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행정 착오·실수로 시민 빚더미, '나 몰라라' 대부분

신정연 2016. 2. 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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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공무원도 사람이니까 업무를 보다 보면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행정 착오로 선량한 시민이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됐다면 한시라도 빨리 신속하게 배상해 주는 게 상식일 텐데요.

하지만 대부분 나 몰라라 하면서 피해자에게 소송을 하라고 버티는 게 현실입니다.

신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복분자와 오미자 등을 가공해 즙을 만드는 시설입니다.

준공된 지 열 달이 됐지만 어두컴컴한 내부에는 비닐도 뜯지 않은 새 기계만 놓여 있습니다.

[석종진/농산물 가공업체 대표]
"먼지라든지 때 탈까 봐 덮어놓는 겁니다. 중고로 팔면 고물 값입니다. 1,2백만 원도 못 받아요."

건축허가를 내줬던 시청이 건물이 다 들어선 뒤에야 알고 보니 상수도 보호구역이었다며 '건립 불가'를 통보한 겁니다.

[상주시청 건축허가 부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까 100% 완벽하게 처리하기는 좀 실수가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빚을 내 10억여 원이나 들인 시설은 창고로 밖에 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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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씨는 10여 년 전 땅 1천5백여 제곱미터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토지를 측량해보니 대장에 명시된 것보다 6분의 1이나 작았습니다.

시청이 지적도를 수정하다 선을 잘못 그어 해당 지번의 땅 일부가 옆 지번으로 편입됐는데, 이런 행정 착오를 상상도 못했던 김 씨는 대장에 나온 대로 땅값을 수천만 원 더 지불한 겁니다.

[김태경/행정 착오 피해자]
"(실수) 인정을 하면 내 땅을 돌려 달라 그러니까 공무원들 하는 소리는 돌려주고 싶어도 자기네들은 돌려줄 힘이 없다."

무고한 시민이 어느 날 갑자기 공무원의 착오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손해를 배상받는 길은 멀고도 험한 게 현실입니다.

행정기관들은 자신들의 실수여도, 배상을 받고 싶으면 소송을 통해 판결문을 가져오라고 요구합니다.

[상주시청 관계자]
"판결에 의하거나 하지 않으면 배상금은 예산편성이 불가능합니다."

[양주시청 관계자]
"민원인께서 원한다고 그 금액을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지 않습니까. 소송을 하셔야지 될 것 같다…."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배상을 하게 되면 예산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책임과 문책이 따르기 때문에, 일단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버틸 만큼 버티는 게 관행이 됐습니다.

[노명선/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원이 공무원의 행위 책임에 대해서는 굉장히 또 관대한 측면이 있어요. 스스로 선제적으로 잘못했다고 인정하기보다는 사후에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

소송까지 가지 않도록 일종의 행정실수 보험인 행정배상공제 제도가 4년째 운영되고 있지만 연회비 부담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지자체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공무원의 실수 등으로 인한 국가배상소송은 한 해 평균 9백여 건.

피해를 본 시민이 소송까지 해야 하는 이중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

(신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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