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오는 북풍, 역풍 맞을까

윤호우 선임기자 입력 2016. 2. 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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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핵실험·미사일 발사서 개성공단 폐쇄까지… 총선 향방의 변수로 등장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북풍(北風)이 불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이어진 ‘북풍’ 국면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과 북한의 공단 전면 폐쇄로 한파처럼 들이닥쳤다.

무엇보다 휴전선 인근 지역구의 민심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양주·동두천이 지역구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민들이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우려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군부대가 많은 지역이긴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큰바람이 부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2010년 지자체장 선거 바로 직전에 천안함 폭침과 5·24조치로 북풍이 불었지만 이곳 선거에서는 북풍의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 정 의원의 설명이다. 정 의원은 “하지만 만의 하나일지라도 정부가 북풍을 선거에 이용한다면 역풍이 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의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갑) 측은 “파주지역은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 같은 현안에 대해서는 덜 민감한 것 같다”면서 “이런 이슈보다 지역과 직접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역 내에서 북한에 삐라를 보내고 이 지역 인근 휴전선에서 목함지뢰가 터진 사건이 과거에 지역 민심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윤 의원 측은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이라 국방위에서 있었던 관련 내용을 SNS에 올리면 접속 건수가 10배나 20배씩 올라갔다”고 말했다. 윤 의원 측은 “북풍이 일단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결국에는 여야 어느 한쪽에 유리한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역시 휴전선 인근 지역인 강원 속초·고성·양양의 이양수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지역구에는 실향민이 많아 북한의 핵실험이라든지 로켓 발사에 대해 북한 정권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면서 “북풍 자체보다는 북풍에 대해 정부와 야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선거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는 “만약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면 여당의 지지도가 하락할 것이고, 야당이 북한에 미온적 대처를 주장하면 야당의 지지도가 하락할 것”이라면서 “어쩌면 이 지역의 이런 현상은 호남과는 정반대의 특성을 띨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지역의 경우 정부가 햇볕정책에 반하는 대북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내놓을 경우 여당의 지지도가 떨어지게 되고, 야당이 북한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면 야당의 지지도가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북풍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정부의 잇단 강경조치와 맞물리며 이미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적 이슈가 됐다. 리얼미터가 2월 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드’의 국내 배치에 대해 찬성이 49.4%, 반대가 42.3%였다.(응답률은 5.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포인트) 오차범위 안에서 찬반이 엇갈린 셈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해서도 “잘했다”가 47.5%였고, “잘못했다”가 44.3%였다. 찬반 의견이 거의 팽팽하게 나타난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47~49%가 정부의 입장에 대해 찬성하고 42~44%가 정부의 조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북풍이 총선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사드 문제와 개성공단 폐쇄 등은 논란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면서 “이런 사안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르게 보는 시각이 존재해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된다”고 분석했다.

여야는 민감한 사안인 북풍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12일 “안보 현실이 급박한데 이를 두고 야당에선 총선을 겨냥한 북풍전략이 아니냐는 발언까지 하고 나섰다”며 비판했다. 선거를 앞둔 북풍에 대한 비판을 야당에 떠넘긴 것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원장은 12일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의 사태를 겪으면서 선거를 앞두고 우려하는 것은 국민을 안보불안에 떨게 해서 혹시라도 정치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 수가 있는데,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을 놓고 봤을 때 그런 것이 선거에 크게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강력 제재도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로는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북풍으로는 총선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국가가 위기상황이므로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일차적으로 여당에는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개성공단 폐쇄나 사드 배치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있으므로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여론분석센터장은 “안보의 위기로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진다면 오히려 이를 잘 관리하지 못한 정부와 여당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은 천안함 폭침 이후 2010년 지방선거 결과에서도 드러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두 야당의 얼굴이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공동대표이기 때문에 보수 쪽에서 북풍국면에 종북 프레임을 걸기는 힘들다”면서 “두 야당도 집안 사정이 복잡해 북풍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어느 한쪽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보수층이 일시적으로 결속할 수는 있어도 국민들이 안보위기에 많이 익숙해 있어서 여당에 유리하지만은 않다”면서 “다만 거꾸로 야당이 2010년 때처럼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이슈를 똑같이 들고 나온다면 이번에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총선까지 두 달이라는 기간 때문에 북풍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불안이 짧으면 공포지만 길어지면 짜증을 유발시킨다”면서 “시간이 흘러가면서 정부의 대응능력이 부족했다는 무능 프레임이 작동될 경우 오히려 여당에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아직 총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북풍이 총선에 메인 이슈가 되기는 어렵다”면서도 “만약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다면 다른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야 손익을 떠나 야당 사이에서는 미묘한 역학관계가 드러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이 중도 성향을 표방하는 점과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북풍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호남지역에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남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남과 북이 강대 강으로 맞서고 여와 야가 강대 강으로 맞서게 되면 중간에 선 국민의당이 불리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지만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곤란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국민의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듯하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중도적) 입장이 호남에서 높게 평가받는 햇볕정책의 기조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 하는 점에서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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