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 용량 줄였더니 수익이 쏠쏠..코카콜라 미니포장의 '마법'
소량화로 원가절감에 소비도 늘어 작년 4분기 순이익 61% 급증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수년간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코카콜라는 최근 들어 월가 전문가들의 비관적 전망을 깨고 기대 이상의 수익을 챙겨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코카콜라의 작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1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줄었으나 순이익은 12억4천만 달러로 61%나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를 통틀어 봐도 매출은 전년보다 4%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3% 올랐다.
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가 비만이나 충치 등의 주범으로 여겨지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온 것을 생각하면 반전에 가까운 실적이다.
이런 반전의 비결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11일(현지시간) 제품 용량을 줄여 판매하는 '소포장 마케팅'이 깜짝 실적의 바탕이 됐다고 진단했다.
지난 수십 년간 제품 용량을 키워 소비자들이 '더 많이 마시게 하는 데' 집중해오다 이번에는 소형 제품을 앞세우는 정반대의 전략으로 실속을 챙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카콜라는 몇년 전 내놓은 소용량 캔과 병 제품으로 여러 이점을 누리고 있다.
일단 기존 제품보다 알루미늄이나 유리 등 용기 값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탄산음료의 경우 용기에 드는 비용이 제품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기존 제품과 소용량 제품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소형 제품의 강점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을 찾아보면 기존의 12온스(약 350㎖)짜리 일반용량 캔은 12개짜리가 4.99달러에, 7.5온스(222㎖) 짜리 미니캔은 8개짜리가 2.99달러에 각각 팔리고 있다.
캔 하나당 가격은 12온스 제품이 42센트, 7.5온스는 37센트다. 하지만 1온스당으로 따지면 기존 제품은 3.5센트인데 비해 미니캔은 이보다 약 42% 비싼 5센트다.
미니캔 하나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낮지만 1온스당 가격이 높고 재료비가 덜 들어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얘기다.
소형 제품은 또한 탄산음료를 즐기는 사람이나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 사이에 있는 '애매한 고객층'을 공략하기가 쉽다.
이런 중간 고객층은 탄산음료를 마실 때 의식적으로 섭취량을 조절하려는 성향이 강한데 이 때문에 양을 재가면서 마시기에 적합한 소포장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소용량 제품의 '마법'은 수익성이나 고객층 확대 차원을 넘어 판매량 자체를 늘리는 데까지 이른다. 작은 용량 제품이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탄산음료를 더 많이 소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코넬대 식품·브랜드 연구소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같은 분량의 음식이라도 '곱배기'라는 설명이 붙은 쪽을 무의식적으로 더 많이 남기는 성향을 보인다.
코넬대에서 소비자들의 식품 선택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자 데이비드 저스트 교수는 "반대로 같은 양이라도 '소용량'라는 딱지가 붙으면 사람들은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소용량 콜라를 마시는 소비자들은 '조금 모자라다'고 느끼기 쉬운데 이 경우 부담없이 두 번째 미니캔을 딸 수 있다고 저스트 교수는 설명했다.
이런 '일석다조' 효과에 코카콜라는 소형 제품 판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7년 처음 도입된 미니캔은 이후 매년 두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상반기에는 북미 지역에서만 거의 2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WSJ은 코카콜라뿐만 아니라 크래프트, 제너럴밀스, 캠벨 수프 등 다른 식품회사들도 이런 '소형화 전략'으로 수익성을 높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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