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를 요리할 줄 아는 중진" vs "40년 토박이, 서초의 딸"

양승식 기자 2016. 2. 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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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격전지: 새누리 서초甲] - 이혜훈 "종부세 문제 해결했듯이 서초의 묵은 현안들도 서울시장 만나 해결할 것" - 조윤선 "서초 백년대계 판가름하는 경선.. 고속버스터미널 환경 개선하고 턱없이 부족한 보육시설 늘릴 것" - 김무성 대표의 처남 최양오 "인기투표 아닌 지역일꾼 뽑자"

새누리당은 서울 서초갑 경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유능한 두 여성 후보 중 한 명을 잃게 된다. 이혜훈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2선을 한 당 최고위원 출신 여성 중진이고,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변호사·국회의원·장관 등을 두루 역임한 인지도 높은 '인재'라 할 수 있다. 야당에서는 아직 단 한 명도 서초갑에 예비후보를 등록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경선이 곧 결선인 셈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당선이 쉬운 강남에서 굳이 3번이나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느냐" "비례대표에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라면 어려운 곳에 도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가 대통령과 친한가?"

설 명절이 끝난 11일 오후 2시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상가인 '고투몰(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인파로 북적이는 몰에 이혜훈 후보가 나타나자 상인들은 자연스레 "어제 그건(유세) 잘되셨죠?" "어휴, 저희가 도와드려야 하는데"라며 말을 건넸다. 이 후보는 "그래도 어제보단 손님 많이 오셨죠?" "새해에는 부자 되세요"라며 손을 맞잡았다. 부동산업을 하는 주병규(59)씨는 "우리 서초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던 종부세법 개정을 주도하고 삶의 터전에서 내몰릴 뻔한 고투몰 상인들을 구해주신 분"이라고 했고, 유순아(57)씨는 "이곳엔 법조인이 아니라 경제를 살릴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곳의 많은 상인과 10년지기 친구 같은 사이라고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한 이 후보는 주민들에게 자신의 전공을 내세우며 '경제통'임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이곳 서초는 전략 공천으로 내리꽂은 후보들이 잠시 거쳐간다는 인식 때문에 지역 발전이 늦어져 왔다"며 "3선 지역 국회의원이 탄생해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꿰차 지역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 후보는) 대통령과 가깝다고 내세우는데, 서초의 최대 현안인 재건축 문제는 대통령이 아닌 서울 시장과 상의할 일"이라며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대통령과 가까우냐. 구민이 원하는 건 서울시를 요리할 줄 아는 중진"이라고 했다.

◇40년 토박이 '서초의 딸'

조윤선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잠원동의 한 찜질방을 찾았다. 이름이 새겨진 선거용 점퍼를 벗고 편한 찜질복으로 갈아입었지만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모두 조 후보를 알아봤다. "서초 사람보다 외부 사람들이 조 후보님을 더 찍으라고 성화다" "정말 인형 같아, 동생 같아요"라며 말을 걸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던 조 후보는 자연스레 지역 현안 이야기를 꺼냈다. 조 후보가 "이곳 잠원동의 숙원 사업인 고등학교 유치가 이번엔 꼭 이뤄져야 한다"고 하자 주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땅값이 비싸 오히려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고속버스터미널의 만성적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친환경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맞네, 맞아"라는 호응이 이어졌다. 찜질방을 찾은 박종관(49)씨는 "TV에서만 봤지 실물은 처음 보는데 사람이 정말 좋다"며 "사람들에게 보여 주려고 명함도 챙겨간다"고 했고, 정복실(55)씨는 "소탈하고 동네 사람 같다"고 했다.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조 후보는 오히려 "서초갑 경선은 친박·비박 대결이 아닌 서초의 백년대계를 판가름하는 경선"이라며 '친박' 논쟁에 선을 그었다. 대신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슴이 뛰었고, 100년 뒤 서초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1976년부터 이곳에 살았던 조 후보는 "저는 한신 15차 아파트 자리에 원두막이 있을 때부터 살아온 지역 토박이"라며 "골목 하나 아파트 하나 세세히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을 더 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구호는 '서초의 딸'이다.

◇김무성 대표 '처남'은 선전할까

김무성 대표의 처남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의 도전도 관전 포인트다. 두 여성 정치인 사이에서 최 후보는 "인기 투표가 아닌 지역 일꾼"을 모토로 지역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최 후보는 "서초 지역 후보의 공약은 심지어 30~40년 묵은 재탕 공약"이라며 "중앙 정치를 위한 입문 코스로 내팽개쳐졌던 서초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최 후보는 "왜 (매형이) 당 대표가 됐을 때 출마하느냐고 질문하는데, 제가 역량을 키워 출마할 때라 판단했을 때 매형이 대표가 됐을 뿐"이라며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다면 돌아가신 아버지의 지역구에 출마했을 것"이라고 했다. 최 고문의 부친은 경남 남해에서 5선을 지낸 고 최치환 의원이다. 그는 "개혁을 주장하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며 "저의 기득권은 아버지의 후광이었다"고 했다.

♣ 바로잡습니다

▲13일 자 A6면 '"市를 요리할 줄 아는 중진"vs"40년 토박이, 서초의 딸"' 기사에서 '최양호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최 고문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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