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한의학과? 병의원 간판 논란

조병욱 2016. 2. 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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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간판에 원장이 졸업한 의·치·한의대, 약대가 아닌 다른 대학의 로고를 사용하는 문제를 두고 의료계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최근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서울대, 연세대 등 한의대가 없는 대학의 로고가 붙은 한의원 간판 사진을 3장 올렸다. 노 전 회장은 “서울대 마크를 사용하는 한의원, 연대 마크를 사용하는 한의원, 서울대 한의학과가 있었던가? 연세대 한의학과가 있었던가?”라는 짧은 의견을 밝혔다. 그러자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지방의대 졸업 후 명문대 의대 대학원 마친 후 그 대학 간판 거는 것과 유사하다”거나 “저런 게 먹히는 사회입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실로 자연스러운 현상” 이라는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일부 병의원에서 의사나 한의사가 의·치·한의대를 가기 전이나 후에 다닌 대학이나 대학원의 로고를 사용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부당하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법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의원이나 한의원에 진료과목 표기를 하는 것과 관련한 규정은 있지만 출신 대학의 로고를 넣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다음 로드맵 캡처.
대학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로고 사용을 지식재산의 문제로 보고 일부 대응하기도 했으나 동문의 반발이 심해 뚜렷한 규제를 하는 곳은 드물다.

지난 2010년 서울대는 상표권 차원에서 병원 간판에 서울대 로고를 사용하는 병의원에 대해 사용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무산됐다. 당시에는 서울대 출신 의사가 원장으로 있는 경우에는 서울대 정장(正章)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공동원장이나 직원으로 근무하는 경우에는 상표권 사용에 대한 정식 절차를 밟으라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서울대 로고를 쓴 한의원에 대해서는 공문을 보내 로고를 내려달라고 요청해 실제 로고가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논의가 흐지부지 되면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연세대는 동문이 병원 이름에 ‘연세’라는 이름을 넣을 경우 이를 허용했지만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병원명인 ‘세브란스’ 사용은 금지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을 내고 다닌 동문이 하는 일에 학교 이름이나 로고를 쓴다고 일일이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학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정부 차원의 규제도 중요하지만 환자나 의료인들이 학벌보다 실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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