모두 121건이다. 2005년 16건에서 2010년 3건으로 감소하다가 이후 2011년 13건, 2012년 10건, 2013년 22건, 2014년 17건으로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2015년에는 상반기에만 12건의 사망 사례가 발생해 이대로라면 2013년의 22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망한 아동 수도 증가 추세이다. 중복신고를 제외하고 실제 사망한 아동은 2009년 8명, 2010년 3명에서 2011년 13명으로 늘었다. 2012년 8명, 2013년 17명, 2014년 14명으로, 해마다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흐름 자체는 증가 추세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가 직접 원인이 돼 사망한 사례도 있고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한 사례가 포함돼 있긴 하지만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이 최근 증가 들어 추세인 것은 맞고, 적은 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사망아동 사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가 접수된 아동학대 사례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이다. 경찰 등 수사기관으로 신고가 들어와 확인된 사망 사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2014년에도 장기결석 아동 현장조사했더니 이미 사망한 사례 발생

최근 발생한 부천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망 사건처럼 장기결석 중인 학생이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2014년 학대로 사망 14명 중 1명은 아동이 등교하지 않아 교육적방임으로 신고가 들어왔지만 현장조사 과정에서 사망한 사실을 발견했다.

2014년의 경우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나이는 1~2세 영아가 8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초등학생도 3건 있었고 중학생 2건, 고등학생 1건 등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는 아동학대로 사망한 22건 중 7건이 초등학생이었고 중학생도 1명 포함됐다. 2012년 사망한 10건 중에도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1명씩 있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아동학대의 경우 신고는 이미 늦은 것"이라며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조기에 발견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출신인 신 의원은 새누리당 아동폭력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학생이 30분 이상 지각하는 일이 반복되면 경찰에 신고해 가정방문을 하게 돼 있는데 우리는 1~2주일 등교하지 않아도 독촉장만 보내는 실정"이라며 "유교문화가 강한 한국은 교사가 방문하려고 해도 왜 집안 일에 관여하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컨트롤 타워가 없다"며 "아동학대는 보건복지부 한 부처에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 심지어 법무부까지 유기적으로 협업해 공조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정협의와 사회관계장관회의 등을 거쳐 이달 중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대책'을 확정·발표한다. 새 학기 개학 전 '의무교육 미취학자 및 장기결석 아동관리 매뉴얼'을 개발해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또 장기결석 학생이 발생할 때 사유 및 소재 파악과 안전 확인이 책임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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