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도 울고 갈 사학비리의 끝판왕을 고발합니다

2016. 2. 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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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 수원대 총장 이인수 이야기
사망한 아버지가 판공비 쓰고 임대차 계약을 하다

제1회-새로 찾아낸 그의 놀라운 능력

수원대 이인수 총장. <한겨레> 자료사진

수원대 이인수(64) 총장은 3년 동안 총장 판공비 1억6900여만원을 증빙도 없이 현금으로 썼다. 1억5800여만원은 아버지인 이종욱 전 총장이 2007~2009년에 썼다고 했지만 그 시기 전임 총장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2009년 2월25일에도 259만원의 판공비를 현금으로 썼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5일 전인 2월20일에 이미 사망했다. 아들은 자신이 소유한 건물에 불필요한 학교시설을 들여 7년 동안 4억여원의 임대료를 챙긴 것도 아버지가 2009년 3월1일께 계약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는 숨진 상태였다. 재학한 사실이 없는 자신의 장남에게 허위 졸업장을 발급하고 학교를 통해 자기 자신에게 한도를 초과해 포상금 1억원을 주기도 했다. 모두 감사원과 교육부 감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난 사항들이다. 업무상 배임과 횡령, 배임수재,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뇌물공여, 사립학교법 위반 등 40건의 혐의로 고발돼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총장이 구속된 비리사학 상지대와의 결정적 차이다. 그에게는 어떤 신묘한 능력이 있는 걸까? <한겨레> 토요판은 2회에 걸쳐 이인수 총장의 비리와 그를 비호하는 정계·언론계·법조계의 내부자들을 고발한다.

이인수 총장의 비리 의혹으로 수원대의 명운이 기울고 있다. 수원대는 지난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2년 연속 5개 등급 중 4번째 순위인 d등급(d-)을 받아 재정지원 제한 대상이 됐다. 입시전문가들은 한때 경원대, 경기대, 가천대와 비슷했던 학교 위상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추락했다고 말한다. 사진은 지난 10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 소재 수원대 정문 모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총장의, 총장에 의한, 총장을 위한 대학.’

죽은 총장이 판공비를 쓰고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대학이 있다. 이 대학에선 죽은 이사장도 부활해 이사회를 주재한다. 재학한 사실이 없는 총장의 장남에게 허위 졸업장을 발급하고 총장이 자기 자신에게 포상금 1억원을 주기도 했다. 총장이 쓴 박사학위 논문은 해당 대학으로부터 표절이라고 판명을 받았다. 3년 동안 총장 판공비 3억2000만원을 증빙도 없이 현금으로 쓰고 총장이 대주주인 건물에 불필요한 학교시설을 들여 7년 동안 4억여원의 임차료를 낸 일도 있다. 학교발전기금으로 받은 50억원을 총장의 사돈 기업인 종편 채널 ‘티브이조선’에 투자해 10억여원의 손실(2013년)을 보기도 했다.

총장은 자신이 소유한 회사에 이사로 있으면서 대학에는 1주일에 2~3일만 출근해 3~4시간 근무했다. 학교 계약직 직원을 자신이 소유한 회사에서 일을 시키고 학교 돈으로 월급을 줬다. 총장이 소유한 회사가 자본금 2억여원에 불과함에도 은행들로부터 360억원대의 대출을 받았다. 대학은 고가의 미술품들을 구입한 뒤 총장 소유 미술품으로 관리했다. 총장은 해외출장 시 판공비 일부를 개인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고 출장비를 초과해 받았다. 내연관계에 있던 한 여성에게 돈과 아파트 등을 선물했던 총장은 학교 돈 7500만원을 빼돌려 소송비용 등으로 쓴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서 약식기소됐다. 학교법인 이사장을 총장과 그의 아내가 연이어 맡았던 이 대학에선 총장의 비리를 폭로했다고 4명의 교수를 절차 없이 파면했다. 이후 복직 소송에서 법원은 모두 해직 교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대학교라는 이름의 이 대학에선 나열하기도 힘든 부조리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40건의 비리 혐의에 휘말려 있는 이인수(64) 총장에 대한 숱한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놀랍게도 이 총장은 현재까지 그 어떤 사법적 처벌 대상도 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비리사학인 상지대의 김문기 총장이 부정입학 등의 혐의로 1993년 구속된 것에 비춰도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가 다시 이인수 총장과 수원대 비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수원대 설립자인 이종욱 전 총장(앞줄 오른쪽 둘째)의 가족사진. 이씨의 차남인 이인수 현 총장(뒷줄 왼쪽 셋째)과 이창수 전 삼익건설 대표(뒷줄 오른쪽 둘째)가 보인다. 1979년 9월 촬영. <고운 이종욱 박사 고희기념문집>

무덤에서 쓴 현금 판공비 259만원

지난 2011년 7월 경기도 화성시 수원대학교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 총장의 판공비 명목으로 2006년도부터 2010년도까지 76차례에 걸쳐 3억2800여만원을 증빙도 없이 현금으로 사용한 점 등이 적발됐다. 이사장 및 학교의 장은 회계처리를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에 의하여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돼 있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정’(교육과학기술부령) 등을 위반한 것이다. 수원대 이인수 총장의 비리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였다.

<한겨레>는 지난 1월부터 수원대 이 총장과 학교법인 고운학원의 최서원 전 이사장(이 총장의 아내) 등이 2011년 7월 감사원에 제출한 ‘확인서(대외비)’를 입수해 분석했다. 감사원이 적발한 위법사항 6건에 대한 소명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이 확인서에서 이인수 총장은 총 76건의 증빙 없는 판공비 집행 가운데 본인이 집행한 판공비는 41건(1억6900여만원)이고 나머지 35건(1억5800여만원)은 전임 총장이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의 직인이 찍힌 ‘2007~2010년 판공비 내역’ 중에는 전임 총장이 2007년 12월26일부터 2009년 2월25일까지 35차례나 판공비를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마지막 사용일인 2009년 2월25일에는 259만4000원을 현금으로 사용(4면 사진)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2월25일, 전임 총장은 애당초 판공비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닷새 전(2월20일) 숙환으로 별세했기 때문이다. 확인서대로라면 죽은 지 닷새나 지난 전 총장이 무덤에서 살아나와 판공비를 썼다는 얘기가 된다.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되어 판공비를 결제했다는 전임 총장은 수원대의 학교법인인 고운학원 설립자 고 이종욱씨로, 이인수 총장은 그의 차남이다. 결국 아버지의 기일을 모르지 않을 아들이 부적절한 판공비 사용의 책임을 아버지에게 떠넘긴 꼴이다. 수원대가 감사원에 제출한 확인서에서 허위기재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대 사태 일지

수원대는 “2009년 1월29일에 지출결의서를 통하여 이미 경비집행 결제가 이뤄진 사안을 오인한 것”이라고 <한겨레>에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들이 밝힌 내역에는 아버지 이종욱 총장이 지출했다는 35차례 판공비 가운데 2009년 2월16일과 18일에 각각 460만원과 900만원을 현금으로 사용했다고 나온다. 날짜로 보면 이종욱 총장이 숨지기 나흘과 이틀 전에 해당한다. 이종욱 총장은 199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2000년 초반부터 숨진 2009년까지 삼성서울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오랜 병상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인서가 사실이라면 이종욱 총장이 병상에서 숨지기 직전까지 14개월 동안 판공비를 하루에 최고 1000만원가량이나 사용했다는 얘기다.

수원대에서 교무처장을 지낸 배재흠 교수는 “2007년 가을께 영동(강남)세브란스에 입원해 있던 이종욱 총장을 병문안 간 적이 있다. 그때 이미 총장님은 사람을 알아볼 수 없는 식물인간 상태셨다. 그런 이종욱 총장이 판공비를 하루에 몇백만원씩 썼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상훈 전 공대 교수는 “아버지 이종욱 총장의 와병으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했던 1998~2009년 동안 아들 이씨가 학원장이라는 직책으로 학교 업무를 총괄했다는 건 대부분의 수원대 구성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결국 자신이 지출증빙 없이 부적절하게 사용한 판공비를 병상에 있던 아버지가 사용했다고 떠넘긴 것이 아니겠냐”고 씁쓸해했다.

“향후에는 지출증빙 없이 현금으로 판공비를 집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확인서에 약속을 한 이인수 총장이 결과적으로 허위로 확인서를 작성해 감사원에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감사를 총괄하던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피감기관이 제출한 확인서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데 당시 수원대학교에서 제출한 확인서에 대해서도 그 사실 여부를 따져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업무상 배임과 횡령, 배임수재 등
무려 40건 비리혐의 고발당해
검찰수사 받았지만 대부분 불기소
3년 연속 국감증인 채택도 무산
막강 인맥이 작용했다는 분석

‘한겨레’는 이 총장 등이 2011년
감사원에 제출한 ‘확인서’ 입수했다
증빙 없는 판공비 76건 지출 중
35건을 숨진 아버지에게 떠넘겼다
사망 뒤 지출한 판공비조차 있다

임대계약 비리도 아버지한테 떠넘겨

이 총장이 죽은 아버지에게 책임이 있다고 떠넘긴 대목은 또 있다. 단순한 행정상의 실수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인수 총장은 업무상 배임과 횡령, 배임수재,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뇌물공여, 사립학교법 위반 등 무려 40건의 혐의로 고발돼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참여연대와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등 고발인들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근거로 이인수 총장이 “자신이 대주주(42.32%)로 있는 ㈜한국산업개발에 임대 수익을 주기 위해 한국산업개발 소유의 서울 역삼동 소재의 올림피아빌딩 4층 5층 일부를 수원대가 3년간 보증금 10억, 연 임대료 6400여만원에 ‘조형연구소’로 임대하게 한 뒤 2011년 9월30일까지 31개월 동안 임대료 1억5800여만원을 지급하여 학교에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대학 총장 자신이 소유한 건물의 임대계약을 학교와 맺도록 한 뒤 임대료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2011년 7월, 이인수 총장은 감사원에 제출한 확인서에서 자신의 아버지인 이종욱 전 총장이 2009년 2월25일 259만여원의 판공비를 현금으로 썼다고 했다. 그러나 이종욱 전 총장은 2월20일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앞선 2011년 감사원에 제출한 확인서에서 이 총장은 이러한 지적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검찰 수사 과정에선 사뭇 달라진다. 그는 “위 임대차 계약은 2004년 7월1일 1차 계약을 체결한 이후 2009년 3월1일께 선친인 고 이종욱 총장이 4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자신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대로 이종욱 총장은 4차 계약일(3월1일) 전인 2월20일에 사망했다.

수원지검은 인터넷 검색만 했어도 알 수 있는 이종욱 총장의 사망일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또 검찰은 교비 100억원을 펀드 투자해 학교에 손실을 안겼다는 혐의와 와병 중인 이종욱 총장의 급여를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2007년 6월 이뤄진 펀드 가입은 전임 총장 때의 일이고, 전임 총장은 사망하기 전 25일밖에 입원하지 않았다는 이인수 쪽의 해명을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총장의 해명이 명백한 허위였고 검찰이 부실수사를 했다는 점이 확인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대 교수협의회는 “2007년은 고 이종욱 전 총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 10년이 되는 해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못하는 이 총장을 대신해 아들인 피고발인이 학원장이라는 직책으로 수원대의 모든 사무를 총괄하던 때였는데 검찰이 이를 눈감았다”고 비난했다. 40건의 비리 혐의에 대해 지난해 수원지검은 학교 돈 7500만원을 빼돌려 소송비용 등으로 쓴 혐의에 대해서만 200만원으로 약식기소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고 불기소했다. 그러나 수원지법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이인수 총장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 첫 공판이 오는 15일(월)에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이인수 총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수원대는 “40건의 고발 혐의에 대해 단 한 건을 제외하고 검찰은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혐의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 총장은 앞으로 진행될 재판을 성실히 임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혀왔다.

2011년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총장은 앞으로는 지출 증빙을 통해 판공비를 집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3년 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2월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지출 증빙 없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다 또다시 적발된 것이다. 교육부 감사에서는 이인수 총장의 장남 주한(38)씨가 수원대에 입학해 학교를 다닌 사실이 없는데도 수원대 졸업증명서 등 학적서류를 발급받아 미국에 있는 대학에 편입했다는 의혹도 지적됐다. 교육부가 33건의 지적사항 가운데 유일하게 이 총장을 △사문서 위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안이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검찰은 허위 졸업장 의혹과 관련해 “해외 대학에 공조를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한다는 황당한 처분을 내렸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조차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인 검찰 수사 결과의 배경에는 정계·언론계·법조계를 망라한 이 총장의 막강 인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새누리당의 결사반대로 3년 연속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무산된 인물이 바로 이인수 총장이다. 결과만 보면 가히 삼성 이건희 회장급이다.

한편, 참여연대 등 고발인들은 허위 졸업장 의혹과 더불어 장남 주한씨의 병역기피 의혹도 제기한다. 주한씨는 신체등위 4등급으로 2004년 8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아이큐브’(iCube)라는 병역특례업체에서 대체복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큐브사는 1995년 전자분야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되었고 다음해 정보처리분야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소재하고 있던 아이큐브는 주한씨가 입대하기 직전인 2003년 5월, 이인수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역삼동 올림피아빌딩으로 이전했다. 아버지 소유 건물에서 아들이 군복무를 했다는 얘기다. 아이큐브는 통신장비 및 방송장비, 방송 자동화 소프트웨어, 아이피(IP)티브이 등을 업종으로 하는 전형적인 정보통신기술 회사다. 이 총장의 장남 주한씨는 도시공학을 전공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주한씨가 아이큐브에서 병역법에 명시된 ‘지정업무’에 종사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주한씨가 어떤 자격증을 가지고 병역특례업체에 들어갔으며 어떤 지정업무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 병역비리와 ‘셀프 1억 포상’

가수 싸이는 비슷한 시기인 2003년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병역특례업체에서 36개월을 근무한 뒤 지정업무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해 수행한 업무량과 소요시간이 미미하다는 점이 드러나 재입대 처분을 받았다.

검찰의 어이없는 불기소 처분과는 별개로 교육부 감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총장 일가가 대학을 어떻게 사유화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12년 11월 수원대는 ‘2012년 자랑스런 수원대인 포상’을 하면서 객관적인 공적 심사와 평가 없이 총장에게 한도(2000만원)를 초과하여 포상금 1억원을 지급했다. 학교 운영의 모든 권한을 장악한 총장이 자기 자신에게 ‘셀프 포상’을 한 셈이다. 또 △사망한 이사장이 이사회 회의를 주재했다고 회의록 허위 작성 △총장 내외의 해외출장비를 초과·중복 지급받고 출장시 개인 여행 △100억원의 학교 공사를 수의계약이나 지명경쟁계약 형태로 계약하거나 무면허 업체와 계약 등 무려 33건이나 된다. 이 가운데 교육부는 △장남 허위 졸업증명서 발급 △교육용 기본재산의 부당 임대로 8억여원 횡령 등 4건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했다.

이에 대해 수원대 관계자는 “2014년 교육부 감사 결과 지적된 사항은 규정 미비와 착오에 따른 것으로 이후 규정 보완을 마쳐서 지금은 회계처리를 투명하게 하고 있다. 이인수 총장은 고의로 인한 잘못은 결코 아니지만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 자체에 대해 수원대 구성원들에게 여러차례 유감을 밝혔다”고 했다.

수원대 역사는 고 이종욱씨가 1977년 학교법인 고운학원을 설립하면서 시작된다. 같은 해 고운학원은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 수원과학대의 전신인 수원공업전문학교를 개교했다. 1981년 수원과학대와 3㎞ 떨어진 화성시 봉담읍에 세워진 수원대는 1988년에 지금의 종합대학으로 개편됐다. 이종욱씨는 1989년부터 1998년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초대 총장을 지냈다.

1921년생인 이종욱씨는 1940년에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에 입학했다. <고운 이종욱 박사 고희기념문집>을 보면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 침략이 전면’화하던 그 시기 그는 보성전문에서 민족의식에 눈을 떴다고 스스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민족의식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1943년 조선총독부 경성철도사무소 서기로 부임했다.

“나는 1943년 10월6일 드디어 조선총독부 경성철도사무소 서기로 부임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당시 직급은 판임관 9급으로서, 조선인 학생은 나를 포함하여 한두명에 불과하였다. 그것도 그해만 7, 8명씩이나 많은 인원을 뽑았으나 전해까지만 해도 1, 2명 정도만 채용되었다고 한다.”

출세의 발판을 만들어줬기 때문일까. 자신의 일생을 회고한 ‘나의 갈 길 다 가도록’(나의 길)이라는 글에서 그가 밝힌 일종의 ‘취업 후기’는 자부심으로 또렷하다. 해방 후 부산철도국 국장과 철도청 운수국 국장을 지낸 그는 1970년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주식회사 동성판유리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집안 어른으로부터 삼익건설을 인수해 1974년 회장에 올랐다.

학교 돈 7500만원 빼돌려 소송 쓴
혐의만 수원지검에서 약식기소
수원지법은 사안 중대하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이 총장 정식재판 회부
오는 15일에 첫 공판이 열린다

아버지 이종욱이 1977년 설립한
고운학원에서 수원대 역사 시작
차남 인수씨는 2006년 학원장으로
실세 노릇 하다 2009년 총장 취임
이사장인 부인과 함께 학교 지배

수원대 입장
“재판 성실히 임하고 결과 승복
2014년 교육부 감사 지적사항은
규정미비와 착오에 따른 것
지금은 회계처리 투명하게 해
이인수 총장도 유감 표명”

장남 창수와 차남 인수의 엇갈린 길

이종욱씨는 슬하에 2남2녀를 뒀다. 두 명의 아들 중에 1942년생으로 경기고에 서울대를 나온 장남 창수씨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나의 길’이라는 글에는 차남 이인수에 대한 언급은 없는 반면 장남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장남 창수는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본인이 전공을 살려 정치인이나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에서 재력 없는 정치인은 국가사회에 별로 기여할 수 없다고 하여 (…) 삼익건설의 인수와 함께 이 일에 전념토록 하였다.”

장남에 대한 각별한 신임은 이종욱씨가 1979년에 37살인 장남을 이미 삼익건설 대표로 앉히고 자신은 교육사업에 전념했던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1952년생인 이인수씨는 서울 양정고를 졸업한 뒤 71학번으로 고려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고교 시절 아이스하키부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대학신문에서 제공하는 총장 프로필을 보면 이인수씨는 1983~86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을 지낸 걸로 나온다.

10살 터울의 형이 아버지와 함께 삼익건설을 운영하던 1975년에 동생은 동양화재해상보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삼익건설의 감사를 거쳐 1983년에 아버지가 설립자로 있던 수원대에서 기획실장을 맡았다. 이후 수원대가 교세를 확장하는 사이 삼익건설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80년대 중견업체로 성장해오던 삼익건설은 1995년부터 건설사 간 출혈경쟁으로 공사 수주가 어려워지고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1998년 11월 부도가 났다. 이듬해 화의인가가 결정됐으나 2000년 11월 청산 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퇴출되는 불운을 겪었다. 2003년 9월에는 장남 이창수씨가 8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을 빌리고 회삿돈 46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구속되기도 했다.

형이 건설회사를 물려받을 때, 기획실장으로 학교에 남아 있던 이인수씨는 1997년 고운학원 이사장에 오른 뒤 1998년 아버지가 쓰러지자 그를 대신해 학원장이라는 직책을 만들어 학교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사망한 2009년 2대 총장에 취임했다. 고운학원 이사장직은 2014년 6월까지 남편을 대신해 이 총장의 부인인 최서원씨가 맡아왔다. 수원대가 끊임없이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 건 고운학원이 이처럼 이 총장 일가 지배 아래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 총장과 최 전 이사장은 현재까지도 고운학원 이사로 있다. 사실상 이들 부부가 고운학원의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을 결정하는 학교법인 이사회가 설립자의 일가족 등 특정한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될 경우 대학이 사실상 사유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동안 줄곧 제기돼왔다.

고운학원과 수원대학교 총장 일가 개인기업과의 관계도

이 총장 일가가 소유한 개인기업체와 수원대의 관계를 보면 수원대는 지배구조의 주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수원과학대학교, 학교법인 고운학원, 학술·장학 목적의 공익법인인 고운문화재단 등과 연결돼 있다. 이들 법인은 이인수 총장이 소유하고 있는 ㈜한국산업개발과 최서원 전 이사장이 대표이사를 지낸 ㈜라비돌, 이 총장의 딸이 사내이사인 ㈜이한센트라, 이 총장의 아들딸이 주주로 있는 ㈜서주와 지분으로 복잡하게 얽힌 관계다(그래픽 참조). 문제는 이러한 지분 관계가 학교에 대한 지배권 행사로만 그치지 않고 이 총장 소유의 개인기업체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 총장이 교내에서 총수처럼 군림한다는 이야기는 학교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이 총장이 학교에 출근하는 날이면 보직교수들과 직원들은 대학본부 앞에 도열한 채 이 총장을 ‘영접’(?)하는 풍경이 펼쳐진다고 한다. 보직을 맡았던 교수들은 퇴근하는 총장을 배웅할 때도 차가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다고 증언했다. 이 총장을 옆에서 봐온 ㄷ 교수는 “출근하는 날이 일정치 않은데다 총장이 출근한다는 연락이 오면 몇몇 보직교수들은 하던 수업도 째고 총장 영접을 위해 속칭 버선발로 뛰어나간다. 수업이라고 마중 안 나오면 총장이 짜증을 내기 때문이다. 아래 직원들도 ‘총장님이 오셨는데 어찌~’라는 분위기다”라고 했다. 수원대 관계자는 “인사는 시간이 되는 보직교수들이 나와서 인간적인 마중과 배웅을 하는 거지 결코 강요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국 최초로 등록금 반환 소송

이 총장 일가가 장악한 수원대에서 총장에게 반기를 드는 건 보복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배재흠 교수 등 교수 4명은 2013년 수원대 교수협의회(교협)를 통해 총장의 교비 유용 의혹 등을 제기했다가 이듬해 1월 학교로부터 파면됐다.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이유였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이들의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으나 학교는 절차를 다시 밟아 그해 8월 이들을 다시 파면했다. 그 뒤 해직교수들은 학교법인을 상대로 파면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내 1·2심에서 승소했으며,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총장은 2013년 10월에 이어 지난달 자신의 비리 의혹을 제기해 파면했던 배재흠·이상훈 교수 등 5명을 또다시 명예훼손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이러한 보복을 지켜보면서 동료 교수들은 깊은 침묵과 굴종을 강요받고 있다. 사학 비리의 경우 학생들이 들고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먼저 문제제기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비리사학인 상지대에서 교수들이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그들과 연대하는 학생운동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 수원대에는 교협을 지지할 학생들의 ‘세력’이 없다. 수원대 교협의 싸움이 외롭고 더 힘든 이유다.

공식적인 지표들은 수원대의 현재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준다. 수원대는 등록금을 쓰지 않고 학교 돈으로 적립하는 대학 적립금이 모두 4310억원(2013년)으로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을 이어 전국 4등이다. 그러나 교육부 감사 결과 2010년부터 2012년 기준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 비율은 수도권 종합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23%와 8.98%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대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2015)에서 2년 연속 5개 등급 중 4번째 순위인 d등급(d-)을 받아 재정지원 제한 대상이 되는 수모를 겪었다. 학생들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한 학교가 2011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합계 34건 110억9000여만원 상당에 이르는 공사 및 용역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참다못한 수원대 재학생들은 전국대학 최초로 등록금 반환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심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현재 수원대를 졸업한 한 여성과 민형사 소송에 휘말려 있다. 1988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내 연인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당시 이 총장은 수원대 기획실장으로 자식 둘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이 총장은 이 여성에게 아파트와 돈을 선물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11월18일 이재익 수원대 교수 등이 수원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파면무효확인 항소심에서 서울고법 민사2부(재판장 김대웅)가 내린 판결로 확인됐다. 교육자를 자처하는 이 총장에게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대학 총장으로서 민망한 일은 또 있다. 과거 경희대 대학원 행정학과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한 것으로 2014년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해 11월 경희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이 총장이 제출한 논문 ‘정부간 갈등 해결방안에 관한 연구: 환경문제를 중심으로’에서 “특정 부분을 인용표기 없이 서술한 것은 논문 표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1998년 2월에 제출된 이 논문의 120쪽에서 128쪽까지 총 8쪽 분량 가운데 7곳에서 다른 사람이 연구한 내용을 인용표기 없이 연구사례로 실었다는 것이다.

‘권력의 우산’을 누가 들었나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사학개혁운동을 하면서 웬만한 사학비리의 유형은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교육부 감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수원대 비리는 모든 ‘사학비리의 백화점’이다. 대표적인 비리사학으로 꼽히는 상지대도 수원대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히 비리의 끝판왕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탄식했다.

40건의 비리 혐의에 휘말려 있지만, 놀랍게도 이인수 총장은 현재까지 약식기소를 제외하고 그 어떤 사법적 처벌 대상도 되지 않았다. 그에게 ‘권력의 우산’이 돼주는 막강 인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인수와 내부자들’이다. 2회에선 그 검은 커넥션을 다룬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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