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언어의 차이..클린턴 "나는" VS 샌더스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정반대의 언어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통령 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차례로 지내 풍부한 경험이 돋보이는 클린턴 전 장관이 유세 때 자신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나'(I or me)라는 1인칭 대명사를 주로 사용한 데 반해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샌더스 의원은 '우리'(we or us)라는 단어를 선호한다고 미국 CNN 방송이 1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CNN 방송은 샌더스 의원의 승리로 끝난 지난 9일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 직후 두 후보의 연설을 비교해 이런 결론을 냈다.
미국 대선에 출마한 후보 중 가장 다양한 이력을 갖춘 클린턴 전 장관은 패배 연설 때 '나'와 연관된 단어를 44차례 썼지만, '우리'라는 연계 단어를 21번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샌더스 의원은 승리 수락 연설에서 '우리'를 54차례 사용했으나 '나'를 내세운 것은 26번에 불과했다.
CNN 방송은 두 후보의 단어 사용을 종합적·포괄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아니지만, 클린턴 전 장관에 비판적인 민주당원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며 이런 경향은 클린턴 전 장관에게 결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공화 양당을 통틀어 대선에 나선 후보 중 가장 다채로운 경력을 지닌 클린턴 전 장관이 차기 미국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인 경험과 준비된 자세를 이미 갖췄다는 것을 유권자에게 알리고자 '나'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자랑하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전략가 출신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CNN 정치 평론가는 "유권자에게 경험을 전하고자 할 때에는 다른 사람보다는 '나'를 강조하기 마련이지만, 자신을 거의 말하지 않는 샌더스 의원의 메시지가 훨씬 큰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클린턴 전 장관의 단어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선에서 승리하는 쪽의 메시지에는 힘을 북돋는 포용의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우린 할 수 있어'(Yes, We can)를 그 사례로 들었다.
늘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해왔다던 뉴햄프셔 주의 유권자 도나 매니언도 8일 공영 라디오 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샌더스 의원은 전에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우리'라는 말을 자주했다"면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력과 인품을 존중하지만, 그는 '나'라는 말을 자주 썼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오랜 지지자인 니라 탠던은 12일 CNN 방송에 출연해 그가 더욱 포용적인 단어를 써야 한다면서도 여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이런 비교와 비판을 "성 차별주의"라고 주장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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