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진핑에 실망한 대통령 "中역할 기대 말라"

이동훈 기자 2016. 2. 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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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미사일 파장] 중국에 쌓였던 불만, 보아오 포럼 불참 검토로 이어졌나 - '북핵' 후 첫 통화 직전 실망감 중국이 밤12시에 통화 요구 "외교 관례에 어긋나" 거절 - 통화 확정 후엔 비공개 지시 "中 별 의미있는 얘기 안할텐데 언론에 미리 알릴 필요 없다" - 사드 배치에도 영향? 전승절 참석 등 中 배려했는데 북핵엔 소극적 태도 보여 불만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처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태도에 실망하고 참모들에게 "더 이상 (중국의 역할에 대해) 기대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중국 보아오 포럼 불참 검토도 이 같은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대북 제재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이후 전화 통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시 주석에 대해 큰 실망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통화는 지난 5일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분노'에 가까운 실망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측은 양 정상의 통화를 한국 시각으로 4일 밤 12시에 하자고 요구했다고 한다. 북한 핵실험 후 한 달 넘게 지난 시점에 통화를 하면서도 외교 관례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간을 지정한 것이다. 이에 우리 측에선 "그 시간에는 통화할 수 없다"고 했고, 중국 측은 다음 날 저녁 9시를 다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중국 측과 통화가 확정된 뒤에도 "어차피 중국 측에서 별 의미 있는 얘기를 하지도 않을 텐데 언론에는 사전에 알릴 필요도 없다"고 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처음에는 청와대 참모진들도 '비공개'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다른 참모진들이 "그래도 그럴 수는 없다. 사전에 알려는 줘야 한다"며 박 대통령을 설득했고, 결과적으로 사전에 통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다. 하지만 통화 이후에도 우리 측은 시 주석 발언에 대해선 "중국 측이 알아서 공개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통화에서 말한 내용만 전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 예상대로 시 주석 태도는 기존 중국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에 곧바로 중국이 강하게 반대했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THAAD)' 배치 협상 개시를 결정했다. 외교가에서는 이 결정의 배경에도 중국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분노'가 깔려 있다는 말이 나온다. 외교 당국자는 "박 대통령에게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도 참석했는데 중국이 이럴 수 있느냐'는 섭섭함이 최근 결정에 묻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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