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아픈 근대사 품은 영인산과 아산만

2016. 2. 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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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전쟁 발발 묵묵히 지켜보고 '풍운아' 김옥균 유허도 공세리성당·아산온천·염치 한우거리 '멋과 맛' 풍성

청일전쟁 발발 묵묵히 지켜보고 '풍운아' 김옥균 유허도

공세리성당·아산온천·염치 한우거리 '멋과 맛' 풍성

(아산=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너무 부담스럽게 길을 떠날 필요는 없다.

충남 아산시 서북부 영인면과 인주면, 염치읍에 걸쳐 있는 영인산(靈仁山)은 해발 364m에 불과하지만 가파른듯하면서도 품이 넉넉해 부담없이 오를만하다.

산꼭대기에 우물(용샘)이 있어 기우제를 지내면 영락없이 비가 내린 까닭에 산이 영험하다고 했고, 영인면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

아산시내와 삽교천, 아산만방조제를 잇는 39번 국도와 628번 지방도 교차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주차장 부근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진입도로 옆으로 놓인 데크를 따라 산책을 할수도 있다.

촌로들은 아예 고무신이나 슬리퍼 차림으로 오를 만큼 데크가 잘 정비돼 있다.

능선을 탄다면 2.3km쯤 걸어서 수목원(습지지구)에 이르고 다시 상투봉, 닫자봉을 돌아 사방댐, 백제 초기 석성(石城)으로 추정되는 영인산성을 지나면 정상(신선봉)에 이르게 되는데 오르막 내리막을 포함해 대체로 5.7km 정도다.

신선봉에서 서쪽 능선을 타고 내려간 중턱에는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세심사(洗心寺)가 있다.

숲길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능선에 도열해 있는 숱한 나무들은 발가벗은 채 새싹을 티울 채비에 소리없이 부산하다.

봉우리 몇 개를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이 끝날 즈음 1998년 9월 세워진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을 만나면 시계 바늘은 122년 뒤로 쏜살같이 돌아간다.

갑오년(1894년) 봄 봉기한 동학농민군은 관군을 잇따라 격파하고 북상을 거듭한다.

들불처럼 번지는 민란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조정은 청(淸) 주차조선총리교섭통상사의(駐箚朝鮮總理交涉通商事宜) 위안스카이(袁世凱)에게 원병을 요청했고, 직례총독 겸 북양대신(直隷總督兼北洋大臣) 리훙장(李鴻章)은 텐진조약에 따라 일본에 파병 사실을 통고하고 예즈차오(葉志超)와 딩루창(丁汝昌) 휘하 병력 2천800명을 아산에 급파했다.

일본 내각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도 중의원 해산과 동시에 '일본공사관 및 거류민 보호'를 구실로 병력을 파견했다. 8천여명이었다.

관군과 동학농민군이 전주화약(全州和約)에 이르렀으므로 철군을 요구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7월 경복궁을 불법 점령, 흥선대원군과 김홍집을 앞세운 친일정권을 수립하고 이틀뒤 아산만 입구 풍도에 진을 치고 있던 청 함대를 기습,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나흘뒤 성환전투도 휩쓴 뒤 8월 청에 공식적으로 선전포고를 하고...'(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일부 요약)

산꼭대기에 서면 서해, 삽교천, 아산만방조제와 아산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중턱에는 영인산휴양림사업소에서 운영하는 휴양림, 수목원과 박물관이 있어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딱이다.

주말 내린 비에 햇볕이 들지않았던 쪽으로 제법 쌓여있던 잔설도 다 녹아내렸다. 땅은 시나브로 온몸에 봄을 품을 것이다.

산을 내려와 아산리에 접어들면 한말 '풍운아' 김옥균을 만난다. 유허(遺墟)다.

호가 고균, 시호는 충달공인 그는 조선 철종 2년(1851) 1월 충남 공주군 정안면 광정리에서 출생했으나 아산에 묻혔다.

묻혔으되 온전하지 않았다. 고종 9년(1872) 문과에 장원급제해 호조참판에 이르고 1884년 갑신개혁을 일으켰으나 실패했다.

10년 뒤 한·청·일 3국 제휴를 위해 청 리훙장과 만나러 텐진으로 가다 수구파 자객 홍종우에게 암살돼 양화진에서 능지처참됐다.

갑오경장으로 개화당 내각이 세워지고 총리 김홍집 등의 상소로 복권, 1910년 규장각 대제학에 추증(追贈)됐으나 옷가지, 머리카락 일부만 일본 도쿄 아오야마 외인묘지에 묻혔고 1914년에야 양아들이던 당시 아산군수에 의해 이곳에 옮겨졌다.

김옥균 유허로 들어서기 전 만난 여민루(慮民樓)가 눈물겹다.

영인 면소재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인주면 공세리성당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 건축물 중 하나다.

유럽풍 고딕양식 건축물에다 그를 감싸안은 주변 경관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난다.

1895년 6월 설립됐는데, 조선시대 충청도 서남부에서 거둔 조세를 보관했던 공세곶창 터가 성당과 사제관 건물로 사용되다 1922년 파리외방전교회 에밍 드비즈 신부가 설계해 고딕식 2층 건물을 지었다.

혹독한 박해에도 꿋꿋하게 신앙을 지킨 많은 순교자들의 추모비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말한다.

공세리성당 뒷 편으로 펼쳐진 아산호는 아산만방조제가 1973년 3월 축조되면서 생긴 저수량 1억 2천300만t의 인공호수다.

방조제 길이는 2천564m, 높이는 8.5m(수심 최대 17m), 둑 위 도로 너비는 12m로 남양호(안쪽에 조성한 인공담수호)와 함께 1977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 유원지로 개발됐으며, 수로는 낚시터로 이용된다.

다시 영인산 자락으로 발길을 돌리면 4km 떨어진 곳에 온천타운 아산스피비스가 있다.

온양온천, 도고온천과 함께 온천욕의 명소로 피로한 몸을 녹일 수 있고, 다시 염치읍으로 고개를 넘으면 옛 도축장에서 가까운 염성리에 한우거리가 나타나고 노포(老鋪)들이 즐비하다.

y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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